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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얼마동안 잡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놈의 <엘리자벳>!
은혜하는 소프님의 외도(?) 때문에 접하게 된 뮤지컬. 소프님에 대한 팬심으로 <팬텀>과 만나고, 감상을 위한 공부를 하다 <오페라의 유령>을 만나고, 기회가 되면 한번은 꼭 도전해보고 싶다는 (소프님) 얘기에 <엘리자벳>을 만났다.
<팬텀>과 <오페라의 유령>에 대해선
(두 작품의) 비교란 글로 지난해 말 정리를 마쳤다. 그리고 <엘리자벳>에 대해선 언젠가 다룰 기회가 있겠지... 미뤄왔다가 ‘옥장판 사태’를 계기로 작심을 하고 품을 들였다. 달랑 작품 하나 감상하는데 작심까지?
예술이란 게 그렇다. 작품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무릇 작품에는 배경이란 게 있기 마련이다. 허구이든 사실이든 창작자의 촉수를 건드린 그 배경을 알아야 온전히 작품을 이해하게 된다. 문제는 작품의 배경을 알아본다는 게 시간으로나 열정으로나 녹록한 일이 아니란 데 있다.
<엘리자벳> 역시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깔고 있다. 흔들리는 오스트리아 황실의 실질적 마지막 황후로 비극적 최후를 맞이했던 엘리자베트가 창작자에게 영감을 주었다. 끝물 조선 황실의 민비가 뮤지컬 <명성황후>로 제작된 것처럼.
cf. 실질적- 합스부르크(오스트리아) 제국의 마지막 황제는 카를 1세. 그의 배우자 치타가 마지막 황후였다. 그러나 카를 1세의 재위가 1916~1918 2년에 불과해 임팩트가 거의 없다. 오스트리아는 1919년 공화국이 되었다.
cf. <명성황후>
이문열의 희곡 「여우사냥」을 바탕으로 1995년 제작된 뮤지컬. (공보다 과가 많았던) 민비의 삶을 긍정적으로 묘사해 일부 비판이 있었다.
<엘리자벳>
1992년 초연한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베트 폰 비텔스바흐의 삶을 그린 뮤지컬. 실베스터 르베이가 작곡, 미하엘 쿤체가 극작을 했으며 이 콤비가 만든 작품들 중 가장 흥행했다. 11개 국가에서 7개의 언어로 공연돼, 1,000만 장 가까운 티켓이 팔렸다고 한다. 국내에선 2012년 초연됐고, 2022년 10주년 공연이 올라올 예정이다.
* 주요 등장인물
엘리자벳(Elisabeth)
오스트리아 황후로 애칭은 시씨. 새장 같은 궁중의 삶에 갑갑해하며 20년 가까이 외지로 나돈다. 늘 죽음의 유혹을 받다가 결국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다.
토드(Tod)
죽음을 의인화한 캐릭터 토드. (작품에 따라) 매력적인 남성과 여성을 오가며, 평생 시씨를 유혹해 죽음에 이르게 한다.
루케니(Louigi Lucheni)
시씨를 암살한 무정부주의자. 극 중에선 해설자의 역할을 맡아 인물들의 부정적인 면을 고발하기도 하며 객관성을 유지해준다.
요제프(Franz Joseph)
오스트리아 황제로 시씨의 남편. 전형적 마마보이로 시씨에게 절망을 안겨준다. 진심으로 시씨를 사랑했지만, 정작 그녀가 원한 자유를 주지 못한다.
루돌프(Rudolf)
오스트리아 황태자로 시씨의 아들. 아버지와의 정치적 대립과 어머니의 무관심 속에서 방탕한 삶을 산다. 토드의 유혹을 받아 자살한다.
소피(Sophie)
오스트리아 대공비로 시씨의 시모&이모. 친언니의 딸을 며느리로 데려온 후 친정에 가까운 실력행사로 아들&며느리 내외를 괴롭힌다.
* 줄거리
프롤로그에선 위엄 있는 목소리가 시씨를 암살한 루케니를 심문하다. 루케니는 시씨 자신이 원했던 죽음을 집행한 것뿐이라 말하며 증인으로 이해관계자의 혼령들을 불러온다. 토드가 등장해 죽음의 무도를 마치면 극이 시작된다.
