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역사] 순대 / 순대국
순대집 간판 속 '병천'… 1960년대 햄 공장 들어섰던 천안 병천면 뜻해요
순대 / 순대국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 입력 2024.11.12. 00:30 조선일보
최근 한국으로 여행 오는 외국인 관광객 중에선 ‘K푸드’를 맛보러 오는 사람도 많다고 해요. 비빔밥이나 불고기 등 이미 잘 알려진 한식 외에도 ‘초당 순두부’, ‘아바이순대’ 등 지역 음식을 맛보러 오는 경우도 꽤 있대요.
오늘은 돼지 창자에 고기와 선지, 당면 등을 넣어 만든 순대의 역사에 대해 알아볼게요.
서울 한 순대 전문 식당에서 나오는 모둠 순대와 순댓국. 순대는 지역마다 사용하는 재료가 다르답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순대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설로는 북방 유목 민족들의 음식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어요. 13세기 몽골 제국의 칭기즈칸은 정복 전쟁을 떠나는 병사들을 위해 오래 보존할 수 있는 전투 식량을 만들도록 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돼지 창자에 야채와 곡식 등을 넣은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순대의 기원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영국의 ‘블랙 푸딩’이나 독일 소시지 등 세계 각지에 순대와 비슷한 음식들이 많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어요. 고대 로마 제국에서도 돼지 창자를 이용해 순대와 비슷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고 해요.
오늘날에는 주로 돼지를 이용해 순대를 만들지만, 과거엔 지역에 따라 다양한 동물로 순대를 만들어 먹었어요. 17세기 말 저술된 조선 시대 요리책 ‘음식디미방’에는 ‘개장’이라는 요리가 나와요. 개를 잡아 살을 발라낸 후 양념을 하고, 고기를 창자에 담아 쪄 먹는 요리라고 합니다. 개로 만든 순대인 셈이죠. 이 외에도 1809년 저술된 조선의 생활백과 ‘규합총서’에는 소의 창자를 이용해 만드는 순대인 ‘쇠창자찜’에 대한 설명이 있어요. 민어(民魚)로 순대를 만들기도 했다고 합니다.
순대는 각 지역마다 특색이 있는데, 특히 강원도 지역 순대는 한국전쟁의 아픔이 담겨 있어요. 중공군의 개입으로 전선이 다시 남쪽으로 밀려나자, 북한 지역에 살던 많은 사람들이 남쪽으로 피란을 오게 됐는데요. 이들 실향민이 함경도식 순대인 ‘아바이순대’를 만들었다고 해요. 당시엔 돼지를 구하기 어렵다 보니 바닷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명태나 오징어를 사용해 만드는 순대도 발전했습니다.
순대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순댓국이에요. 길거리에 있는 순댓국집 간판을 보면 상호에 ‘병천순대’가 들어간 가게들을 많이 봤을 거예요. ‘병천’은 1919년 3·1운동이 일어난 ‘아우내 장터’가 있는 천안 동남구 병천면을 뜻해요. 1960년대 장터 근처에 햄 공장이 들어섰는데요. 주민들은 돼지 부산물 중 햄에 들어가지 않는 돼지 창자 등을 이용해 순대를 만들어 장날에 팔기 시작했대요. 이후 규모가 커지며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었답니다.
순대 인기가 높아지며 최근엔 ‘순대 정통성 논쟁’도 벌어지고 있답니다. 탕수육 소스 ‘부먹’(부어 먹기) ‘찍먹’(찍어 먹기) 논쟁처럼, 순댓국에 들어가는 순대가 ‘당면순대’여야 하는지 ‘피순대(선지가 주재료인 순대)’여야 하는지를 놓고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도 벌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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