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酒님의 눈물
이두철
왜 술이라 부르는가
술술 넘어가 술이라 부르는가
오랜 역사만큼이나
종류도 사연도 가지가지
울고 웃기고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하는 술
어느 선지식은
한 잔이면 족하고 두 잔이면 과하고
석 잔은 부족하다고 일갈했다는데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해
주거니 받거니 날 새는 줄 모르고
술이 없어지나 내가 없어지나 오기를 부른다
술에 맞아 중독된 간은
금주를 하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술에는 묘약이 없다
작심삼일이다
술을 끊는 것보다 절주는 더 어렵다
사람이 술을 마시다가
술이 사람을 마신다
남을 해치고 자기 목숨도 버리는 술
한강공원에서 밤새 술을 마시던
스물 갓 넘은 대학생이 물에 빠져 죽었다
취한 세상이 시끄럽다
주酒님은 피도 눈물도 없다
시읽기 - 마경덕 시인
불안정하게 변화를 거듭하는 세상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시인은 일련의 사건과 사고를 통해 집단적으로 번지는 “심리적 파장”까지 표출해낸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결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시인은 각 문장에 역할을 부여하고 제시된 맥락은 “하나의 단서”로 이어진다. 음주라는 특정한 알레고리가 형성되고 “술을 들이켜는” 그 행위는 다음 사건을 암시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시인은 술(酒)이 인간에게 주는 일시적인 쾌락을 뛰어넘어 삶의 이면에 감추어진 부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사람이 술을 마시다가/술이 사람을 마신다/남을 해치고 자기 목숨도 버리는 술”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시선은 ‘자기성찰’의 방식이기도 한다. 지난봄 스물 갓 넘은 의대생이 한강공원에서 밤새 술을 마시다가 물에 빠져 죽은 사건은 한동안 사회적 이슈가 되어 파장을 일으켰다. 主님을 酒님이라 격상하는 이유는 인간의 이성마저 마비시키는 알코올의 위험한 위력 때문일까. 평소엔 얌전하던 사람이 술만 마시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돌변해 주사(酒邪)를 부리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음주는 개인의 신체 및 정신뿐만 아니라 가정, 직장 및 경제활동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문제를 발생시키고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폐해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알코올중독은 주취폭력 등 주요 사건 사고의 원인으로 사회 안전을 위협하지만 알코올을 미화시킨 TV 광고도 우리의 안방까지 밀고 들어와 일상처럼 방영된다. 시제(詩題)는 「주酒님의 눈물」 인데 “취한 세상이 시끄럽다/주酒님은 피도 눈물도 없다”로 귀결되었다. 시인이 오랫동안 경험한 ‘직관적 사고’가 사회의 오류를 지적하는 ‘단호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