황족 떨거지의 신분임에도 자유분방한 삶을 살고 있는 시씨가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 아버지 막스 공작에게 따라가겠다며 재롱을 떤다. 정치엔 아예 관심이 없는 막스가 친척 모임을 피해 도망치듯 떠나자 남겨진 시씨는 어쩔 수 없이 모임에 끌려간다. 지루한 얘기들에 따분해진 시씨는 재미삼아 나무에 오르다 떨어지게 되고, 극적으로 토드에게 구함을 받는다.
이후 엉겁결에 언니를 대신해 황후가 되고, 모진 시집살이는 물론 남편&아들과 갈등을 빚다가, 자유를 찾고자 떠돌던 외지에서 아나키스트의 칼에 맞아 생을 마감한다. (상세한 줄거리는 뮤지컬 넘버에 따라 살을 붙인 축약 대본을 참조하시길.)
* 초연 감상 후기
https://www.youtube.com/watch?v=ZLeYAOEj3zw
극치의 비장감과 흥겨움이 공존한 작품이었다.
중간이 없었다. ‘그림자는 길어지고’나 ‘행복은 너무도 멀리에’ 등의 비장한 장면에선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졌고, ‘행복한 종말’이나 ‘내숭 따윈 집어치워요’ 등의 흥겨운 장면에선 끝없이 공중으로 부양했다. 2시간의 공연에 지루할 틈이 없었던 것은 탁월한 연기와 가창력을 겸비한 출연진과 훌륭한 오케스트라 외에, 실존 역사에 재미를 가미해 제대로 고증한 미하일 쿤체의 극작, 장면마다 적확히 배치된 실베스터 르베이의 음악이 큰 몫을 했다. (대여섯 번을 봐도) 보면 볼수록 몰입감이 증대되는 고약한(?) 공연이었다.
*뮤지컬 <엘리자벳> 축약 대본
-이글루스(heilt.egloos.com/4508657) 대본을 기본으로, 1992년 초연을 참조해 축약했다.
대본은 요기 ☞
-막&장은 나무위키 내용(넘버)을 기본으로, 이글루스 대본과 초연 영상을 참조해 첨삭했다.
-각 장의 축약된 내용에 대해선 대본 외에 개인적 사족이 첨가되었다.
프롤로그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벳을 시해한 루케니의 영혼이 소환되어 심문을 받고 있다.
음성: 루케니, 엘리자벳 황후를 시해한 이유가 무엇이냐.
루케니: 그만 좀 하시지. 밤마다 같은 질문을. 벌써 100년째. 난 이미 죽었는데.
음성: 배후를 불어라.
루케니: (배후는 무슨!) 그녀가 원했기 때문이다.
루케니의 증인으로 죽은 영혼들이 소환되고, 중성적 매력을 뿜어내는 토드(죽음)가 등장한다.
영혼들: 옛 세상은 가라앉았고 육신은 썩었으며 광채는 바랬다. 그러나 영혼들이 어울리는 곳에서는
아직도 죽음의 무도가 펼쳐진다... 모두들 춤을 추었네. 죽음과 함께. 그러나 아무도 엘리자벳처럼 추지는 않았네.
토드: 나의 임무는 파괴. 나는 냉혹하게 수행한다. 내게 속한 자는 어리든 늙었든 끌고 간다.
둥둥 울리는 타악이 고조되는 가운데 루케니가 다시 취조를 받는다.
음성: 배후가 누구냐?
루케니: 사랑.... 죽음.
영혼들: 엘리자벳, 엘리자벳, 엘리자벳, 엘리자벳, 엘리자벳...
1막
1장. 당신처럼(Wie Du)
시씨: 아빠랑 같이 가면 안 되나요? 가정교사가 날 가만두지 않아요.
막스: 이번엔 안 된다. 얌전히 있거라.
1853년 6월. 15세의 시씨(엘리자벳의 애칭)가 아빠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 엘리자벳의 부친은 왕족의 먼 떨거지로 (왕실의 규율에서 벗어나) 딸들을 자유롭게 키우고 있다. 막스 공작이 떠나자 시씨는 친척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는다.
2장. 모두 반갑군요(Schön euch alle zu seh’n)
루도비카: 우리 집안은 출세할 거야. 헬레나는 황후가 될 것이니까.
친척들: 막스의 딸이 황후가 된다고?
시씨의 엄마 루도비카가 친척들에게 맏딸 네네가 (조카이자 황제인) 프란츠 요제프와 선을 볼 것이라 자랑한다. 친척들이 웅성거리는 와중 장난기가 발동한 시씨가 나무에 오르다가 떨어진다. 절체절명의 순간 토드가 시씨의 목숨을 구한다.
cf. (밑줄에서) 친척들이 놀란 이유 ⇒ 네네&시씨의 아버지 막스 공작이 정치적 야심이라곤 1도 없는 인물이기 때문.
