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라는 이름으로
오후 1시 기온 35도, 오늘은 어느 지점을 반화점 삼아 돌아올까 망설이며 걷다가 휴대폰 유튜브를 검색했다. 우연히 스쳐가던 사이트, 내가 사는 00(?)라는 도시가 언급되었다. 이 생더위에 뭔가 집회를 하는 모양인데, 이 동네도 사람이 살긴 사나?
채널을 돌리고 다른 사이트를 검색 하였으나 뻔한 뉴스들 뿐이다. 작년까지만 하여도 이런 무더위엔 길가에서 사람들 보기가 힘들었는데, 이제 사람들도 더위를 극복해야 삶이 이어진다는걸 점차 인식해 가는 것 같다.
나무 그늘에 앉아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덥다. 성격상 나는 어딜가나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뛰어나게 공부를 잘하지 못하였을까?
오늘의 반환점인 공원에 잠시 앉았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까 유튜브에서 스쳐갔던 그 동영상의 근원이 되는 프랑카드를 발견했다. '6.3 참정권침해 규탄대회'에 관한 내용이었다.
다시 그 동영상을 여니 이 지역 두아이의 엄마인 아줌마가 무슨 대회에 참가하여 야당대표를 만났고, 그 자리에서 자신들이 주최하는 규탄대회에 참석해 달라는 부탁에 승락을 받아 진행된 행사란다. 아마추어들이라 진행에 오류가 났지만, 그런대로 진솔한 모습이 좋은지 환호성이 올랐다. 댓글마다 '이 땡볕에 그늘도 없이...'였다.
내가 다른 날과 달리 오늘은 시내에 볼일이 있어 마침 그 행사장 근처를 지나가게 되었다. 행사 내용이야 뻔하고, 이 무더위에 사람들이 관연 얼마나 모일까 하는게 나의 괸심사였다.
내가 행사장 근처에 다가서자 시가행진이 시작된 모양이었다. 선도차와 제법 큰 태극기들이 앞장을 섰고, 차선 하나규모의 종대열이 이어졌다. 이들이 연이어 부르짖는 구호는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였다.
참 싸움도 지겹다는 마음이 들었다. 한쪽에선 '못믿겠다 개꼬리(못찾겠다 꾀꼬리)'라는데, 모 가수처럼 바지라도 훌렁 내리고 '볼테면 봐라!' 라고 내놓지 못하는 사정이 있다니 그걸 누가 판단하랴...애들은 가라고?
정작 내가 궁금한 점은 이 더위에 모임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였다.
그런데 커브진 길을 돌고 또 한참을 돌아 나온다. 요즘은 유모차는 개새끼(새끼 : 는 욕아님)전용이니 해당없고, 초등학생부터 노령자까지 전연령층이다. 경찰추산 그까짓 셈법 필요없이 척보면 앱니다다. 대략 100단위를 넘어선 2천명 정도는 (추정)될것 같았다. 지역정당에서 나선 것 같지도 않은데, 어떻게 이름없는 지방의 단체에서 저토록 많은 사람들을 모았을까?
이제껏 내가 살아오며 짐작하였던 이 지역의 정서를 뛰어넘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었다. 35도 뜨거운 햇살아래 아스팥트를 걸으며 구호를 외쳐대는 사람들, 나는 그들을 사진 찍다 이게 무엇인가를 위한 외침이고, 불의에 대한 저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움이 있을땐 빨리 사람들의 마음이 풀려야 하는데 걱정스럽다.
유튜브에서 부르짖던 사회자 아줌마의 말, '가시덤불 속에서도 피어나는게 민주주의의 꽃인 투표'라는 말이 자꾸만 귓전을 맴돌았다.
평화공존을 넘어선 신냉전의 시대가 다시금 도래한 지금, 세계는 전쟁의 화마속으로 이어진다. 러우전쟁이 그렇고, 미국과 이란전쟁이 계속 중이다. 전쟁이란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상황이지만, 그틈을 타서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세력을 더욱 강화시킨다.
그것은 곧 독선과 독재로 이어지고, 국민들은 감시와 탄압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그것을 막아주는게 그나마 마지막으로 남은 국민들의 선택권인 투표권이다.
이 세상엔 '민주'라는 허울 좋은 이름아래 독재를 일삼는 국가들이 많다. 우리가 아는 현존하는 국가도 그렇고, 과거 히틀러의 나라도 그랬다고 하였다. 거리행진에서 어느 초등학생 가족은 등뒤에다 옛 대통령의 사진을 스크린(인쇄)하고 멸공이란 글자를 덧붙여 웃음이 나왔다.
그때의 그 체육관 선거도 나름의 국민투표란걸 거쳐서 시행된 것이다. 그게 바람직 하다는게 아니라, 민주라는 간판만 붙였다고 국민들에게 자유를 부여하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각설하고, 문득 국민을 감시하고, 국민을 기만하여 독재로 이끌어 가는 과정을 풍자한 소설 두편이 생각났다. 영국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1984'이다. 이러한 테마의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회자되는 단어라 그 줄거리를 가져와 보았다.
