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4. 토요일(立春)
입춘이면서 산신제 행사가 있는 날.
부산 장산으로~ 산신제 지내러 함 가보까?
유유자적 2월 정기 트레킹~!
[산행코스]
대천공원 주차장 - 왼쪽편으로 올라 - 옥녀봉 - 중봉 - 장산 -
억새밭 - 갈림길 - 대천공원 하산 (약 9 km, 5시간 )
회원들이 여성이 많다 보니~
하도 편한길, 편한길 외쳐 사서.. 나름 쉬운길 간다고 가는데도...
이것 참, 무한한 압박을 받는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산행지 선정에 매번 땀 흘리며 고심하는데...
첫째는 볼거리가 있어야하고, 둘째는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야한다.
이 두가지는 반드시 확보되어야 될 필수적인 사항이다.
이번에도 편하고, 가장 쉬운데 간다고 고르고 고른 곳이 이곳이다.
예전 지나간 기억을 되살려
부산 구경도 하고, 편히 오를 수 있는 "장산"으로 택했던거다.
부산이라 가까워서 늦게 출발하니.. 좋기는 좋은데....
아침먹고 어쩌고 하다보니 ~ 벌써 도로엔 차들이 많다.
덕분에~
대천공원 입구에 바로 차를 못대고, 다시 한번 광안대교까지 돌아 온다고
또 한시간을 잡아먹어 버렸네?
환장하겠네 ㅎㅎ
결국 11:30 대천공원 도착, 그제서야 산행 준비를 시작한다.
오늘은 산위에서 산신제를 올려야 하기에 제물이 좀 있다.
원래 산신제를 하고 난뒤 산행을 하는게 정석인데
우리는 지금껏 정상까지 제물을 짊어지고 간뒤 정상에서 지내는 것을 고수해왔었다.
늘 산신제를 그렇게 지내왔기에 당연히~ 오늘도 제물을 들고 정상석까지 가야했다.
"고생이 곧 정성의 다른 말"로 혹~ 착각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ㅋㅋ
그래서 회원들이 빈배낭을 들고와서 조금씩 나눠 들고 올라가야했는데...
과연 그랬을까?
산대장이 다른건 몰라도
"돼지머리는 책임지는거"라 케서 이놈을 내가 잡았는데,
머리가 손상되지 않게 따로~ 손으로 들고 오르라고 한다. 아주 정성스럽게 ~!
산에 오르는데
손에 들고가는 것만큼 거추장스러운게 없다.
배낭에 넣어 딱 오르면 좋겠지만... 신성한 머리가 눌러지면 안된단다.
알겠지만 늘 스틱을 사용하는 저질체력의 나로썬, 엄청난 부담이다.
손 하나로 돼지머리를 들고 올라가니
스틱을 쓸 수 있나, 뭔가를 짚을 수 있나, 이거 . . .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
별로 높은 고지도 아닌데..
호흡은 가쁘고, 몸은 굳어가고, 땀은 질질 쏟아져 내린다~ ㅠㅠ
아, 진짜 부끄럽더라... 이 저질체력으로 우짜자는기고..
나는 회원들을 걱정했디만 문제는 정작 내 자신이 젤 문제더라.
충격적이었다. 나름...
그래도 누구에게 맡기지 않고, 내가 손수 끝까지 들고갔다는거~!!
대신.. 장산 정상까지는 못가고,
대세에 따라 옥녀봉 정상석 앞에서 산신제 상을 차린다.
조금만이라도 더 간다면 바로 욕이라도 쏟아낼듯한 무서운 분위기다 .
(그림 그려지는가?)
-_-;;
부산... , 남쪽나라라서 따뜻하다고 옷도 얇은 옷으로 센스있게 입고 왔는데
덴장... 왜이리 추운거야?
땀을 흘린 질퍽한 티 위로 갑자기 맹렬한 추위가 몰려든다.
저체온증이 시작된다.
나도 모르게 움츠려서 힘을 줬는지
등더리, 허리 쪽에 뻣뻣한 쥐같은 담이 덥썩 맺히네?...
漸入佳境 (점입가경)이다. 어휴~
갑갑해지다 못해 짜증까지 솟구치고, 당연히 고통까지 덕지덕지 밀려온다.
그래도 내겐 다른 방법이 없다.
이 모든건 내가 겪어내어야 할 일. 내가 책임져야지 뭐~!
