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손 형상의 조각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잡아가며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는데...
이곳의 바다는 또 다른 일출의 장엄함을 보여주길 거부하는가 보다.
검은 구름 짙게깔린 동쪽하늘은, 좀처럼 맑아질 기미가 없다.
이미 일출의 시간은 지났건만 사람들은 아쉬움에 발길을 돌리지 못한다.
야속한 날씨... 태양은 알기나 할까. 저들의 마음을...
해돋이를 보기위해 먼길 달려온 저들의 마음을...
어제 이곳을 찾았던 어느분은, 먹구름에 가리어 해돋이를 못 보았기에
"혹시나 하고 오늘 다시 찾았으나 역시나"라고 투덜댄다.
이른아침, 우리가 깨어났던 구룡포 하늘엔 구름 한점 없었건만.....
시간은 흘러가고, 해돋이 시간도 한참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동쪽 바다를 주시한채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저 많은 이들은 무엇때문에 저리도 해돋이를 갈망하는가....
진한 아쉬움을 남긴채.. 우리는 그곳을 빠져나온다.
영일만. 어마 어마한 항구.
이곳에서도 "영일만 친구"라는 노래 가사가 먼저 떠오른다.
잘 모르는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환상적인 바닷길을 달린다.
달리면서 느끼는데.. 태양은 계속 우리뒤를 쫒아온다.
동해상의 지역은 어떤 곳이든 동쪽에서 해가 떠 오르는줄 알았는데...
이곳 영일만은 아닌듯 싶다.
동해에 있지만, 대부분의 지형이 동해를 빗겨 있는 영일만.
그렇기에 이곳의 대부분은 동해바다가 아닌 남쪽 산에서 떠 오를것 같다.
떠오르는 태양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이미 중천에 떠있는 태양은
달리고 달려도 우리의 등에서 맴돌고 있다.
다시 보아도 아침해가 있는 방향이 남쪽이다.
이곳의 바닷가도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해변길이다.
산길을 돌고 계곡을 돌아도 바다며,
언덕을 올라도 언덕을 내려서도 바다다... 영일만 해변은
환상적인 드라이브 길을 가지고 있지만 주로 햇볕이 안드는 바닷길이다.
도구해수욕장과 흥환해수욕장을 지나니
포항제철(포스코)의 거대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마어마하게 크게 들어앉은 포항제철의 위용은 가도가도 끝이없다.
어제 지나온 울산 현대공업단지와 이곳 포항제철 중 어느 단지가 더클까?
이곳을 지나며 우린 조금 당황해야 했다.축산 방향으로 진입해야하는데,
갑자기 동해표지판이 나타나는 것.
벌써 동해 표지판이 보이나? 의아해 하면서도 그 길로 들어서니
포항시에도 동해면이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결국 포항시를 한바퀴 돌고 나서는, 가고자 하는 길과 만났지만....
울산현대공업단지는 태화강을 끼고 있다면
포항제철은 형산강을 끼고 있다.
형산강 대교를 건너 우측의 강변도로를 따라 달리니
강변도로는 이어지지 못한채 공사가 한창이다.
포항 송도해수욕장에 진입하니 평화의 여신상이 우리를 반긴다.
파도가 거칠어 그러는지 해수욕장 사이에 방파제 두개가 조성되어 있고
중앙에 다이빙대도 설치되어 있다.
방파제가 있어 안전하고 파도가 높아 신이 날테니
여름날 해수욕의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우측은 우리가 지나온 포항제철이 자리하고
좌측에는 LG 정유와 아파트단지가 깔끔하게 조성되어 있다.
LG정유 또한 규모가 상당하다.
북부해수욕장에 도착하니
해운대만큼 넓은 백사장이 은빛모래를 반짝이며 길손을 반긴다.
환호 마을의 해맞이 공원을 지나,
홍한읍 죽전초등학교에 진입하니 또다시 환상적인 바닷길이 펼쳐진다.
광활하고 검푸른 동해,그리고 아득히 먼 수평선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영일만 신항 북방파제. 새로 조성되고 있는 거대한 규모의 신 영일만.
얼른보아도 어마어마하게 큰 방파제이다.
진입하니 바다 중앙의 저 멀리까지 방파제가 만들어져 있다.
Z 자로 만들어진 방파제에는 겨울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로 붐빈다.
바닷바람이 살을 에이듯 차갑다. 강태공들은 추위도 모르는지
길다란 낚시대를 바다에 드리우고 장승처럼 서있다.