영국의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조지 오웰은 인도에서 태어나 영국식 교육을 받은 후 버마에서 식민지 경찰로 근무했다. 하지만 제국주의에 대한 반감을 품고 사직한 뒤,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스페인 내전에 공화파 병사로 참전하며 공산주의 내부의 권력 투쟁을 직접 목격했고, 이 경험이 『동물농장』과 『1984』를 집필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문학적 가치를 넘어 정치적 예언서로서도 평가받는다.
[동물농장]
동물농장은 1945년에 출간한 소련정권 스탈린의 독재와 부패과정을 풍자한 소설이다. 동물농장은 매너 농장의 동물들이 착취당하는 삶에 반발해 인간 농장주를 쫓아내고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려 하지만, 권력을 잡은 돼지들이 부패하며 결국 혁명 이전보다 더 억압적인 독재 체제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정치 풍자 소설이다.
'영국의 매너 농장에서 학대받던 동물들은 '메이저'라는 늙은 돼지로부터 '인간을 몰아내고 동물들만의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자'는 연설을 듣고 영감을 얻는다. 메이저가 죽은 후, 똑똑한 돼지들인 스노볼과 나폴레옹의 주도하에 동물들은 반란을 일으켜 농장주 존스를 쫓아내고 '동물농장'을 세운다.
동물들은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내용의 7가지 계명을 정하고, 누구나 평등하게 일하고 분배받는 이상적인 사회를 꿈꾼다. 그러나 농장의 주도권을 잡은 돼지들은 육체노동을 하지 않고 특권을 누리기 시작한다. 이후 풍차 건설 문제를 두고 지도자인 스노볼과 나폴레옹은 심각하게 대립한다.
나폴레옹은 자신이 비밀리에 키운 사나운 개들을 풀어 스노볼을 농장에서 쫓아내고 독재자로 군림한다. 권력을 잡은 나폴레옹과 그의 부하 돼지 스킬러는 언변과 공포 정치를 앞세워 동물들을 통제한다. 다른 동물들은 배고픔과 고된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돼지들의 거짓 선동에 속아 넘어간다.
시간이 흐르며 동물들에게 불리하도록 7가지 계명은 교묘하게 수정된다.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라는 원래의 구호는 돼지들이 두 발로 서서 인간처럼 행동하게 되면서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더 좋다"로 바뀐다.
결국 돼지들은 자신들을 착취하던 인간들과 다를 바 없이 착취자가 되어 있다. 이를 지켜보던 평범한 동물들은 돼지와 인간의 얼굴이 완전히 같아졌음을 깨달으며 절망하게 되고, 소설은 권력이 어떻게 부패하는지를 씁쓸하게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1984]
1949년에 발표한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조지 오웰의 집필 당시 기준으로 근미래인 1984년을 지배하고 있던 전체주의 독재 국가 오세아니아에서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가 겪는 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핵전쟁 후 세계는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이스트아시아라는 세 개의 초국가로 나뉘어 영구적인 전쟁 상태에 놓여 있다. 배경이 되는 오세아니아는 과거 영국(Airstrip One)을 포함한 지역으로 영사인 Ingsoc라는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지배된다. 최고 지도자인 빅브라더는 신격화된 존재로 숭배되며, 당은 텔레스크린을 통한 전방위 감시, 사고경찰, 신어 도입 등을 통해 시민들의 사고, 언어, 역사까지 철저히 통제한다. 당의 슬로건은 "전쟁은 평화다", "자유는 예속이다", "무지는 힘이다"이며, 이중사고를 통해 모순된 신념을 동시에 받아들이게 만든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외부당원으로, 진리성에서 과거 신문, 기록을 당의 현재 입장에 맞춰 수정, 조작하는 일을 한다. 그는 체제에 대한 회의와 반감을 품고 있으며, 비밀리에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사고범죄를 저지른다. 어느 날 젊은 여성 줄리아로부터 사랑 고백을 받고, 둘은 금지된 연애 관계를 맺는다. 그들은 당의 감시를 피해 시골이나 골동품 가게 위 방에서 만나 자유와 개인성을 꿈꾼다.
윈스턴은 내부당원인 오브라인언에게 반체제 조직 명단의 일원이라고 믿고 접근한다.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에게 반체제 서적인 골드스타인의 책 《과두정치적 집단주의의 이론과 실천》을 건네주며, 당의 진짜 목적이 권력 자체 유지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함정이었다.
둘은결국 체포되어 애정부로 끌려간다. 오브라이언은 사고경찰의 일원으로 드러나며 윈스턴을 장기간에 걸친 고문과 세뇌로 교육한다. 윈스턴은 이중사고를 통해 당의 논리를 받아들이게 되고, 최악의 공포인 Room 101에서 쥐고문에 직면하자 줄리아를 배신하며 "줄리아에 하라!" 고 외친다. 이 배신으로 그는 완전히 굴복한다.
석방된 후 윈스턴은 체스트릿 트리 카페에서 줄리아를 만나지만, 둘 다 서로를 배신한 사실을 인정하며 더 이상 감정이 남아 있지 않음을 깨닫는다. 소설은 윈스턴이 빅브라더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상태에서 끝난다.
'BIG BROTHER IS WATCHING YOU(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