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정책과 경기둔화 여파로 대중 수출이 부진을 이어가고 있으나, 많은 소비재 수출 기업들은 오히려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1가구 1자녀 정책이 폐지되면서 유아용품 수출이 급증하고 있으며, 생활수준이 향상된 중국
소비자들은 웰빙과 안전성에 관심을 기울이며 한국산 농식품을 찾고 있다.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른 공기오염이
심화되면서 공기청정기도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 그동안 대중국 수출을 이끌었던 조선업과 철강 등 중공업은 지고,
유아용품과 식음료 등 소비재가 대중국 수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분유 필두로 관련제품 수출 호조
●유아용품 = 중국의 산아정책이 풀리면서 중국으로 유아용품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안전성 문제로 아이 만큼은 수입 제품을 이용하겠다는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분유의 경우 지난해 수출이 1억1300만달러를 기록하며
2011년(3600만달러)과 비교해 약 3배 성장했다.
현재 중국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국내 분유업체f로는 매일유업이 있다.
매일유업은 2007년부터 ‘매일 금전명작’ 분유 수출을 통해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철저한 안전관리에 기반한
고품질 한국산 분유로 시장에서 인정받으며 수출액이 2011년 630만달러에서 2015년 3800만달러로 대폭 증가했다.
남양유업도 지난 2011년 중국으로 503만달러를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3500만달러를 돌파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분유시장은 매년 축소되는 반면 중국은 지난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인한 자국산 분유에
대한 불신이 커져 외국산 분유제품이 전체 시장의 8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중국 산아제한 정책 완화는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유아용품에 긍정적 요인”이라며 “하지만 중국에서
판매되는 영유아 분유의 ‘배합분유 성분등록제’가 2018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라 국내 수출업체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유 수출에 힘입어 관련용품 수출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유아용품업체인 보령메디앙스는 인체에 무해한 유아용
젖병세제를 개발해 중국 수출이 2014년 89억원에서 지난해 147억원으로 65% 이상 늘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11일 진행된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에서는 전년(21억5000만원)대비 약 20% 늘어난
약 2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보령메디앙스의 비앤비 세탁비누와 유아세제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싸이트인 알리바바가
선정한 최고 인기 한국 상품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티몰에서도 3년 연속 관련상품 월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보령메디앙스 관계자는 “현재 수출의 90%가 중국”이라며 “중국이 2자녀 정책을 실시하면서 앞으로 중국 매출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젖병을 수출하는 베이비드림도 ‘모유체험젖병’을 개발해 중국으로의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른 수입제품과
비교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중국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박주성 베이비드림 대표는 “전 세계 수출을
목표로 베이비드림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유아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유 외에도 유아용 화장품과 장난감 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대중국 장난감 수출은 최근 5년간 2.5배 증가했으며,
올 1분기에도 13.5% 수출이 늘어났다. 유아용 화장품의 중국 수출도 지난해 14.5% 성장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보이면서 한국산 유아용품의 인기는 당분간
동반 상승할 것”이며 “다만 세계 합계출산율이 30여년 전과 비교해 44% 감소된 수준으로 향후 글로벌 저출산이
유아용품 수출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류열풍 K푸드로 잇는다
●농식품 = 수출 부진에도 대중국 농식품 수출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농식품 수출은 61억1000만달러로 1.2% 감소했지만, 대중국 농식품 수출은
6.2% 증가했다. 최근 방영된 ‘태양의 후예’로 인한 한류열풍으로 인삼과 삼계탕 등
K-푸드 및 한국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대중국 농식품 수출은 올해 더욱
늘어나 일본을 제치고 중국이 한국 농식품 수출 제1위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 중국 수출을 이끄는 대표적 기업에는 오리온이 있다. 제과업체 오리온은 2000년대
초반부터 ‘초코파이’ 중국 진출을 시작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오리온 중국 법인은 리글리(Wrigley), 몬델레즈(Mondelez)와 같은 글로벌 식품업체들을 제치고 업계 최고 매출 신장(14%)과 영업이익 증가(23%)를 기록해 현지 대표 제과업체로 입지를 굳혔다. 올해로 예정돼 있는 프리미엄 제품의 중국 출시가 본격화되면 오리온의
현지 시장 성장세는 더욱 급격해질 전망이다.
오리온 외에도 앞으로 과자류 수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9월 22일부터 중국
정부가 과자에 함유된 세균수 기준을 완화한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과자에 엄격한 세균수 기준을 적용했다.
단팥 등 ‘소’가 없는 과자에는 1g당 세균 750마리 이하를, 소가 있는 과자에는 1g당 2000마리 이하의 세균이 들어있어야
수출이 가능했다. 국내는 ‘소’ 함유여부와 관계없이 1g당 1만마리 이하면 된다. 앞으로는 5개의 검체 중 2개까지는
세균이 10만마리 이하가 검출되도 수출을 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선 ‘맛이 없다’는 편견에 시달리면서 수입 맥주에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는 국산 맥주의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맥주 수출은 85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7630달러보다 11% 증가했다. 맥주 수출은 중국이
이끌고 있다. 2014년 방영된 ‘별에서 온 그대’ 등 드라마의 영향으로 한국산 맥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지난해 대중국
맥주 수출은 40% 가량 급등했다. 국산 맥주는 도수가 3.8~6.7%로 중국산(7~12%) 보다 낮고 톡쏘는 청량감이 있어
중국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구매가 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1994년 중국에 진출해 해마다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광고모델로 송중기를 기용해 중국시장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내 한류열풍으로 한국 맥주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소주와
맥주를 합친 ‘소맥’처럼 폭탄주 마케팅을 지속하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대기오염에 공기청정기 히트
●소형가전 = 중국이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겪으면서 공기
청정기가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 최근 중국 내 점유율이 줄었지만,
스마트 기능을 탑재한 프리미엄 제품을 확대해 반격에 나서고 있다.
2008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을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 올해는 사물인터넷을 연계한 퓨리케어 공기청정기로 중국 시장을 강화하고 있다. 스모그와 황사가 심한 중국 환경에 맞춰 필터성능을 강화하고 중국인들의 성향을 반영한 디자인과 색을 적용해 제품을 출시했다.
코웨이는 공기청정기 전체 물량 가운데 40% 이상을 제조자개발생산
(ODM) 방식으로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중국 현지환경에 맞춘 양면흡입방식의 공기청정기와 IoT 공기청정기 등
프리미엄 제품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동양매직도 IoT 공기청정기와 앞면에 LCD패널을 탑재한 제품 등 고급 제품을 늘리고 현지 AS센터 운영을 강화하고
있다. 쿠쿠전자의 경우 기존 쿠쿠 밥솥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공기청정기까지 확대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중국 진출도 눈에 띈다. 초소형 음이온 공기청정기 전문업체 세종아이앤텍은 지난 3월부터 중국으로
수출을 타진해 온 결과 최근 중국 상하이 소재 유통업체 상하이워건축설계유한공사와 음이온 공기청정기 ‘닥터 에어
톡톡’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 제품은 담뱃갑 크기만 한 미니 공기청정기로 1cc당 300만개 음이온을 사방 3m까지
방출한다. USB 포트로 충전해 사용할 수 있고, 본체와 데크를 분리 할 수 있도록 설계해 원하는 공간에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대영전자의 공기청정기 중국 수출도 눈앞에 두고 있다. 대영전자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중국 선양과 칭다오에 마련한
해외전시판매장에 제품을 전시해 현지 바이어와 수출 협의가 진행돼 조만간 자체 브랜드로 중국 시장에 상륙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