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첫잠에서 깨아난 뒤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와삽음이 울렸습니다.
그래서 보니, 작년 4-5월에 제가 머물렀던 '쿠바'의 바닷가 마을 '까보 끄루스'에 사는 '윌리암'이란 친구가 달랑 사진 하나를 보내왔더라구요.(아래)
아, 잘 익은 망고들...
이 사진만으로도 알 수 있는, 쿠바의 열악한 경제상황으로 인한 멀쩡하지 않은 바구니(가난해 보이지 않습니까?)에 들어있는,
잘 익었을 뿐만아니라 너무나도 큼직하면서 맛있게 보이는 망고들이 저를 향수에 젖게 하드라구요.
여러분들도 기억하실 수 있는 이 '윌리암'이란 친구(40대),
머리 좋고 손재주도 좋아 제가 '맥가이버'라고도 했고 또 수완도 좋아 못하는 게 없어서 '해결사'라고도 불렀던,
그렇지만 어릴 적부터 학교 다니는 걸 싫어해서 공부는 많이 하지 못해, 문자 쓰는 걸 싫어해서, 음성메시지를 남기거나 영상통화하기를 좋아하는 친군데요,
(음식도 잘하고 집안 살림도 잘하는 두 아이를 가진 어엿한 가장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쿠바에서는 잘 살기도 하구요.(타고난 사업기질과 비상한 머리로...))
아래 사진은 제가 작년 자료를 뒤져 그와 제가 헤어지는 장면(제가 버스에 올라 그의 모습을 담은 모습인데요)을 가져왔는데요,
하도 급작스럽게 떠나오는 바람에, 둘이 함께 사진 한 장을 찍으려다 제가 타야 할 버스가 오는 바람에 함께 찍은 사진은 없고,
이렇게 찍은 게 이별사진인데요,
야, 윌리암... 그동안 고마웠다. 근데, 내, 너를 잊을 수 없을 거야! 했더니,
나도요! 했던 친구,
숙박업소 주인이기 때문에, 처음엔,
저는 돈이 없다며 한 푼이라도 싸게하려고 했고,
그는 조금이라도 더 이문을 남기기 위해 비싼(저에겐) 가격을 요구하기도 해서,
실랑이를 하는 등 서로 좋지 않은 감정이었는데,
거기서 조금씩 조금씩 지내면서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는,
저에겐 그 없이는 쿠바 생활을 할 수 없었을 정도로(제 해결사 역할을 했었지요.)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친군데요,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행동파인데다 두뇌 회전이 빠르고 통도 커서, 제가 한 마디를 하면 뭐든 척척 알아서 해결해주던, 맘에 들던 친구.
아래 작년의 망고 사진도,
그는 저에게 이렇게 망고를 가져오곤 했는데,
망고라고 다 크기만 한 건 아닌데도,
그는 제가 부탁을 하면, 어디서 구했는지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를 만큼의 큰 것들을, 이렇게나 많이 가져오는 배포가 특히 제 맘에 들었었는데요,
(야, 이 많은 걸 어떻게 보관했다가 먹으라고? 하고 제가 놀라면,
걱정 말아요. 문! 하면서, 지가 다 씻어서 냉장고에 차곡차곡 쟁여주면서,
문, 이건 조금 빨리 먹고, 이건 천천히 드세요! 하는 건 물론, 제가 먹었던 망고 쓰레기까지 지가 나서서 수거해가며 버려주는 등...)
그래서 그 중 하나를 그리기도 했고(아래 사진),
그런 걸 보면,
이번에 보내왔던 사진도(처음 망고 사진),
씨알이 굵디 굵은 것들인데,
그는 망고를 사도 이렇게 큼직하고 먹음직스런 것들로만 골라서 한 바케스를 사는 건 물론,
쥬스를 만드는 건(잔 것들) 또 얼마나 사는지, 아무튼 몽땅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컵도 큼직한 걸로(다른 컵들의 두 배는 될 법한) 하나 가득 담아오곤 했는데(저를 감동시키곤 했답니다.),
사실 저는,
그 전까지는,
'망고' 하면, 옛날 제가 멕시코에 살 때, 학교 근처에서 사먹었던 걸 기억에 떠올리곤 했었는데,
그러면서 군침을 삼키곤 했었는데,
작년에 쿠바에 살다 온 이래,
이제 '망고' 하면, 바로 '윌리암'이 떠오르곤 한답니다.
그런 그가,
어젯밤, 아무 소리없이 그저 달랑 망고 사진 한 장을 보내왔드라구요.
지도 망고를 사면서,
제 생각이 들었던가 봅니다......
첫댓글 참 정이 많은 사람.
이래서 세상은 살아볼만 합니다.
남미에 갈 수 있는 날을 꿈꾸며....
사람은 서로 다퉈야(갈등을 느껴야) 정이 드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