3장. 신이여, 젊은 황제를 지켜주소서(Jedem gibt er das Seine)
요제프 황제가 몇 건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추기경이 등장해 교회의 학교 감독권에 대한 허락을 구하고, 대공비 소피가 고개를 끄덕이자 황제가 윤허한다. (헝가리 독립운동 관련) 사형수의 어미가 등장해 아들의 목숨을 살려 달라 간청하고, 요제프는 엄마의 싸늘한 반응에 선처를 거부한다. 요제프가 크림 전쟁에 대한 (오스트리아의) 입장을 밝혀달라는 러시아 대사의 요구에 다시 엄마의 눈치를 살핀다.
소피: 오스트리아 황제에게 안 되는 일은 없소. 전쟁은 다른 나라들이나 하라고 하세요. 행복한 오스트리아는 결혼할 지어다!
4장. 계획이란 소용없어(So wie man denkt)
루케니: 계획이란 아무 소용없어. 확실한 것은 한 가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대공비 소피는 황제의 정략결혼 상대로 네네(자매인 루도비카의 딸)를 추천한다. 루도비카가 딸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온다. 그러나 황제 요제프는 네네가 아닌 시씨에게 반한다.
cf. 자매끼리 사돈이 되고, 사촌끼리 부부가 되는 근친혼은 유럽 황실에선 흔한 일이었다.
5장. 날 혼자 두지 말아요(Nichts ist schwer)
시씨&요제프: 당신을 사랑하오. 나는 당신이 필요하오. 날 혼자 두지 말아요.
요제프가 보석 목걸이를 건네며 사랑을 고백한다. 시씨가 구애를 받아들인다. 요제프는 황후의 자리가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라 밑밥을 깐다. 하지만 철없는 시씨는 상관없다고 말한다.
(2막 '행복은 너무도 멀리에'의 멜로디가 이 대목과 같은 걸 눈치 챘다면 센스장이다. 구애를 받아들인 순간 이미 파경이 예정되었다는 복선이다. 이 작품은 유난히 밑밥&복선이 많다.)
6장. 모든 질문은 던져졌다(Alle Fragen sind gestellt)
추기경: 이것이 그대의 뜻이라면 예!라고 대답하시오.
시씨: 예! 예!
1854년 4월 24일 오후 6시 30분. 시씨와 요제프가 결혼을 한다. 토드가 멀리에서 그 광경을 지켜본다. 하객들의 노래는 축복이 아닌 저주에 가까워 둘의 결혼이 파국에 이를 것임을 예고한다. 의미심장한 가사들이라 (한 구절만 빼고) 통으로 옮겨본다.
"우리는 탈출구 없는 세계에 마지막 남겨진 자들. 모든 죄악들이 행해졌고, 모든 미덕들이 익숙해졌다. 저주들은 내뱉어졌고, 축복들은 개정되었다. 추함은 우릴 몸서리치게 만들지 못하고,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진부해진지 오래다. 선행은 교훈을 주지 못하며, 악행은 우리의 알 바 아니다. 더 이상의 기적은 없고, 더 이상 허물 경계도 없다. 우리는 모든 광경을 지켜보았고, 그 모든 소릴 질리도록 들었다. 질문들은 던져졌고, 기회들은 지나가버렸다. 우리에게 남겨진 마지막 세상은 끊임없이 자살을 꿈꾸고 있다... 고통들이 우리의 오락거리이기에 우리는 기꺼이 파멸을 지켜본다. 엘리자벳... 엘리자벳..."
7-1장. 그녀는 여기 어울리지 않아(Sie passt nicht)
하객들: 저 둘은 안 돼 절대로 안 돼. 그녀는 이곳에 어울리지 않아.
결혼을 축하하는 무도회장에서 이러쿵저러쿵 하객들은 황후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공비 소피와 시씨의 아버지 막스 공작은 (다른 이유로) 둘의 결혼에 대해 투덜거린다.
7-2장. 마지막 춤(Der letzte Tanz)
토드: 네 결혼식에 나는 하객일 뿐. 하지만 마지막 춤은 나와 추어야 하지.
자신을 거부하고 황제를 선택한 시씨에게 화가 난 토드가 저주 같은 축복을 퍼붓는다.