높은 파도는 방파제를 뒤덮고
파도에 씻긴 방파제는 차가운 칼바람에 금새 빙판을 만드는데..
발을 헛딛고 미끄러진 사람들은 밑으로 떨어져 죽기까지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단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저들, 강태공처럼.. 날아갈듯 거센 강풍과 살을 에이는 추위속에서도,
때로는 죽을 위험에 처하면서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것,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우린 그곳의 낚시점인 간이 식당에서 쌀쌀한 바닷바람을 느끼며
여행자용 요리인 컵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또 다시 바닷길을 달려 칠포해수욕장을 지나고 월포해수욕장을 지난다.
이곳은 어디쯤 일까? 인적 끊긴 곳을 지나는 길엔
태풍 루사의 잔해인듯 많은 소나무들이 뒤로 젖혀져있다.
해변 가까운곳 좌측엔 구룡정과 원각조사비가 작은 비각안에 들어있다.
원각조사비는 귀부와 이수를 제법 갖추었으나, 이곳의 풍파가 거센듯
비바람에 깍이고 모양이 이즈러져 보는이를 안타깝게 한다.
형체만 남아있는 귀두는 정면을 바라보고
귀부의 귀갑은 육각무늬의 갑문내에 임금 왕(王)字를 새겨넣어
근처 보경사에 있는 원진국사비의 영향을 받은듯하다.
화진포해수욕장의 휴게소에 멈추어 선다.
직벽의 높은 둔덕에 차를 댄채로
먼 바다와.. 직벽 밑에 펼쳐진 해변가를 내려다 볼 수 있기에..
또 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어느곳이든, 해수욕장이나 모래가 있는 바닷가에 도착하면
꼭 내려서 밟아 보기로 아내와 약속을 했기에,
고운 모래와 해변은 수도 없이 밟아보고
겨울바다, 그 황량함과 쓸쓸함을 가슴깊이 느꼈다. 마음껏 누렸다.
아내와 나, 단 둘이서... 그것은 바로 행복 이었다...
화진포 휴게소에서 좌회전을 받아 보경사를 향해 핸들을 꺽으니,
1.5Km라 써있던 표지판이 한참을 진입했는데도
보경사 입구 표지판에는 4Km라 표시되어 있다.
이처럼 여행을 하다보면 표지판이 잘못되어 있는 곳을 가끔 접하게 된다.
보경사로 들아가는 길은 퍽이나 조용하다.
작은마을엔 민가가 듬성듬성 보이는데, 그 옆길을 달리며
차창 밖 담장 안으로 보이는 풍경을 힐끗힐끗 넘겨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진입하면서 가끔씩 청순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푸른 소나무의
고고한 자태가 연실 탄성을 지르게 한다.
가까워 질수록 눈앞으로 픽업되어 오는 내연산의 회갈색 준봉들의 풍경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진입하는 길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포항의 내연산 깊숙히,
12폭포를 거느린 깊은 산속에 자리잡은 보경사는,
들어설수록 그 속에 깃든 아름다움이 하나둘씩 향기를 발하며 다가온다.
천황문 한켠 키 큰 감나무가 진풍경을 연출한다.
바닥엔 까치밥 떨어진 주황빛 감들이 진득하니 널려 있고,
신비의 절집은 조용하기만 하다.
겨울山寺는 겨울바다 만큼이나 쓸쓸하다.
황량함이 담겨있는 앙상한 나목의 황토빛 겨울산사는 더욱 그러하다.
텅빈 공간에서, 인적없는 空虛한 산사에서 느껴지는.. 알수없는 허전함..
나는 그 쓸쓸함과 동행하며 밀려오는 고독을 마음껏 즐겼다.
다시 화진포로 나와 파도가 유난히 아름다운 장사해수욕장을 바라보고,
구계항과 남호해수욕장을 거쳐, 영덕의 명소 삼사해상공원에 이른다.
삼사해상공원은 강구면 삼사리에 조성된 공원.
8만여평의 부지엔 폭포,분수대,테마랜드,해외데이월드 등 휴식공간과
호텔,모텔,방갈로 등 숙박시설을 갖추어 놓았기에
여행객들이 쉬어 가기에 좋을듯 하다.
