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몸살감기/靑石 전성훈
‘오뉴월 감기는 강아지도 걸리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는데, 난 강아지보다도 못한 신세이다. 며칠 전부터 팔다리가 약간 쑤셔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무심히 넘겼다. 목요일 밤 잠자리에서 기침을 자주하여 더운 날씨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평소처럼 체조하고 오전 6시 반경 초안산 산책에 나섰다. 숲길을 걸으면서 물을 짬짬이 마셨다. 1시간 반 정도 걸린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까 이상하게도 기운이 없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샤워하고 아침을 먹는데 전혀 입맛을 느낄 수 없었다. 평소 1년에 한두 번을 제외하고 늘 맛있게 먹는 편인 나로서는 정말로 의외였다. 밥을 절반도 먹지 못하고 그대로 숟가락을 놓고 말았다. 잠시 거실에서 서성거리며 몸과 정신 상태를 그려보니 책을 읽을 수 없을 것 같아 소파에 누웠다가 결국은 침대로 향했다. 두 시간 정도 비몽사몽 간에 잠을 잤더니 등허리가 따뜻하였다. 몸에 열이 있는 듯하고 기운을 차릴 수 없고 기침은 끊임없이 나왔다. 오후에 들어서도 몸 상태가 계속해서 좋지 않아서 동네 소아청소년과 내과 의원을 찾았다. 대기인원이 너무 많아 접수하고 다시 집으로 왔다가 40분 정도 지나서 의원에 갔다. 내과의원 복도에 여성 두 분이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에 코로나 검사를 받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차례가 되어 의사를 만나니 체온계를 귀에 넣고 체온을 쟀다. 38.3도의 고열 증세가 있다며 복도에서 대기하란다. 결국은 나 역시 코로나 감염 검사를 받았다. 옆에 있던 여성 두 분은 모두 양성이라며 의사가 설명을 해주었다. 한동안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간호사가 부르더니 진찰실로 가라고 한다. 그 소리를 듣자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의사가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다며 몸살감기인 것 같다고 했다. 5일분 처방전을 발급해준다. 해열 치료제, 기침 제거제. 가글액 그리고 색색 가지 정제 네 알이 들어간 약 뭉치이다. 집에서 걱정하고 있던 아내에게 이야기를 전하자 다행이라고 한다. 아내가 가슴을 쓸어내린 이유가 있다. 8월 초순 가족 해외여행을 떠날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이른 저녁으로 뜨거운 물에 끓인 누룽지를 조금 떠먹고 약을 먹은 후에 피로하여 잠자리에 누었다. 손주들이 떠드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그대로 꿈나라에 빠졌다. 금요일 밤에는 그다지 기침을 하지 않았는데 새벽 무렵부터 기침이 심해졌다. 거의 12시간을 침대에 누웠다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는데 기운이 없어서 체조를 할 수 없었다. 그나마 아침 기도를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침 혈압을 재니까 정상 수준으로 며칠 간의 수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 거실을 왔다 갔다 하였다. 이틀 전에는 몸 상태가 좋으면 토요일에 모처럼 산행을 해 볼까 했었는데 이룰 수 없는 허무한 꿈이 되어버렸다.
2022년 3월 초순에 코로나에 걸려서 일주일 자가 격리하면서 지낼 때는 목소리가 잠겼을 뿐 다른 증세는 없었는데, 지금은 목소리도 잠기고 몸에서 열이 나고 입맛도 잃고 기운이 없다. 7월의 마지막 토요일 아침 창가에서 들어오는 햇볕이 그렇게 따가울 수 없다. 온몸에 땀이 흐른다. 침대에 계속 누워있으면 기력을 회복하기 힘들 것 같아 억지로 의자에 앉아서 글을 쓰면서 스스로 용기를 불어넣는다. 누구에게나 몸이 아프거나 정신적으로 또는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기 마련이다. 그때 어떤 마음을 가지고 대하는 가에 따라서 그 이후의 상황이 사뭇 다르게 펼쳐지기 마련이다. 항상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라지만, 어느 때 어느 순간 몸이 무너지고 마음도 약해질 줄 모른다. 몸을 잘 추스르고 기운을 차려서 정상적인 몸 상태로, 바라고 고대하였던 여행을 잘 다녀오기를 바랄 뿐이다. (2023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