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에세이문예 문학상 심사평
권대근
문학박사,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수필문학상이란 문학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필문학을 사랑하고, 수준 높은 작품을 써서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작가에게 주어지는 상으로서, 공모전은 수필문단의 축제이고, 심사란 그 축제의 영예로운 주인공을 뽑는 일이다. 본격수필을 정체성으로 내세우며 출발한 에세이문예사가 출신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신설한 수필문학상 제1회 수상자로 울산에서 문화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수필가 박정희 씨가 선정되었다.
투고된 작품 다섯 편 중 ‘일산진’ ‘노마드’ ‘서어나무’ 세 편은 보기 드문 수작이었고, 그중 두 편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박정희 수필의 높은 경지를 보여주었다. 깊고 깊은 사고력과 언어의 감수성 그리고 상상력이 조화된 인식의 세계가 작품 속에 펼쳐져 있었기에, 심사위원들은 박정희 씨를 수상자로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박정희 씨는 울산문인협회 기관지 <울산문학>, 종합문예지 <문예사조> 등의 잡지를 통해 이미 문재를 검증받았기에, 심사위원 다수의 지지를 받아 제1회 문학상 수상자의 영예를 안게 된 것이다.
<노마드>는 뿌리내릴 수 없는 예술가의 자유정신을 문학적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박정희 씨는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발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규격의 세계로부터 시대의 우수 속으로 떠나가는 예술가들이 ‘방랑’이라는 동적 행위를 만나 새로운 에너지와 활기를 생성해내는 모습을 산뜻하게 형상화해냈다. 그럼으로써 그는 자유로운 정신세계의 밑바닥을 만져본 사람들만이 증언할 수 있는, 예술가 정신 내지는 방랑정신 그 자체로부터 원초적 역동성의 한 단초를 포착해낸다. 방랑 속에서 삶의 진가를 확인케 하는 그 역설적인 활기가 작품 전체를 휘감고 있는 어둡고 정적인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다. 아마도 그 빛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던 듯싶다.
덧붙여 말하자면, 이 상은 작품의 우수성은 물론이거니와 지난 해 울산에서 부산을 오가며 본격수필가로서의 역량을 키워낸 까닭으로 불쑥 올라간 작가적 저력이 그녀에게 제1회 수상자라는 영광을 안기게 하는 데 한 몫을 했다는 점도 밝혀둔다. 그 힘이 에세이문단 전체의 활력을 위한 소중한 초석이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문학평론가 하길남, 강영환, 권대근
제1회 에세이문예 작가상 심사평
계간 <에세이문예>는 한국 수필의 업그래이드한다는 목표 창간된, 본격수필을 지향하는 수필 전문지이다. 2004년 겨울호를 창간호로 출발한 이래 <에세이문예>는 본격수필신인문학상을 통해 참신하고 역량 있는 작가들을 다수 발굴하는 한편, 풀꽃수필문학상, 민들레수필문학상을 신설하여 송명화, 김광영 등 뛰어난 수필가를 격려하여 이 땅의 수필 발전에 이바지하여 왔다. 이번 에세이문학상 작가상 공모에도 많은 에세이스트들이 작품 응모가 있었다. 날로 권위와 신망을 쌓아가는 에세이문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작가상 부문의 경우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이다가 최종 낙점된 작가는 서울에서 열심히 창작 활동을 하면서 에세이문예지 연재를 집필하고 있는 정현주 씨였다. 다섯 작품 중 두 작품 <트로이 목마>와 <다뉴브강의 잔물결>은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끌어당기기에 작품성이 충분했다. 이 작품들은 생각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들이어서 격론 없이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정현주 씨는 생활의 여유를 만끽하여 다양한 문화와 역사 속으로 들어갔던 경험을 바탕으로 주목할 만한 기행수필을 발표해온 작가다. 그 까닭으로 이미 수필작단의 주목을 받아온 터였다.
“터키를 여행하는 것은, 다양한 문명을 만나기 위해 과거의 역사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것이리라.”는 결말부 주제 의미화 문장은 그녀의 수필적 기량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작품은 섬세한 언어적 감수성과 지성을 바탕으로 역사를 재해석해 가는 상상력과 분석력이 돋보이는 게 특징이었다. 주부로서 전통적인 여성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작가로서의 인식에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식이 그녀의 수필에 신선함을 드높이는 강점으로 작용하였다. 당선작은 대상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와 역사의식, 그리고 참신한 해석력이 돋보일 뿐만 아니라 개성 있는 자연 풍경을 서정적으로 묘사하여 독자의 관심을 환기하였다. 앞으로 노력하면 주목받는 작가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에세이문예 작가상은 본격수필이라는 정체성을 내세우고 있는 고급문예지인 만큼 이 시대정신을 선도하고 수필문학의 틀을 제시하여 수필가의 창작 역량을 고취시키고자 신설된 상이다. 이번 수상자는 계간 에세이문예 출신 작가들 중에서 선발되었다. 이 상은 바람에 꺾일지언정 부러지지 않는 ‘청보리정신’으로 수필의 고급화를 이루는 데 반드시 기여할 것이다. 그만큼 에세이문예 작가상은 수준 높은 상이고, 이 상은 수상 작가들의 수준 높은 수필정신을 일깨우는 데 기여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영광스런 수상자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제1회 수상자로서 더욱 분발해 주기 바란다.
심사위원/ 문학평론가 하길남, 강영환, 권대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