전망대에 오르니 광활하게 펼쳐진 동해바다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맞은편 강구항엔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고
좌측에는 강구면의 시가지가 오밀조밀하며 그 사이를 휘돌아 흐르는
오십천의 모습이 소박하다. 멀리에는
정족산과 봉황산 등 높지않은 준봉들의 자태가 고즈넉하니 아름답고,
해맞이의 최적지로 알려진 경북대종각에는
매년 경북대종 타종식과 신년해맞이를 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아드는데
적지않은 이들은 아직도 자리를 뜨지 못한다.
이제 오십천을 건너 영덕 대게의 마을 강구항으로 가보자.
오십천.
대둔산에서 발원한 오십개의 계곡 물줄기가 합류하여 이루어진 하천.
그렇기에 사람들에게 오십천이라 불려지고 있으며,
길이가 약 45km로 심산계곡을 지나 영덕읍을 휘돌아 강구항으로 흘러든다
오십천은 몸에 황금빛 띠를 두른, 맛과 향이 뛰어난 은어의 산지로
매년 8월에는 은어 축제가 열리며, 각종 철새들이 날아들어
천혜의 산림보호구역으로 지정 보호되고 있기에
사계절 민물낚시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청정하천이라 하겠다.
영덕. 우리의 친한 이웃의 고향이기에 언제나 낯설지 않은곳.
영덕 대게의 원산지로 미식가들 사이에 소문난 곳.
강구항 입구에는 "영덕 대게의 본산지"라는 현수막이 줄줄이 붙어있다.
매년 11월에서 다음해 5월까지 잡히는 대게,
대게는 이곳 강구항과 축산항에 집결되어 판매된다고 한다.
시장에는 살아서 꿈틀거리는 대게들의 좌판이 끝없이 이어진다.
여기도 대게..저기도 대게.. 시장안이 온통 대게뿐이다.
커다란 대게들은 그 큰 이빨을 자랑이라도 하듯 끊임없이 움직인다.
영덕대게는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맛이 매우 담백하고 고소하며,
형용할 수 없는 맛을 내는 영양의 보고로
옛날에는 궁중에 진상되기도 했던 영덕의 특산품이다.
대게의 요리로는 대게 찜이 유명하며,
속살이 탱탱하게 꽉차있고 맛이 일품이며, 몸통의 내장은 양념을 곁들여 밥을 비벼 먹으면 환상이다.
강구항에 들어서니 크고 작은 배들이 많이도 정박해 있다.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 촬영지라고 써 있는 표지판이 이채롭다.
어느곳에서인가 털털하고 걸죽한 인간미 넘치는 최불암이 나타나서는
"이보게 탁배기 한잔 하게나" 할것만 같다.
시장을 빠져나와 거리를 질주해도 음식점에는 온통 대게다.
창포 해맞이 공원에 도착하니, 감미로운 음악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은 있지만 제목이 생각나지않는 아름다운 선율이
창포등대를 휘감아 흐르니 그 분위기는 하늘을 나는듯 황홀하다.
아름답게 꾸며진 해맞이 공원은
푸른 바다와 하얀 등대, 그리고 바다까지 이어지며 놓아진 굴곡의
나무계단, 그리고 절벽위에 조성된 몇개의 전망대,
멋스럽게 꾸며진 조각과 감미로운 음악이 어우러지는..
지금껏 즐기며 지나온 바닷가의 극치점이라 표현해도 손색이 없으리라.
광활한 바다는 검푸른 빛이고,
밀려오는 파도의 빛깔은 연두빛으로, 부서지는 물거품이 장관을 연출하고
그 사이에 숨은.. 중간 빛깔인 비취빛은 바다의 신비감을 더해준다.
남태평양 한복판의 섬, 괌이나 싸이판 보다도 훨씬 그 빛깔이 아름다우며
광활하며, 파도 또한 멋져 결코 뒤지지 않으리라...
점심으로는 감자수제비.
바닷가 언덕에서 먹는 감자수제비의 맛은 수원갈비 만큼 입맛을 돋군다.
쫄깃쫄깃하고 씹는맛이 담백한게 여간 감칠맛이 나는게 아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까지 음미하니 세상에 부러운것 하나 없다.
조금 더 달려, 경정해수욕장을 지나면 대게원조마을.
축산면 경정리에 위치한 자연어촌부락으로
이곳 앞바다에서 잡은 게의 다리 모양이 대나무와 비슷하다고 해서
대게로 불리어 왔으며 마을 내력에따라 영덕대게원조마을로 명명되었다.
