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전을 위하여 당분간 중단합니다!
작년 5월 이래로 폭동 중에 있는 마니푸르 인도독립교단에 난민 후원금을 지난주 금요일에 1차로 송금하였고 나머지 금액은 오늘 보내기로 사전 조율이 되었으므로 확인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독립교단의 책임자로 부터 '다 된 밥에 재을 뿌리는' 듯한 카톡이 와서 잠시 머리가 띵하였다.
"선생님!
유박사님이 후원금을 더 많이 보낸다는 연락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상황이 좋지 않으니 송금을 중단해주세요. 그리고 부디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감을 잡기 위해서 카톡을 반복하여 읽는 중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짧은 문장에서 긴박한 위험과 불안이 느껴졌던 것이다. 또 다른 폭동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어둠에 잠겨 있을 때 다른 카톡이 도착하였다.
"선생님!
안녕하시지요.
저는 무사합니다. 선생님도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최근에 인도정보부요원들이 이곳에 와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전화 내용이 녹음되고 문자 메시지가 추적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안전이 염려되어 당분간 모든 것을 중단합니다. 잠시 소식을 나누지 못합니다. 상황이 조금 진정되면 그 때 사진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선생님! 우리는 불안한 공기 속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어 우리로 하여금 이 위기의 시간을 용감하게 견디며 돌파하게 도와주시길 소망합니다.
선생님!
부디 저희 상황을 이해해 주시고
계속 저희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레이첼의 카톡 글을 읽으며 가슴이 무거워졌다. 난민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나눈 것이 그들에게 탄압과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는 빌미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작년 5월 3일 마니프르폭동으로 이백 명에 가까운 사람이 죽고 천여 명의 사람들이 부상을 당하고 수천 채의 가옥이 불타고 수만 명의 사람들이 난민이 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고 협력관계에 있는 독립교단의 학교와 여신도회와 교회를 통해서 난민들을 지원하였다. 특별히 지난 3월과 8월 방문 이후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가능한 최선을 다하기로 하여 돼지 나눔과 겨울 자켓 나눔을 확장, 연장하였다.
지난 11월 7일, 지리밤지역에 메이테이 폭도들이 들어와서 18채 가옥을 불태우고 약탈하고 조상킴이라는 여신도회원의 옆구리를 총으로 쓰고 허벅지에 못을 박고 산 채로 불태워 죽였다. 뿐만 아니라 지리밤지역의 안전을 위해 추르찬드푸르에서 파송된 시민방위군 10명과 그 지역 출신의 방위군 1명이 메이테이와 인도정부군에 의해 머리가 깨지고 얼굴이 으스러진 채 발견되었다. 연이어서 또 한 명의 방위군이 눈알이 뽑힌 채 죽임당하였다.
연이은 비보에 슬픔에 젖어 웅크리고 있다가 다시 용기를 내어 추가로 겨울 자켓 수백 장을 보냈다. 그리고 난민들을 위하는 후원을 서울에 있는 모교회가 준비하였기로 송금을 어레인지하였는데 잠깐 사이에 그것이 그들에게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우리는 독립교단의 요구대로 나머지 후원금은 상황이 진정될 때 까지 키핑하기로 하였다.
세상의 뜨거운 관심과 집중 후원이 필요한 폭동지역이 중앙정부 권력의 비호를 받는 메조리티들의 폭력과 감시, 공포 분위기로 작은 자들의 평화와 인권을 생각하는 NGO의 협력과 관심을 마비시키는 현실에 분노하며 아파하며 슬퍼하며 작은 자로서 작은 자들의 평화를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를 다시금 주님께 묻는다.
인간의 포악한 탐욕이 주님을 십자가에 못박을 수 있지만 그 분의 사랑은 못박을 수 없다.
동북인도 마니푸르가 폭력을 평화로, 증오를 사랑으로 극복하며 새롭게 태어나는 새 하늘 새 땅이 되길 간절히 빈다.
주여! 지금
공포 분위기 속에서 위축되어
두려움에 떠는 우리 모두를 불쌍히 여기소서!
겁이 많고 연약한 우리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2024년 11월 27일 수요일 인시
우담초라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