7-3장. 사랑과 구경꾼들(Liebe mit Gaffern)
루케니: 작은 새는 새장 안으로 날아들었고, 철창은 닫혔습니다... 자유롭게 태어나 아직 길들여지지 않는 존재란 드문 구경거리죠.
시씨는 자신들을 바라보는 하객들을 보며, (남편이) 황제가 아니었더라면 아무것도 자신들을 갈라놓지 못할 텐데... 읊조린다.
8-1장. 황후는 빛나야 해(Eine Kaiserin muss glänzen)
소피: 누군가 그녀에게 자신을 제어하는 법을 가르칠 때야. 복종하는 법도 못 배웠고.
모두들: 황후라면 모름지기 빛나야 해.
시씨의 시집살이가 시작된다. 시어미 소피는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일일이 가르치려 한다. 시씨가 남편에게 하소연해보지만, 요제프는 엄마 편을 든다. 시씨는 남편마저 남의 편이란 현실에 충격을 받는다.
8-2장. 나는 나만의 것(Ich gehör nur mir)
시씨: 그래 알아 당신들 세상에서 난 어울리지 않겠지. 하지만 이런 날 가두려고 하지 마. 내 주인은 바로 나야.
시씨가 꼭두각시 같은 황후의 삶에 절망한다. 자유를 갈망하는 이 대목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넘버 ‘나는 나만의 것’을 부른다. (극의 주제와도 같은 넘버라 전체를 옮겨본다.)
Ichwillnichtgehorsam
gezähmtundgezogensein
Ichwillnichtbescheiden
beliebtundbetrogensein
IchbinnichtdasEigentumvondir
dennichgehörnurmir.
나는 복종하지도
고분고분 길들여지지도 않을 거예요.
난 겸손하게
귀여움 받으며 속은 채 살고 싶지 않아요.
나는 당신의 소유물이 아니에요.
난 나만의 것이니까요.
Ich möchte vom Drahtseil
herabsehenaufdieseWelt
Ichmöchteauf'sEisgehn
undselbstsehnwielang'smichhält
Wasgehtesdichanwasichriskier
Ichgehörnurmir
나는 외줄 위에서
이 세상을 내려다보고 싶고
얼음 위를 걸으며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 스스로 알아내고 싶어요.
내가 무슨 위험을 무릅쓰든 당신에게 무슨 상관인가요.
나는 나만의 것인데.
Willstdumichbelehren
dannzwingstdumichbloß
zufliehnvorderlästigenPflicht
Willstdumichbekehren
dennreißichmichlos
undfliegwieeinVogelin'sLicht
나를 가르치려 든다면
곧 나를 이 지겨운 의무에서
도망치도록 강요하는 거예요.
나를 다른 길로 이끌려 한다면
난 속박을 끊고
새처럼 빛 속으로 날아가겠어요.
UndwillichdieSterne
dannfindeichselbstdorthin
Ichwachseundlerne
undbleibedochwieichbin
Ichwehrmichbevorichmichverlier
Dennichgehörnurmir
그리고 내가 별들을 따고자할 때는
내 힘으로 거기까지 도달할 거예요.
나는 자라고 배울 것이고
그러면서도 나 자신으로 남을 거예요.
스스로를 지키려하지도 않고 나 자신을 잃진 않을 거예요.
나는 나만의 것이니까요.
IchwillnichtmitFragen
undWünschenbelastetsein
VomSaumbiszumKragen
vonBlickenbetastetsein
Ichflieh'wennichfremdeAugenspür'
Dennichgehörnurmir
남들의 질문과
소망에 짓눌리고 싶지 않아요.
옷자락부터 목깃까지
시선들로 둘러싸이고 싶지도 않아요.
낯선 눈길들을 느끼자마자 도망칠 거예요.
난 나만의 것이니까요.
Undwillstdumichfinden
dannhaltmichnichtfest
IchgebmeineFreiheitnichther
Undwillstdumichbinden
verlaßichdeinNest
undtauch'wieeinVogelin'sMeer
날 찾고 싶다면
날 붙들지 말아요.
내 자유를 내주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당신이 나를 묶으려 든다면
난 당신의 둥지를 떠나
새처럼 바다 아래로 자맥질하겠어요.
Ich warte auf Freunde
undsucheGeborgenheit
IchteiledieFreude
ichteiledieTraurigkeit
DochverlangnichtmeinLeben
daskannichdirnichtgeben
Dennichgehörnurmir
Nurmir!