대게란 몸체가 크다고 해서 붙여진것이 아니라
몸통에서 뻗어나간 다리가 대나무처럼 곧다고 하여 붙여진 것.
특히 바다 밑바닥에 개흙이 전혀없고 깨끗한 모래로만 이루어진, 영덕의
강구면과 축산면 사이 앞바다에서 3~4월에 잡힌것이
타지역산보다 살이 차고 맛이 좋아 전국에 명성이 높다.
나는 이웃을 잘 둔 덕분에, 3~4월이면 돈 안들이고 그 맛을 볼 수 있다.
경정3리에서 대진3리를 지나는 길은
동해의 또 다른 명물, 피데기와 과메기 천지다.
지붕이나, 집밖이나, 바닷가나, 작은 공간만 있으면 빈공간 없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과메기는 보통 꽁치과메기를 떠올리지만,
청어과메기는 청어를 짚으로 엮어 겨울해풍에 보름정도 건조시킨 것으로
밤에는 얼고 낮에는 녹으며 발효건조되어 독특한 풍미를 내는
과메기의 원조로, 초고추장에 생미역을 곁들여 먹는 겨울철 별미이다.
작은 고깃배와 갈매기.
항이 있는곳 이라면 어느곳에나 짝지어 서 있는 하얀등대와 빨간등대.
길게 늘어서 있는 과메기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오징어피데기들은,
우리의 눈을 어찌나 즐겁게 하던지....
줄에 매달려 있는 과메기와 피데기는 추운 겨울바람과 어울려
바람이 불때마다 둔탁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너무나 정겹다.
이래서 여행은 보는것만으로도 즐거운가 보다.
대진해수욕장에 이르면 바다뿐만 아니라 백사장을 가로질러 흐르는
송천을 바라볼 수 있다. 서읍령,독경산 등에서 발원하여
심산계곡을 지나 약40km를 흐르다 대진해수욕장이 있는 동해로 흘러들어
바다와 합류하는 하천이다. 바다와 민물을 한번에 볼 수 있는곳.
이 또한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하겠다.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니,
장장 20리에 달하여 펼쳐진 넓은 해수욕장이 장관을 이룬다.
고려말 목은 이색 선생이 상대산에 올랐다가
고래가 뛰어오르며 노니는 풍경을 보고 "고래불"이라 명명하였다고
전하는 이곳은 전국에서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중의 한곳이다.
아직 보수공사가 한창인 이곳은 넓은 주차공간과 현대식 화장실 등
깨끗하게 조성된 주변의 이미지로 보아
앞으로는 더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을것이라 사료된다.
영덕의 최북단에 위치한 백석해수욕장.
고래불해수욕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곳도 한창 공사가 진행중이다.이제 울진으로 들어서는 길에 후포항과 후포해수욕장을 지나니
도로가 사뭇 좋아진다. 그리고 바다는 계속 이어진다.
어느덧 우리는 울진군 평해읍 월송리 월송정을 찾아든다.
월송정(越松亭) 또는 (月松亭).
월송리 바닷가 작은 소나무 숲 사이에 이층으로 지어진 정자.
고려 충숙왕 13년(1326)에 창건된 정자로
신라시대의 화랑들(永,述,南石,安祥)이 이곳의 울창한 송림에서
심신단련을 하며 월하의 송림에서 달을 즐기며 선유(仙遊)하였다하여
붙여진 이름.
명승을 찾는 시인과 묵객들이 한결같이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과 경치에
탄복하며 몇편의 문장과 시를 남기기도 하였다는 곳.
키작은 소나무 군락을 끼고 안으로 들어서면,
계단위 둔덕위에 월송정의 아름다운 모습이 그 고아한 자태를 드러낸다.
망양정과 더불어 관동팔경(關東八景)의 하나로
누대에 올라서면 그윽한 솔숲을 배경으로 푸른 동해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발 아래에는 소나무가 빼곡하고 눈을 들면 검푸른 바다가 손에 잡힐듯
가까워 마치 소나무 구름위에 떠있는 듯 착각을 느낀다.
눈 감으면 솔숲의 솔바람 소리..
눈을 뜨면, 해변가 바다가 만들어 내는 파도소리가 폭풍우와 같다.
월송정을 내려 철책선 넘어 은빛 모래위를 걷노라면,
인적없는 모래위에 새겨지는 또렷한 내 발자국...
몇걸음 지나 살며시 돌아서면, 거친 파도는 밀려와 내 발자욱을 지운다.
