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IT 메신저 '텔레그램'의 창립자 파벨 두로프가 지난 주말 잇따라 주목을 끌었다. 그가 지난 2년간 사용한 스마트폰이 180달러 상당의 저가형 삼성 스마트폰이라는 사실을 사용하면서다.
rbc와 가제타루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두로프 CEO는 9일 고장난 스마트폰의 분해 사진을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 올렸다. 지난 2년간 사용한 스마트폰인데, 두바이의 더위 때문에 고장난 180달러 짜리 저가 삼성 스마트폰이라고 설명했다. 가격과 사진으로 판단하면 삼성 갤럭시 A52로 추정됐다.
미 경제 잡지 포브스에 의해 자산이 무려 155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적인 갑부가 왜 값싼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한 것일까?
그는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가입자들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며 "직접 사용해보고, 그 경험을 통해 메신저 서비스를 개선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과열로 인해 스마트폰이 작동을 멈춰, 휴대폰을 바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게시글은 채 한시간도 안돼 조회수 25만 회를 기록했으며, 수만 건의 댓글이 달렸다.
10년 전(2014년) 자신이 개발한 러시아판 페이스북 '브콘닥테'(VK)를 매각하고 러시아를 떠난 두로프는 지난 4월 터커 칼슨 전 미국 '폭스뉴스'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로 다시 돌아갈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주된 이유로 러시아에는 "양심적이고 독립적인 법원(사법 체계)이 부족하고, 서로 상충되는 법률이 많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브콘닥테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독일에서 새로운 메시지 플랫폼인 '텔레그램'을 개발, 론칭해 또다시 대성공을 거뒀다.
터커 칼슨 전 앵커와 인터뷰하는 두로프 CEO/유튜브 캡처
그가 주말에 주목을 받은 이유는 또 있다. 텔레그램이 전세계적으로 한 시간 가량 서비스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8일 "텔레그램 메신저 기능이 키예프 시간으로 저녁 9시 30분 부터 1시간 동안 멈춰섰다"고 전했다. 접속 불가및 오작동은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독일과 카자흐스탄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두로프와 텔레그램 측은 이에 대해 공식 성명을 내놓지 않아 비판의 대상이 됐다.
텔레그램/사진출처:픽사베이.com
공교롭게도 전날(7일) 두로프 CEO는 '텔레그램 스타'(Telegram Stars)라는 내부 결제 시스템의 론칭을 알렸다. '텔레그램 스타'를 이용하면, 안드로이드와 iOS(아이폰)의 디지털 앱 서비스(인앱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가 기존의 30%에서 제로(0)가 된다고 했다. 전자책과 온라인 강좌부터 텔레그램플랫폼의 게임 아이템에 이르기까지, 모든 디지털 서비스에서 수수료 없이 '텔레그램 스타'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그는 밝혔다. 이 서비스가 8일의 텔레그램 '다운' 현상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한편, 유럽연합(EU)는 사용자가 급증한 텔레그램을 자체적으로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EU의 유럽 가치 및 투명성 확보를 담당하는 집행위원(최고위 관리)인 베라 조로바는 지난 1일 러시아와 EU에 비우호적인 국가들이 텔레그램에 대한 규제 부족을 악용해 EU의 동부 지역 회원국에 '허위 정보'를 퍼뜨릴 수 있다며 통제 방침을 분명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