나는 친구들을 기다리며
안심할 곳을 찾고 있어요.
기쁨을 나누고
슬픔을 함께 할거예요.
하지만 내 삶을 요구하진 말아요.
그것을 당신에게 줄 수는 없어요.
나는 나만의 것이니까요.
나만의!
9-1장. 결혼의 정거장들(Stationen einer Ehe)
루케니가 영사기를 돌리자 스크린에 시씨의 결혼생활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루케니는 조롱 투로 시씨의 결혼생활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혼 첫 해 황제는 그녀를 홀로 내버려두었죠. 이듬해 첫 딸을 낳자마자...”
시씨: 제겐 묻지도 않고 그 애 이름을 소피라고 지었죠. 하필 어머니 이름으로.
소피: 그 애는 (신경 쓰지 마라.) 내가 보살피마.
“세 번째 해엔... ”
요제프: 헝가리로 갑시다. 당신의 미모는 우리에게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소.
시씨: 먼저 아이들을 데려와요.
“네 번째 해엔 황제 부부가 두 아이를 데리고 헝가리로 떠났는데...”
9-2장. 그림자는 길어지고(Die Schatten werden länger)
남의 나라에서 병을 얻은 시씨의 첫딸 소피가 병사한다. 토드가 슬퍼하는 시씨에게 다가간다. 지금 순간 필요한 사람은 자기이고, (시씨가) 황제를 사랑하는 척하지만 실은 어둠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것이라며 조롱 같은 위로를 건넨다.
토드: 넌 내가 필요해. 인정해, 그보다 날 더 사랑한다고... 그림자는 길어지고, 너의 날은 시작도 되기 전에 저물어버리지. 세상은 무너져 내리고 있어. 그 세상에 집착하지 마.
10장. 행복한 종말(Die fröhliche Apokalypse)
사람들: 아무렴 어때, 우린 찻집에서 늘어져 앉아 하품이나 하며 종말을 기다린다네.
찻집에 모인 사람들이 황실에 대해 수군거린다. 딸을 앞세운 황후의 슬픔이나 헝가리 독립에 대한 정치 이야기도 빈의 카페에선 그저 가십거리일 뿐이다.
cf.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밑줄) 헝가리 독립 어쩌구가 자주 언급되고 있은 까닭은 실제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재임 시절 큰 이슈였기 때문이다. 당시 요제프 황제는 오스트리아의 황제와 헝가리의 왕을 겸하고 있었다. 따라서 엘리자벳은 황후인 동시에 왕비였고, 헝가리 독립에 긍정적 입장을 취했다.
어린 애든 아니든(Kind oder nicht) - 초연 영상엔 없는 장면이다.
루돌프: 엄마한테 가고 싶어요.
소피: 지배자가 될 사람은 엄마에게 응석이나 부려선 안 된다.
3주째 아들을 보지 못한 시씨가 시녀를 시켜 루돌프를 불러오게 한다. 하지만 대공비는 엄마를 봐야 좋을 게 없다며 허락하지 않는다. 어린 루돌프가 할머니 소피에게 애원을 해보지만 군주는 나약해지면 안 된다는 핀잔만 듣는다. (초연에 없는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나? U튜브의 초연 영상이 편집된 게 아닐까... 짐작만 한다.)
11장. 엘리자벳, 문을 열어주오(Elisabeth, mach auf)
요제프: 문을 열어주오. 그대 품에서 하룻밤의 안식을 얻을 수 있도록.
시씨: 당신 어머니에게나 가세요.
정무에 지친 요제프가 시씨에게서 위로를 얻으려 하나 마누라는 문조차 열어주지 않는다. 시씨는 오히려 대공비와 자신- 둘 중에 하날 선택하라며 최후통첩을 날린다. 요제프가 힘없이 발걸음을 돌리자 토드가 등장해 자신만이 위로를 건넬 수 있다며 시씨를 유혹한다.
12장. 밀크(Milch!)
대중들: 애원해도 소용없겠지. 몰아내야 해. 민중에게 자유를! 새로운 시대를!
왕정에 반대하는 무정부주의자 루케니가 대중을 선동 중이다. 가게에 우유가 떨어진 이유가 시씨의 우유 목욕 때문이란 얘기에 대중이 분노한다.
13장. 황후께서 외모를 가꾸신다(Unsre Kaiserin soll sich wiegen)
시녀들: 황후께서 몸단장을 하신다. 국가의 음모 따위에 끼어드는 대신 몸무게를 재고 머릴 빗고 몸단장 하시지.
