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에 반한 유커
이종희
ljhey1207@hanmail.net
역대 최대 규모의 단체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들이 3월 26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인천을 찾았다. 기업회의를 겸한 포상휴가를 즐기고 있어 인천 곳곳에서 관광특수로 즐거운 비명이 터졌다. 한국관광공사와 인천시가 지정한 중저가 관광호텔의 객실이 모자라 부천 등 인근 지역으로 숙소를 분산했고, 인천 유일의 면세점인 엔타스(남동구 구월동)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시내 쇼핑이 본격화된 이달 31일∼2일까지 3일간 영업시간을 오후 8시에서 밤 12시까지로 연장했다고 한다.
중국 아오란(奧藍·AURANCE)그룹의 ‘인센티브 관광단’에 뽑힌 우수 직원 6,000명 중 인천에 도착한 4,500명이 참석했던 이달 28일 저녁 중구 월미도 문화의 거리 치맥(치킨과 맥주) 파티는 이번 관광특수의 백미(白眉)로 꼽힌다. 한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주인공 전지현이 즐겨 먹던 치맥 체험을 위해 관광단이 더 모집됐다는 후문이다.
관광객의 물결로 넘쳐났던 월미도 거리에서는 덤으로 ‘옥수수 콘 지팡이’에 담긴 아이스크림, ‘해풍(海風) 김’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파티에 앞서 탁자와 의자를 설치한 500m 거리 입구의 야외 해수 족욕탕에선 중국인 관광객들이 뜨거운 물에 맨발을 담그고 땀을 흘려보는 이색 체험을 즐기는 서비스도 제공되었다.
이날 야외무대에서 케이팝 공연이 끝나고 배달된 치킨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열광했다. 이들이 먹은 치킨은 인천 부평구에 본사를 둔 중소 치킨 프랜차이즈 ‘호치킨’이 만든 것이었다. 20, 30대 젊은 층에게 맛 좋고 값도 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치킨으로 입소문난 제품이다. 한 관광안내원은 “이번에 방한한 20, 30대 중국인 관광객들은 ‘전지현 치킨’에 환상을 갖고 있으면서도 실제 맛을 본 사람이 많지 않았다”며 “현장에서 치킨으로 건배를 하는 등 너무 좋아했다”고 전했다.
여행사는 국내 유명 치킨점과 맛을 비교한 뒤 호치킨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4,500명에게 캔 맥주 1개와 닭튀김 한두 점씩 공급해 치맥 파티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파티 3일 전 중소업체인 호치킨 측이 ‘통 큰’ 무상 제공을 제안해 풍성한 음식이 식탁에 오르게 됐다.
회사 측은 당초 1,100마리 정도 공급을 요청받았던 튀김 닭을 1,500마리로 늘리고, 이와 별도로 오븐구이 닭 1,500마리를 추가했다. 오븐구이 닭은 밥과 매운 소스에 비벼 먹는 식사대용으로 개발 중인 ‘치밥’이라는 신 메뉴였는데, 월미도 치맥 축제 때 첫선을 보였다. 김지환 호치킨 대표(35)는 “500명 안팎의 단체주문은 여러 번 받았지만, 이처럼 대규모는 처음이었다. 중국에서 온 귀한 손님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푸짐한 상차림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닭튀김 공수작전은 전례 없이 특별했다. 50개 전 점포에서는 튀김 직전 하루 숙성 과정을 거치기 위해 생닭을 냉장고에 가득 넣어두었고 행사 당일 오전부터 튀김 요리를 시작했다. 뜨거운 음식을 종이포장지에 담을 경우 눅눅해지기 때문에 닭을 튀기자마자 선풍기 바람에 곧바로 냉각하는 기법을 처음 적용했다고 한다. 회사 측은 이를 위해 음식 냉각용 선풍기 100대를 새로 구입해 각 점포에 2대씩 나눠줬다. 습기를 피하기 위해 냉장트럭이 아닌 승용차 20여 대를 동원해 배달했다. 이런 정성으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들은 “식은 닭튀김이었지만 뜨거웠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식감이었다.”고 반응했다.
박현수 인천시 대변인은 “영화 ‘별에서 온 그대’ 탐방의 정점이었던 치맥 파티에 무상 협찬을 하면서도 최고의 맛을 선사한 호치킨이 중국인 관광객 유치의 숨은 공로자”라고 치켜세웠다. 한두 마리도 아닌 많은 닭과 ‘호치킨’ 전 매장 종업원들이 동원된 중국 관광객들에게 제공된 이번 행사는 시사되는 바가 매우 크다. 첫째는, 거대한 중국 관광객을 한꺼번에 맞이함으로써 그들의 구미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둘째는, 이날 제공된 ‘호치킨’의 재료비(치킨 2.4톤, 맥주잔을 쌓으면 해발 469m인 마니산의 1.6배)며 인건비가 많이 지출되지만 통 큰 서비스를 해준 김 대표의 마케팅에 기업하는 사람들이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장사니까 남아야겠지만, 투자를 해야 더 많은 이득이 생긴다는 이치를 알게 해준 행사였다.
한국의 통닭과 함께 마시는 맥주, 중국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행사였다. 시장이 좁은 우리나라로서는 인구가 많아 소비시장이 넓은 중국시장에 눈독을 들여야 하는데, 좋은 기회였다. 세계적인 한류 케이팝 공연을 관람하면서 치맥을 즐기는 유커들이 상상된다.
영화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이 먹은 치맥이 중국 유커들을 사로잡았다. 영화나 케이팝 등의 한류열품의 시너지 효과는 엄청나다. 또 다른 분야에서 그들이 한국을 찾아올 수 있도록 가슴을 넉넉하게 열어야지 않을까? (2016. 04.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