솔향과 파도소리..그 경이로운 풍경에 무아의 경지에 빠져드는 곳...
월송정은
1980년 재건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안동의 병산서원처럼, 2층으로 지어진 정자는 정면5칸 측면2칸으로
1층은 기둥이고 2층은 누마루로 지었는데 모두 시멘트로 발라져
문화재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에 안타까움을 금할길 없다.
이젠 평해를 지나고 백암온천 옆길을 지나
백암산의 구주령을 넘어 집으로 가는 일만이 남았다.
천미터가 넘는 백암산을 넘어가는길은 설악을 넘는것 만큼 묘미가 있다.
아무도 없는 길을 힐끗힐끗 천길 낭떨어지를 바라보며 숨죽여 올라야한다
비좁고 거친 산길을 S자로 휘돌아 오르는 기분은 정말 스릴이 넘친다.
심장이 멎는듯 하다. 눈이라도 내렸더라면, 진입도 못했을 험한길을
날씨에게 감사하며 넘는다
산 꼭대기 아찔한 곳엔, "구주령"이란 휴게소가 있다.
인적 끊긴 휴게소엔 텅빈 건물만이 겨울의 쓸쓸함을 대변해 주고 있다.
현동방향으로 넘어오니 봉화를 만나고,
배흘림기둥의 부석사를 옆으로 보고 풍기 I/C 로 들어 간다.
원주를 거쳐 집에 돌아오니, 근 1200km를 달려 갔다 왔다.
그 중에서 오가는 길 빼고 나니,
이번에 지나온 동해 바닷길은 400여키로.. 즉, 천리를 달렸다.
이번 여행으로 우리는 몇번에 걸쳐
한반도 남단의...서해와 남해, 그리고 동해까지의 바닷길을 모두 돌아 보았다.
그리고 백두대간을 종주 함으로서,
한반도 남쪽의 큰 맥을 잇는 대부분의 준봉들을 밟아 보았다.
산길이 끝나는 곳에 암벽이 있다.
오를 수 없었기에... 우회길을 걸으며, 그저 바라만 보면서,
막연히 그 높은 꼭대기를 동경하며 그리워 했었다.
바라만 보아도 그 험준함에 숨이 멎을것 같은 암벽의 봉우리들.
올려다 보면 그 까마득한 높이에 기가질려 돌아서지 않을 수 없었던 곳.
내려다 보면 그 깍아지른 직벽에 아찔함을 느꼈던 암벽들을...
이제, 한권 한권 책을 읽어 나가듯 섭렵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늘상 그랬던것처럼..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달려보고픈 동해안 겨울바다의 해변도로....
지나치고 싶지가 않아서,
한곳이라도 놓치고 싶지가 않아서,
작은 어촌이라도 길이 있는 곳이라면 모두 들어가 보았다.
그 속에 숨어있는 내가 사랑하는 우리 이웃들..그들의 이야기들을...
다는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깊은 주름살과 거친 손마디를 바라보면서,
그들의 생활과 고단한 삶을 잠시나마 엿보며 스쳐라도 보고 싶어서이다.
즐거움보다는 고생이, 편안함보다는 어려움이 더 많았을 그들...
길가에서 마주쳤던 등굽은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그동안 만나거나 보았던 한분 한분과 포장마차 아저씨까지..
모두 모두 건강하시길 빈다.
겨울 풍경을 흠뻑 느꼈던 새해..
구비구비 고갯길을 넘어서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움..
지나는 마을마다 바닷가로 조금 비켜 들어서면
아담한 포구와 호젓한 해안가가 있었다.
갈매기 하늘 수놓는 부지기수의 해변도로.
그리고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의 발견.
인적끊긴 텅빈 바닷가는 황량했다.
추웠기에, 싸늘하기에.. 더욱 쓸쓸해 보였던 겨울바다.
그렇기에, 겨울바다는 더욱 아름다운것이 아닐까?
이제 서산에 해 지듯이.. 동해, 그 겨울바다의 긴 여정을 갈무리한다.
나와 내식구들..
그리고 내친지와 내이웃들.. 모두모두 행복한 한해가 되었으면...하는
바램으로 여정의 막을 내린다. - 2003.1.11일 -
첫댓글 시간 나시면 부산에서 시작하는 7번국도 100배 즐기기를 함해보세요 부산에서 고성까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에다..멋진 답사가 되실줄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