에스터하치 부인을 비롯한 시녀들이 황후의 목욕준비를 하고 있다. 요제프가 등장해 시씨를 찾지만 몸단장 중이란 말에 (얼굴을 보진 못하고) 휘장 건너편에서 시씨의 최후통첩에 대한 답을 준다. (이때 요제프가 부르는 ‘나는 당신만의 것’이란 노래는 시씨가 부르는 ‘나는 나만의 것’에 대한 패러디다.)
14장. 나는 나만의 것 - Reprise (Ich gehör nur mir - Reprise)
요제프: 황제에게 감정은 금지된 것. 하지만 다 포기하겠어. 내 모든 의무들도 다 필요 없어, 난 나를 배신하겠어!
요제프는 황제의 위엄 대신 시씨를 택할 것임을 다짐하고, 거울 앞에 선 시씨는 요제프에게 자유를 요구한다. 거울 속에 등장한 죽음이 시씨가 자신의 소유임을 주장한다.
cf. 이 장면에서 엘리자벳은 흰 드레스에 머리 장식을 하고 부채를 드는데, 바로 프란츠 빈터할터(Franz Xaver Winterhalter)가 그린 ‘엘리자벳 황후’의 모습이다.
2막
1장. 키치(Kitsch)
루케니: 엘리자벳이 유행입니다. 백 년도 넘게 그녀에 대해 이야기가 떠도는 중이지요... 시간 말고 그녀에게 남겨진 게 뭐가 있답니까. 키치!
루케니가 (시씨의 굿즈) 키치를 팔며 황후를 조롱한다. 시씨의 비리를 폭로하며 그녀 역시 싸구려에 불과하다며 뒷-다마를 깐다. 키치(Kitsch)는 조악한 공예품을 의미한다. ‘키치’는 ‘나는 나만의 것’만큼이나 유명한 넘버다. (이때 자릴 잘 잡으면 루케니 역의 배우가 객석으로 뿌리는 엽서 따위의 키치를 득템할 수 있다.)
2장. 엘젠(Eljen)
사람들: 모든 헝가리 국민들이여, 왕비를 찬양하라. 에르제베트(엘리자벳의 헝가리 발음)가 너희를 해방시킬 것이다.
요제프&시씨의 헝가리 왕&왕비 대관식이 거행된다. 헝가리인들은 ‘만세! 에르제베트’를 외치며 자신들의 독립을 지지하는 시씨에 열광한다. 루케니는 그녀의 행동이 결국 합스부르크 제국의 몰락을 재촉할 것이라 경고한다.
내가 춤추고 싶을 때(Wenn ich tanzen will) -초연 영상엔 없는 장면이다.
시씨: 저들은 나를 인형 취급하지. 하지만 나는 마리오네트가 되진 않을 거야.
토드: 너는 오로지 나를 통해서만 자유로울 수 있다.
헝가리에서의 대관식이 절정을 이루는 순간 시씨와 토드가 다시 마주친다. 토드는 자유를 갈망하는 시씨에의 집착에 대해 무모한 반항일 뿐이라고 말해준다.
3장. 엄마, 어디 있어요(Mama, wo bist du?)
어린 루돌프: 엄마, 어디 있어요? 내가 울어도 아무도 머릴 쓰다듬어 주지 않아요.
토드: 부르지 말거라. 엄마는 네 목소리가 안 들린단다.
어린 황태자가 악몽을 꾼다. 아무리 엄마를 불러도 대답이 없다. 결국 토드가 다가와 위로해준다. 토드는 (정체를 묻는) 루돌프에게 친구라고 대답하며, 후일 자기를 필요로 할 때 다시 오겠다고 약속한다.
cf. (밑줄) 곰곰 생각해보면 살벌한 대목. 하지만 분위기나 멜로디가 워낙 청승맞아 소름은커녕 눈물샘을 자극한다.
4장. 정신병원(Nervenklinik) & 아무것도(Gar nichts)
시씨는 황실에 마음을 두지 못해 계속 외지로 떠돈다. 우연히 방문한 정신병원에서 자신을 엘리자벳 황후라 여기는 정신병자를 만나고, 끌려 나가는 환자를 보며 자신도 영혼이 구속당한 병신병자와 다를 바 없음을 느낀다.
