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북쪽에 위치한 한북정맥상의 한강봉과 호명산
산행 개요
일반적으로 호명산이라고 하면 경기도 가평군 외서면에 위치한 호명산(虎鳴山, 632m)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필자가 다녀온 산은 한북정맥상의 경기도 양주소재 호명산(423m)으로서 도봉산의 북쪽에 있는 한강봉(476m)과 챌봉(516m)을 연계하여 가벼운 나들이 산행을 한 것입니다.
2006년 1월 30일 월요일 아침, O산악회에서 사전에 고지한 대로 서울역 세브란스병원 앞 버스정류장으로 갑니다. 설날연휴 마지막날을 맞아 귀경길의 정체가 불을 보듯 뻔해서 장거리산행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고 홀로 서울근교 산이나 다녀오려고 작심하고 있었는데, 안내산악회의 산행계획을 검색해 보다가 다행히도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 산행계획이 있어 배낭을 챙겨 나선 것입니다.
정류장에는 20여명 이상의 인원이 모였습니다. 구파발을 거쳐 송추까지 가는 704번 버스에 오르니 버스의 좌석이 꽉 차고 맙니다. 구파발에서 많은 사람을 태운 버스는 북한산성입구에서 승객을 내려놓습니다. 서울시내 각 구청의 예비군 훈련장을 줄줄이 지나 눈에 익은 도봉산 오봉매표소 입구를 통과한 후 버스종점에 정차합니다(10:00).
이번 산행은 회비도 물론 없고 사전예약을 하지 않아도 되는 완전 자율적인 일종의 번개모임비슷한 산행인데, P산악회장은 참가자들을 위해 산행개념도를 나누어주고 산행안내를 해 줍니다. 평소 O산악회를 이용해 준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무료서비스를 제공하는군요.
버스종점인 로얄모텔 앞에 모여 P회장의 설명을 듣고 있는 회원들
버스종점∼여행스케치∼챌봉
버스가 진행하는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갑니다. 도로 주변에 웬 모텔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잠잘 곳이 많은 데도 출산율이 저조한 것을 보면 모텔이 많은 것과 출산율과는 관련성이 없는 모양입니다.
한참동안 도로를 걸어가다가 "여행스케치"라는 좋은 이름이 붙은 식당의 정문 쪽으로 들어가 문을 여는 대신 왼쪽의 오솔길로 진입합니다. 먼저 다닌 사람들의 리본이 걸려있어 등산로임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산행들머리인 여행스케치(나무 계단을 올라가 안으로 들어가기전 왼쪽으로 진입함)
처음에는 부드럽게 이어지던 등산로가 깔딱 오르막으로 변합니다. 위쪽에서 잘 생긴 흰 개 한 마리를 데리고 내려오는 사람을 만납니다. 금년이 개띠 해라 그런지 지나가는 개를 다시 한번 보게 됩니다. 엊그제 TV뉴스를 보니 북한의 풍산개와 한국의 진돗개를 교배시켜 통일견(統一犬)을 탄생시켰는데 현재 약 200여 마리가 자라고 있고, 이 새로운 품종은 풍산개의 용맹스러움과 진돗개의 영특함을 고루 갖춘 명견이라고 하니 앞으로 개를 좋아하는 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 것입니다.
챌봉은 비록 해발이 516m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오르막이 만만치 않습니다. 많은 산 이름 중에서 하필이면 잘 이해가 되지 않은 '챌봉'이라는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숨이 찰 정도로 걸음을 잡아채야 정상에 도착한다고 해서 이런 작명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봅니다(10:48). 정상에는 이정표대신 긴 안테나가 설치된 통신용시설이 있을 뿐입니다.
챌봉의 통신용 안테나
챌봉에서 바라본 희미한 조망
챌봉∼한강봉 챌봉에 오르면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산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고 하지만 가스로 인해 시계(視界)가 흐려 아무것도 가늠할 수 없습니다. 북쪽 능선 길을 따라 내려가는 데 처음에는 부드럽게 굽이치던 능선이 경사가 급한 내리막으로 변한 후 안부에 도착합니다. 한북정맥으로 이어지는 삼거리를 지나 힘든 고개를 올라가자 한강봉(476m)입니다(11:20).
