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한탄강 주상절리 잔도 3.6km
한탄강 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 잔도를 걷다
한탄강 지질공원은 우리나라 최초로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질공원으로서, 북한의 강원도 평강군에서 발원한 한탄강과 그 하류에 위치한 임진강 합수부를 포함하고 있다. 지금의 한탄강과 임진강 일부지역은 약 54만년-12만년 전 화산폭발로 인해 형성되었으며, 그 당시 흐른 용암으로 인해 현무암 절벽 주상절리와 폭포 등 다양하고 아름다운 지형과 경관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총 27.9km, 9-10 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로서, 포천과의 경계인 영평천으로부터 한탄강이 임진강과 만나는 도감포까지 4개의 구간으로 나누어진다. 이중 '잔도길'은 철원군에서 순담계곡주차장에서 드르니주차장까지 3.6km 구간의 한탄강 절벽에 설치한 하늘길이다. 2021년 11월 19일부터 일반에게 개방하였다. 여기에서 '잔도'란 '험한 벼랑같은 곳에 낸 길', '각도(閣道) 또는 잔각(棧閣)'이라고도 부른다. 쉽게 '벼랑길'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한탄강 일대는 화산이 분출한 용암이 식는 과정에서 5-6각형 기둥형태로 거대한 절벽의 주상절리 협곡이 형성되었다.
단층교에서 주상절리교에 이르기까지 총 13개의 출렁다리로 이어져 있으며, 중간중간에 신비스러운 지질이야기를 담은 10개의 쉼터가 설치되어 있다. 순담계곡주차장이든 드르니주차장이든 어느 쪽에서 출발해도 상관 없다. 트레킹 시간은 여유있게 2시간 정도 걸린다.
다리는 단층교-선돌교-돌개구멍교-한여울교-화강암교-수평절리교-바위그늘교-2번홀교-현무암교-현화교-돌단풍교-쌍자라바위교-주상절리교 순이며, 쉼터는 순담계곡쉼터-구리소쉼터-샘소쉼터-쪽빛소쉼터-동주황벽쉼터-돌단풍쉼터-너른바위쉼터-민출랑쉼터-맷돌랑쉼터-드르니쉼터 순이다.
필자의 경우 순담계곡주차장에서 출발했다. 매표소에서 표를 산 후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순담계곡쉼터를 만난다. 쉼터라기보다는 전망대에 해당하는 이곳은 순담계곡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각양각색의 화강암 바위로 이루어진 순담계곡 입구경치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주상절리 잔도길은 한탄강의 주상절리 협곡을 따라 길이 3.6km 잔도를 30-40m 높이의 절벽에 만든 길이다. 마치 중국 황산의 잔도를 보는 듯 하다. 발 아래는 투명하게 되어 있고 13개의 다리는 모두 출렁다리 형태여서 처음에는 약간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이지만 웅장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다 보면 금새 익숙해진다.
공중에 떠 있는 반원형의 스카이전망대 등을 지나면 마치 하늘길을 걸어가는 느낌이다. 잔도길에서 만나는 첫 번째 다리는 ‘단층교’. '단층'이란 단단한 암석이나 지층이 갑자기 충격을 받게 되면 갈라진 틈이 생기는데 이로 인해 암석 또는 지층이 이동하거나 미끄러져 어긋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단층교에서 화강암 절벽의 단층을 찾아볼 수 있다.
잔도길 좌측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기암벽도 보이고 폭포도 만난다.
두 번째 다리인 선돌교에서는 빠른 물 흐름으로 단단한 화강암 바위가 깎여나간 모습을 관찰 할 수 있다.
*위 돌개구멍 사진은 필자가 2018.1월 한탄강 얼음트레킹을 할 때 찍은 사진임.
이어 돌개구멍교 근처에서는 돌개구멍 바위도 볼 수 있다. 돌개구멍(Pot Hole)이란 ‘속이 깊고 둥근 항아리 구멍’이란 의미로 하천의 암반 바닥에 원통 모양의 깊은 구멍을 말한다. 자갈이 물과 함께 회전하며 바위를 갈아내면서 만들어지는데 화강암과 같은 암석으로 된 하천바닥에 잘 나타난다.