시씨: 내가 너였으면 좋겠구나. 코르셋 대신 구속복을 걸쳤다면 (좋았을 것을). 너는 몸이 묶였지만 나는 영혼이 묶였다.
5장. 우리냐, 그녀냐(Wir oder sie)
루케니: 권력 게임에서 황제는 퀸을 톱에 세웠답니다.
소피&충복들: 무언가 해야 해. 당장! 그녀가 더 강해지기 전에!
대공피 소피가 ‘힘을 키워가는 황후를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에 대해 궁정대신들과 음모를 꾸미고 있다. 일단 미인계로 황제를 홀려 시씨와의 사이를 이간질하기로 한다. 소피와 궁정대신들이 말 인형을 타고 있는 것은 정치 역시 게임임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6장. 내숭 따윈 집어치워요(Nur kein Genieren)
여인들: 볼프 살롱에서는 아무도 실례라고 말하지 않아요. 내숭 따윈 집어치워요.
볼프 여사: 여기에선 화끈하게 푸실 수 있답니다. 그저 돈만 내세요.
대공비의 충복 그륀데 백작이 빈의 최고급 사창가를 방문, 미인계를 위해 황후와 닮은 여인을 골라 돈을 지불한다.
7장. 전염병(Die Maladie)
의사: 일종의 감염이죠. 사람들이 프랑스병이라고 부르는...
시씨: 내 남편이 나를 치욕으로 밀어 넣었단 말인가!
운동 중이던 시씨가 갑자기 쓰러진다. 불려온 의사는 프랑스 병(매독?)이라고 진단한다. 남편의 외도에 분노한 시씨에게 의사로 변장한 토드가 본 모습을 드러낸다.
벨라리아(Bellaria) -초연 영상엔 없는 장면이다.
요제프: 어머니, 또 제게 장난을 치셨더군요. 더는 못 참아요.
엄마의 계략(미인계)에 놀아나 시씨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에 분노한 요제프가 대공비를 찾는다. 소피는 자신이 밀어 올려 황제가 된 아들의 의절 선언에 만감이 교차한다. (대공비 소피는 이 장면을 끝으로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8장. 혼란한 시절들(Rastlose Jahre)
시종장: 황후 폐하는 마데이라로 가고자 하시네.
시녀들: 우리는 아픈 다리를 끌고 헐떡거리며 (황후의) 뒤를 따른다네.
요제프에게 실망한 시씨는 황궁을 떠나 제국의 각지를 떠돌게 된다. 요제프는 20년 가까이 홀아비 신세가 되어 황실을 지키게 된다.
9장. 그림자는 길어지고(Die Schatten werden länger – Reprise)
토드: 내가 왔다. 네가 나를 필요로 하기에.
토드&루돌프: 권력을 잡아라. 재앙에 맞서야 한다. 루돌프 황제가 시대에 저항하리라.
토드가 (부자간 갈등으로 황태자 지위마저 흔들리는) 루돌프 앞에 다시 나타난다. 어릴 적 약속을 상기시키며 루돌프를 꼬드겨 반역을 부추긴다.
cf. 황태자 루돌프와 토드가 만나면 항상 분위기가 묘해진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쿠데타가 거론되는 험악한 상황인데 분위기나 멜로디는 청승 그 자체다.
루돌프, 나는 정말 화났다(Rudolf, ich bin außer mir) -초연 영상엔 없는 장면이다.
요제프: 대답해봐라. 그게 사실이냐? 나에게 반기를 들고 있다는 말이.
루돌프: 내가 바라는 세상은 아버지와는 다릅니다.
어느덧 30살이 된 황태자 루돌프는 아버지와 정치적 이념이 다르다. 황제의 정책을 비판하고 개혁을 꿈꾼다. 부자간의 갈등은 깊어져만 간다.
10장. 시위자들(Demonstranten)
시위자들: 유태인 놈들이 우릴 몰락시키고 있다. 끝장내자.
교수: 민족은 하나! 제국도 하나!
1888년 3월 어느 날. 전독일당 당수 쇠너러(Schönerer)의 추종자들이 시위를 벌인다. 초연영상에선 가면을 뒤집어쓴 시위대의 모습이 반세기 뒤 나타날 파시스트의 행진을 연상시킨다.(희극적으로 풍자했지만 모든 관객- 특히 유럽 관객들은 이 장면에서 얼어붙게 된다.)
11장. 내가 당신의 거울이라면(Wenn ich dein Spiegel wär)
루돌프: 더 이상 출구가 안 보여요. 전 엄마가 필요해요.