부들부들 떨며 산신제 행사를 꿋꿋이 진행한다.
남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거다.
그러며 생각한다
몸.. 이거 하나에 내 남은 노년을 다 기대어야 하는데~
그동안 나. . . 너무 소홀히 대했나보다. 이게 뭐니?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산신령님... 부디 잘 보살펴서 새로운 나케로 거듭나게 도와주십시오.
저도... 꼭 실천해서
내 몸이 더 나아지도록 반드시 바꿔보겠습니다. !!!
오른 김에 남은 장산 정상과 둘레길은 다 돌아야 되지 않겠는가?
가고픈 사람만 추려서 진행한다.
다들 더이상 안오른다는 얼굴로... 반항을 하는거 같다 .
하기사 이곳은 늘 자유로운 곳이니...
시계를 보니 2시다.
옥녀봉에서 두시 출발이면~ 정상까지는 3시 안에 충분히
가고 남겠다 싶었는데... 덴장~!
열심히 걷다보니 길은 이쁜데 ~
몸이 안좋긴 안좋은지... 뭔가가 올라온다.
-_-';;;
추운데 계속 떨고 있다보니 모든 기능이 경직되어 있었는데
거기에다 ~ 바로 탁주랑 먹어댔으니 소화가 되겠는가?
급하게 허겁지겁 먹었던 음식물들 그대로~ 체했나 보다.
그게 혈관을 막았는지. . . 종아리에 쥐가 불쑥 찾아왔네? 내 미친다.
말이가 막걸리가?
당최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차마 부끄러워 말 못하겠다.
근데. . . . 내 성격상 말 안하고 넘길순 없자나~
여성회원들의 따뜻한 정성, 사랑, 도움을 받아
어깨주물림도 당하고, 손가락도 따이고, 소화제까지 얻어 먹는다...
참 우습다. 내 꼬라지...
인간적인가, 이게?
암튼... 새로 만들어진 장산 정상석은 군부대 안에 있기에 일반인에게 개방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해주기에...
미친척 속도내어서 올랐다.
호흡도 가쁜체 겨우 철문 앞에 쓰러질듯 도착해 들어서니
시계가 2:57이다.
007작전도 아니고...스릴감이 넘치다 못해 터지겠다
아슬아슬하게 정상석 사진 후다닥~ 찍고... 나오는데
많은 사람들이 철문 입구에서 저지당한체 못들어가고
그저 부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거 있지~ ㅋㅋ
이 다음은 룰루랄라 ~♡~
걸으며 생각한다.
고집피워서 회원들 다 데리고 정상까지 올렸으면 어떻게 되었겠냐고~
어 휴~! 악몽이닷~
듣도보도 못한 욕 다 먹을뻔 했다고... 소름이 마구 올라오더라 ㅋㅋ
이렇게 힘든줄
본인도 상상조차 못했다는거. (나 솔찍하자나~! ㅋㅋ)
암튼~ 멋진 장산의 제모습~(돌무더기 너덜길 경치는 아주 훌륭했다.)
훌륭한 길 골고루 다 맛보고 다시 대천공원 도착하니 4시반.
늦어도 4시까지 간다 했는데... 쫌 그랬다.
- - - - - -
뭐 이정도까지만 하자.
암튼... 오늘 많이 부끄러웠던 하루... 생각할 것도 많다.
예전에 내 몸과 지금의 내몸이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인다는 거~!!
깨달았으니 방법을 찾아야 할 것 아니냐
나케는 다시 태어나렵니다.
보다나은 내일을 향해 담배끊고, 술 줄이고~ 나태한 습관 등을 정리해서
나아진 나케, 새로운 나케를 만들어내리라~~!
대천공원 입구~
살쪄서 허둥대는거 봐봐...클났다 -_-;; (사람이 둔해보이고 모자라 보이자너~)
옥녀봉 뒤에 산신제상을 차린다
준비과정에 빠지는게 있나 살펴보는 중~
산신령님.. 건강하고 즐겁게~~ 꼬옥 좀 . . . 잘 부탁드립니다.
이 정상석 하나 찍으려고...새빠지게 뛰어올랐다는거 아녀~ ㅋㅋ
폭포사 입구~
특별출연 푸우형과~~ ㅋㅋ
첫댓글 부산에서 시산제를 지내셨군요.