잔도를 걸으면서 발 아래 한탄강 협곡의 물길을 계속 내려다 본다. 잔잔히 흐르다가도 곳곳에서 갑자기 물살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현상이 눈에 띈다. 하천바닥이 급경사를 이뤄 물의 흐름이 빨라지는 것이다. 이를 '여울'이라 하는데 한탄강은 이런 여울이 크고 많아 ‘한여울’ 이라 부르기도 한다. 여울은 산소를 발생시켜 물을 정화시키기 때문에 ‘강의 허파’라고도 불린다. 이 여울들은 깨끗한 한탄강을 만드는 자연 정수기인 셈이다.
철원 한탄강은 1억여 년 전에 지하의 화강암이 땅 밖으로 드러났고 이후 약 54만년 전에서부터 약 12만년 전 사이에 현무암 용암류가 이곳을 덮었다고 한다. 한탄강의 침식작용이 새로운 물길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덮혀있던 화강암이 드러나기도 한다. 화강암은 땅 속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서서히 식어서 생긴 암석이다. 화강암과 현무암이 공존하는 모습을 현화교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수평절리도 보인다. 한탄강에는 화강암이 가로로 깨진 수평절리가 많다.
순담계곡 입구에서 1km 쯤 걸으면 샘소쉼터를 만난다. 이곳은 기묘한 암석들이 둘러싸인 가운데 샘물이 솟아나는 신비한 장소이다. 이곳엔 화장실도 있어 잠시 걸음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샘소쉼터에서 약 10분 정도 더 가면 누에 모양의 다리를 만난다. 이름도 특이한 ‘2번홀교’다.
한탄강 지질공원 내에 있는 한탄강CC골프장의 2번 홀에서 골프공이 날아오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누에다리는 경관도 고려하면서 골프공으로부터 여행객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보호망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여섯번째 쉼터로 돌단풍쉼터도 있다. 한탄강의 자랑인 돌단풍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돌단풍은 주상절리와 바위 틈에서 자란다. 흙도 물도 없는 바위틈에서 어떻게 식물이 자랄 수 있을까? 오랜 세월 동안 겨울에는 죽은 듯이 잠자고 있다가 봄에는 다시 새싹을 피우는 자연의 신비. 학자들의 연구결과 돌단풍이 바위틈에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특정한 단백질을 생산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고 한다.
제일 마지막 13번째 다리는 주상절리교. 필자가 보기에 한탄강 주상절리 잔도길에서 가장 경관이 아름다운 곳은 이곳이 아닐까 싶다.
휘어져 흐르는 협곡 물길 위에 돌출형태로 만들어진 드르니스카이전망대와 주상절리교가 함께 어우러져 놀랄만한 절경을 보여준다. '드르니'는 '들르다'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태봉국을 세운 궁예가 왕건의 반란으로 쫓길 당시 이곳을 들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드르니전망대를 지나면 발 아래 너른바위도 내려다보이고, 맷돌랑쉼터 직전 아기자기한 데크숲길로 이어진다. 너른바위는 평평하고 큰 두개의 화강암이 서로 의지해 사람 인(人) 모양을 하고 있다. 맷돌랑은 맷돌바위를 뜻한다. 1996년 철원군 수해로 바위는 떠내려갔지만 마을 주민들에겐 넓적한 맷돌 모양의 바위인 '맷돌랑'이 항상 기억 속에 남아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순담계곡매표소에서 약 1시간 45분 쯤 걸렸을까? 드디어 드르니쉼터를 지나 바로 드르니출구에 이른다. 여유있게 2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마지막 구간에 약간 가파른 데크계단이 있었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비교적 평탄하고 무난한 트레킹 코스였다.
한탄강 주상절리 잔도길은 각 출발매표소에서 30분 간격 300명씩 입장하며, 입장시간은 9:00-16:00까지(동절기는 15:00까지). 매주 화요일 및 설날 당일, 추석 당일은 휴무이다. 입장요금은 성인 기준 1만원이지만 5천원 권 철원사랑상품권을 준다. 상품권으로 철원 특산물 등을 살 수 있으며, 택시비를 지불해도 된다.
트레킹을 종료하면 셔틀버스가 출발지점까지 왕복운행하며, 주중에는 택시를 이용해서 출발지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택시비 1만원 정도.
매표소에서 안내팜플렛을 얻어가면 출렁다리 및 쉼터 부근의 지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글,사진/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