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는 말이야
(김일중)
나 때는 말이야
아버지가 첩을 얻어도
술주정뱅이여도
아무 말 하지 못했지
나 때는 말이야
배고파서
참외서리 고구마서리 해도
경찰서에 가지 않았지
나 때는 말이야
쌀밥에 계란말이·콩자반
도시락이면 왕의 식사였지
나 때는 말이야
학교 가서
선생님께 얻어맞아
눈이 퉁퉁 붓고
종아리가 띵띵 부어 와도
부모님은 너 사람 만들려고
때린 사랑의 매라며 그냥 넘어갔지
나 때는 말이야
아무리 고되고 힘든 일이라도
밥벌이라면
몸이 부서지도록
죽도록 일을 했지
나 때는 말이야
장가 못가고 시집 못가면
세상이 무너지고
세상 바보천치가 되는 줄 알았지
나 때는 말이야
어른들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곧이들었지
자식들· 젊은이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
아름답고 서글픈 추억
나 때는 말이야
카페 게시글
詩人│ 김일중
나 때는 말이야
김일중
추천 0
조회 10
23.12.08 12:47
댓글 1
다음검색
첫댓글 공감합니다.
지금을 살고 있지만 어느 때를 살아내야 하는지 제 자신에게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