저도 대구가 고향으로 부산에 둥지틀고 사는 터에 이렇게 대구 산행팀이 시산제 산행을 부산으로 오셨다니 더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꿉벅~
부산에서 산신제를 지냈습니다.
대구가 고향이시니 더욱 반가우셨겠습니다.
올 한해도... 행복한 산행, 안전한 산행 응원합니다. ^^
시산제 지내 본적도 넘 오래 되었네요
이제 몇명이 되지 않으니 시산제 그냥 넘어 갑니다
그래도 준비를 많이 하시고 정성이 가득하여 올해 무사 산행일 겁니다
장산이 군부대 안쪽에 있네요
아직 용천지맥에 속하고요
아직 미답이라 올해는 가지 싶은데 그때 부리나케님 생각을 더날겁니다
올한해 모든 산친구들 안산 즐산 하시고 행복한 산행 이어가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따뜻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겨울이 아무리 누르고 눌러도 계절은 이렇게 자기 자리를 찾아오는 거 보면
우주의 조화가 신비롭기만 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
유유자적 트레킹 답게 부산 장산을 택하셨네요.
장산 오름길 결코 만만치않은데...
돼지머리 운반을 감내하셨다구요? ㅎㅎ
산신제를 지내면서 올 해의 건강과 행운을 빌었구요..
멋진 산행길 기대합니다. 화이팅!
장산 오름길이 만만치않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예전에 오를 때는 간비오산 거쳐서 올랐는데...
그땐 하나도 힘 안들고 유순한 길이었다고 느꼈는데 어젠 왜그리 힘들었을까요?ㅋㅋ
늘 방장님 고맙습니다.
행복한 한해 응원합니다~~ ^^
고생=정성, 땀방울=정성.
이 명제는 착각할 수 없는 진리라는데 백퍼 공감합니다.
그 고생만큼, 그 땀방울만큼, 마음이 따라가는 거니까.
'산대장이 돼지머리는 책임지는 거',
여기까지는 상식적인 공감거리로 뜻매김되는데,
산대장의 저체온증, 음식물 체증, 종아리 쥐 등등은 모임전체를 위해 독이 될 터인데....
반면, 부대 안 정상석을 대면하려는 책임감 있는 질주에서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산대장의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저질체력 간파하시고 새롭게 태어나려는 나케님의 의지에서 큰 희망을 봅니다.
생각만으로도 가슴 뛰는, 산세상의 주인이신 산신령님이시여,
부리나케님에게, 숨막히도록 벅찬 산세상의 좌표를 콱 찍어주시고,
부리나케님에게, 올 한 해도 산으로 향하는 뜨거운 마음길을 길라잡아 주소서.
ㅎㅎ 쑥쓰럽습니다.
이렇게 보잘것 없는 사람에게 그렇게 큰 응원을 해주셔서...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산으로 향하는 뜨거운 열정을 올 한해도 열심히 불태워보겠습니다.
의지는 있는데 실천이 힘들고, 실패는 해도 노력은 계속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추진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 나오지 않겠습니까?.
체력이 몰라보게 나빠져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원래는 안 그랬는데 중얼거리며 후회해봐도... 답은 없고
냉혹한 현실을 다시보고 또다시 열심히 노력해봐야겠지요 ...
고맙습니다. 꿉벅~
나케님!
아름다운 해운대 마린시티가 내려다 보이는 장산에서 시산제를 준비하셨네요.
토끼띠라 그런지 돼지머리 귀가 바짝 섰습니다.
시산제 지나고 저 중요한 돼지머리를 그냥 개골창에 버리고 오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거 찜통에 넣고 뎁혀서 얼굴 비껴먹으면 그게 뽈살이고 오도독살 아니겠습니까마는....
장산이 개방되었다는 소식은 접했는데 시간 제한이 있네요.
올 한해 시산제에 기원하신 바대로 저질체력에서 벗어나시길 응원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퐁라라님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셨어요? ㅎㅎ
장산 만만하게 예전생각하고 추진했는데...저질체력의 한계가 바로 드러나더라구요.
몸이 맛이 갔어요 ㅋㅋ
제사 올린 돼지머리 절대 안 버립니다.
그거
쓰레기 되잖습니까? ㅎㅎ
탄소중립화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모두들 노력해야겠습니다.
좋은하루 되십시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