카드 결제 택시 비율…서울 100%, 울산 99%, 대구 53% 매일신문 이지현기자 2012-12-06
서울에서 대구로 출장 온 최모(34) 씨는 동대구역에서 택시를 탔다가 낭패를 당했다. 현금이 3천원밖에 없는 데 잡아탄 택시가 카드 결제가 안 됐기 때문이다. 최 씨는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택시에서 내려야 했다. 하차한 뒤 몇 대의 택시를 보내고 나서야 카드 결제 택시를 타고 목적지에 갈 수 있었다. 최 씨는 "모든 택시에 카드 결제 단말기가 설치된 서울에서는 현금이 없어도 카드만 내밀면 요금 결제가 가능하다"면서 "대구에는 왜 카드 택시가 전면 도입돼 있지 않느냐"고 했다.
◆2대 중 1대는 카드 결제 안 돼=대구에 카드 결제 택시가 부족해 시민들이 불편해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 10월 말 현재 대구지역에는 법인택시와 개인택시 1만7천여 대의 택시가 등록돼 있으며, 이 중 절반인 8천500여 대에 카드 결제 단말기가 설치돼 있다. 카드 결제 단말기 설치율이 100%인 서울`대전`인천시와 99%에 달하는 부산`울산시 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대구시는 지난해부터 법인택시에 카드 단말기 설치 비용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대구지역 법인택시의 경우 휴지 차량 1천100여 대를 제외한 5천900여 대 가운데 4천여 대에 카드 단말기가 설치돼 있다. 대구시는 올 연말까지 모든 법인택시에 카드 단말기 설치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개인택시는 사정이 다르다. 대구개인택시사업조합에 따르면 개인택시의 경우 콜택시 회사 가입 차량을 제외하면 일부 사업자만이 자발적으로 카드 결제 단말기를 설치한 탓에 현재까지 전체의 45%가량인 4천500여 대에만 카드 결제 단말기가 설치돼 있다.
서울시는 모든 택시에 결제 단말기를 무료로 장착해 주고 있으며, 부산`인천`울산시도 택시업계 전체에 대해 결제단말기 설치비용의 50% 이상을 지원해주고 있다.
개인택시 기사 권모(55) 씨는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걸 알고 중간에 내리는 손님이 한 달에 3, 4명은 된다"며 "카드 결제를 원하는 손님을 번번이 놓치다 보니 카드 결제 단말기를 설치하고 싶지만 비용이 비싸 엄두를 못 낸다"라고 말했다.
송선희(27`여) 씨는 "현금을 인출하기 곤란한 늦은 밤에 택시를 탔다가 요금이 더 나올까 봐 조마조마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했다.
대구개인택시사업조합 박상기 부장은 "개인택시 사업자에게도 카드 결제 단말기를 설치해 줄 것을 대구시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대구시의 무관심=카드 결제 택시 도입으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는데도 대구시가 무관심한 탓에 카드 결제 택시 보급이 낮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접수된 택시 분실물 1천909건 중 주인에게 반환된 물품이 1천310건으로 회수율이 68.6%에 달한다. 카드 결제 택시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택시 내 분실물 회수율도 함께 높아졌다. 택시 내 분실물 회수율은 2009년 66.5%에서 2010년 67.7%로 오른 데 이어 지난해에도 상승세를 보인 것.
대구시와 택시업계는 카드 결제 택시가 보급되면서 요금결제의 편의성 증가, 분실물 회수 및 범죄 예방 등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따로 분석을 하지는 않고 있다. 대구시는 카드 결제율이나 분실물 회수 등에 대한 통계를 내지 않고 있다.
서재경(28`대구 중구 대봉동) 씨는 "카드 결제가 늘어날수록 택시 사업자의 수익 구조가 더욱 투명해질 것"이라며 "택시 요금을 카드로 결제하면 영수증과 결제 기록이 남아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대구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개인택시 카드 결제 단말기 설치는 개인사업자의 자율에 맡길 일"이라며 "단말기가 설치된 택시에는 법인`개인을 불문하고 매월 단말기 이용 통신비로 4천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이를 월 5천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7천원 이하 요금에 대해서는 카드 수수료도 지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