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향기를 음미하는 그는 알고보니 술을 많이 하지 못한다. "그래도 와인에 빠질 수 있을 만큼 와인은 매력적이에요. 좋은 와인의 향은 내내 감돌아요." 입속과 머릿속에서 향기의 화려한 축포를 터뜨린다고 할까. 하기야 하나의 와인 속에는 인간의 감각이 마저 잡아낼 수 없는 450~500가지의 향이 들어 있다고 한다.
부산 호텔농심의 이동규(41·사진) 소믈리에. 그는 지난 3년간 부산소믈리에협회 회장을 맡았고, 올해 한국소믈리에협회 부회장이 되었다. 최근 열린 '2009 코리아 와인 챌린지'(제5회)에서 지역의 소믈리에 중 유일하게 결선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결선에는 세계적인 미국의 마스터 소믈리에인 이반 골드스타인을 비롯해 총 15명이 심사위원으로 나섰다.
-올해 심사는 어땠나?
△"올해는 총 784종의 와인이 출품됐다. 그중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트로피 와인 5종과 금메달 와인 37종 등을 택했다." 그가 권하는 트로피 와인인 칠레의 '수야이 2005'(레드)는 색이 진했고, 힘이 느껴지는 묵직한 향을 풍겼다.
"와인은 색 향 맛을 골고루 음미해야 한다. 색도 ①잔을 그대로 놓고서 보고 ②다음 기울여서 보면서 즐겨야 한다. 그러면 품종과 숙성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기울인 잔을 바로 놓았을 때 잔 표면에 길게 흘러내리는 포도주를 '와인의 눈물' '와인의 다리'라고 하는데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독일에서는 그 형상을 두고 '교회의 창문'이라고도 한다." 맛보기 전에 표현에 이미 취할 정도였다.
-이제껏 마신 최고의 와인은 뭔가?
△"1천500만~2천만원을 호가하는 프랑스 와인 '로마네콩티' 풀 세트였다. 지난해 손님들이 가져온 것을 조금 맛본 적이 있다. 황홀했다."
-부산에서 그렇게 비싼 와인을 마시는 이들이 있나?
△"있다. 값비싼 프랑스 5대 샤토 와인을 8~10명이 3~6개월간 돈을 모아 마시는 경우도 있다. 부산에서 와인 전문가는 지금 50~100명을 헤아릴 수 있다. 한국의 와인 시장을 보면 서울이 80%, 부산 대구 제주 등지가 20%를 차지하고 있다."
-대중적인 와인은 없나?
△"호주의 '우드 헨지', 미국의 '클로 뒤발'과 '루더포드 힐'은 4만~10만원대의 가격이다. 정말 매력이 넘치는 와인들이다."
-와인의 색과 맛을 음미하는 방법은?
△"1차향은 아로마 향으로 잔을 흔들지 않은 채 그대로 음미하는 포도 품종의 향이며, 2차향은 부케 향으로 잔을 흔들 때 온갖 꽃의 향이 만개하는 복합적인 향이다. 맛을 음미할 때는 잔을 흔들어 향을 맡고 ①먼저 그냥 마신다. ②그리고 두 번째는 조금 머금은 와인을 입안에 7~8초간 잡아놓고 혀를 완전히 적시도록 한 뒤 삼킨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입속으로 공기를 '스~'하는 느낌으로 흡인하고서 입을 다무는 그때 와인의 향이 입안에서 만개하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그 향이 오래갈수록, 복합적이고 밸런스가 좋을수록 '피니쉬(finish)'가 좋다고 한다. 와인은 상당히 복합적인 매력을 지닌 친구 같다. 똑같이 발효로 완성되는 김치가 좋은 이유와 거의 비슷하다." 최학림 기자
<2009 코리아 와인 챌린지 트로피 와인 5종>
1. 코노 수르 20 배럴즈 리미티드 에디션 쇼비뇽 블랑 2008 (칠레, 화이트, 10만원대)
2. 더 오라클 2005(미국, 레드, 39만원대)
3. 수아이 2005(칠레, 레드, 13만원대)
4. 제이콥스 크릭 세인트 휴고 카베르네 쇼비뇽 2005(호주, 레드, 8만원대)
5. 샹파뉴 되츠 브뤼 클래식 NV(프랑스, 스파클링, 13만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