☞ 한강봉의 높이는 대부분의 자료에는 476m로 표기되어 있는데,
산악회에서 나누어준 산행개념도에는 530m로 적혀 있습니다.
정상에는 삼각점이 설치되어 있을 뿐 다른 아무런 이정표가 없습니다. 그 대신 소나무 몇 그루가 푸른 잎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다행입니다.
한강봉의 소나무
한강봉∼호명산 지금까지 북쪽으로 진행되던 등산로는 한강봉에서 오른쪽으로 꼬부라져 동쪽으로 이어집니다. 음지에도 거의 눈이 없어 등산로가 미끄럽지 않아 좋은 점도 있지만 겨울에 빛 바랜 낙엽만 보니 기분이 좀 이상합니다. 계절은 계절다워야 하고 사람은 사람다워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눈이 없는 겨울은 팥고물 없는 붕어빵처럼 맛이 전혀 없습니다.
희한하게 가지를 뻗은 나무를 카메라에 담고는 두 번의 묘지를 통과합니다. 양지바른 곳에 터를 잡은 후손들의 지혜가 엿보이는군요. 헬기장을 지나 능선에 오른 후 다시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등산로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는 호명산(423m)입니다(12:07).
희한하게 생긴 나무
호명산 정상 안내도
그러나 정상은 잡목으로 둘러싸여 있어 조망은 전혀 할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이곳이 정상이 아니라 별도로 정상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발걸음을 옮길수록 고도가 점점 낮아지니 정상을 이미 지난 것임을 알게 됩니다.
호명산∼송전탑∼가야아파트
간혹 맞은편에서 오는 한 두 명의 등산객을 만나 인사를 나눕니다. 제대로 등산복장을 갖춘 사람은 한북정맥을 종주하는 사람이고, 가벼운 나들이 차림으로 오르는 사람들은 인근동네에 거주하는 주민임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고도가 점점 낮아지는 지점에 송전탑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맞은편에 위치한 양주의 명산인 불곡산의 하늘금이 잘 보이고, 양주시 백석읍마을의 아파트군도 내려다보입니다.
송전탑에서 바라본 불곡산 능선
송전탑
물 한잔을 마시고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가 왼쪽의 송산약수터로 하산합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낙엽송이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는 곳을 통과하자, 여러 명의 주민들이 큰 플라스틱 물통을 몇 개씩 가지고 와서 철철 넘치는 약수를 받고 있습니다. 시원한 약수 한잔을 마신 후 가야아파트로 걸어나옵니다(13:00). 오늘 산행에 3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하산길의 낙엽송
송산약수터
문 닫은 식당
산악회 P회장은 하산산 후 H식당에 모여 약주를 한잔 하면서 식사를 하고 헤어지자고 말했지만 설날 연휴라서 그런지 지정된 식당은 문이 닫혀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의정부시내로 들어와 "의정부북부역"에 도착하자 일행은 부대찌개 잘하는 집을 찾아 한 정거장을 더 가지만 술을 좋아하지 않는 필자를 포함한 약간 명은 이곳에서 내립니다.
버스를 내리자마자 역 근처에서 적당한 식당을 찾아보지만 식당도 별로 없고, 보이는 식당도 문이 닫혀 있습니다. 지난해 년초 아내와 함께 왔을 때는 역 앞에 실비로 제공하는 저렴한 음식점이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방향을 잘못 들었는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역 앞 골목을 서성거리다가 결국 식당 찾는 것을 포기하고 역 구내로 들어섭니다.
배낭에는 행동식이 들어있지만 전철 안에서 음식을 먹을 수는 없어서 그냥 물을 꺼내 마시고는 눈을 감습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하산하기 전 산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는 것인데 하산한 후 음식점에서 잘 먹으려다가 낭패를 당했습니다.
점심 한끼 제때에 먹지 않았다고 이렇게 배가 고픈데 어린 시절 어떻게 점심 굶기를 밥먹듯 하면서 생활을 했는지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되지를 않는군요. 얼른 집에 도착하여 따끈한 식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전철의 속도가 매우 느리게 느껴집니다. 끝. |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항상 시원스런 산행기 사진 즐감 하고 갑니다 수고 하셨읍니다 한가지 부탁은 개념도를 올려 주시면 산행 하는데 도움이 돼겠네요 건강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