시씨: 난 아무 얘기도 듣고 싶지 않다.
루돌프가 엄마를 찾아와 하소연하지만 시씨는 여전히 냉정하다. 좌절한 루돌프가 뛰쳐나간다. 죽음이 다가와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있는 루돌프에게 입을 맞춘다.
12장. 죽음의 춤(Totentanz)
토드가 어머니에게마저 버림받은 루돌프를 찾아온다. 루돌프는 (토드의) 총을 뺏어 자기 머리에 겨누고, 토드가 입을 맞추는 순간 방아쇠를 당긴다. 이 장면은 일명 마이얼링 왈츠(Mayerling Waltz)]라고도 불린다.
cf. (초연의) 이 대목에선 토드가 여장을 한다. 동성애를 염두에 두었다면 굳이 여장을 안 시켜도 되었을 것을.
13장. 추도곡(Totenklage)
시씨: 내 자유를 위해 너를 죽음으로 몰고 갔구나...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나를 구원해다오.
아들의 자살에 충격을 받은 시씨가 뒤늦은 후회를 하며 토드를 찾는다. 토드는 그런 몰골로는 받아줄 수 없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14-1장. 나의 새로운 상품(Mein neues Sortiment)
루케니가 새로운 상품을 팔고 있다. 키치 중엔 죽은 아들의 관을 붙들고 오열하는 시씨의 사진도 있는데, 루케니는 유별나게 굴면 쓴맛을 보는 법이라며 끝까지 조롱한다.
루케니: 슬픔에 빠진 씨씨가 침묵의 여행 중 황제와 만났죠. 웬일로 이번엔 도망가지 않는군요. 한 번 지켜보죠. 로맨틱한 삼류 드라마를.
14-2장. 행복은 너무도 멀리에(Boote in der Nacht)
시씨: 우린 기적을 원했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죠. 마침내 우리가 고백할 시간이 올 거예요. 우린 한밤의 두 조각배 같았다고... 사랑은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지요. 하지만 때론 사랑만으로 충분치 못할 때도 있어요.
시씨와 요제프가 서로의 사랑을 고백했던 호숫가에서 만난다. 요제프는 궁으로 돌아가자 종용하고, 시씨는 너무 멀리 왔다고 말한다.(이 장면 이후 둘은 극중에서 만나지 못한다.)
15장. 질문들은 던져졌다 - Reprise(Alle Fragen sind gestellt - Reprise)
루케니가 불행의 구렁텅이에 던져진 오스트리아 황실의 인물들을 일일이 열거한다.(이 대목을 이해하려면 끄트머리 합스부르크가에 대한 역사 공부가 필요하다.)
루케니:
막시밀리안 폰 합스부르크- 멕시코의 황제. 처형!
마리아 폰 비텔스바흐- 나폴리의 왕비. 실종!
루트비히 폰 베텔스바흐- 바이에른의 국왕. 익사!
소피 폰 비텔스바흐- 알랑송 공작 부인. 재난(화재)사!
요제프가 악몽을 꾼다. 토드가 등장해 루케니에게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16-1장. 암살(Das Attentat)
음성이 루케니를 심문하고 있다. 루케니는 신문을 통해 황후의 방문 소식을 알아냈다고 말한다. 1898년 9월 10일. 경호원도 없이 시녀 1인만 동반한 시씨가 등장한다. 송곳 모양의 단도를 감추고 있던 루케니가 시씨를 발견하고 달려든다.
시녀: 오, 신이시여. 의사! 의사를 불러줘요!
cf. 코르셋으로 꽉 조인 탓인지 피습 당시엔 당한 줄도 몰랐다고. 배에 승선한 이후 코르셋을 벗고 나서야 부상의 심각함을 알았지만, 하필 배 위엔 의사가 없었다고 한다.
16-2장. 베일은 떨어지고(Der Schleier fällt)
토드: 베일은 떨어진다. 그림자를 떠나라. 이토록 널 그리워해온 나를 더 이상 기다리게 하지 마.
‘나는 나만의 것’ 노래를 마친 시씨에게 토드가 입을 맞춘다. 감옥에 있던 루케니가 목을 매 자살하는 것으로 뮤지컬 <엘리자벳>의 막이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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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제 소프님 평창 공연 후기를 올리고 있어야 할 때에
이런 것이나 올리고 있어 가슴 미어지네요. ㅠ.ㅠ
👏👏👏👏👏😮👍
황송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