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치탕 한때*
- 정평림
해거름 술시戌時 되면 그리 찾던 곰치탕집
하루 날빛 죄 칼질하듯 속풀이 국 끓여놓고
뉘 먼저 말문 닫았나,
맛에 홀린 묵언 도사
바닷속 천민 갯것, 느닷없이 묵은지라니
그 누구도 눈치 못 챈 알다 모를 궁합이었어
뱃구레 출출한 그날
부를수록 뜨는 눈부처
훌훌 들다 씽긋 웃는 이승의 눈매만큼
다시금 못 본다 해도 지레 슬퍼 울지 마라
너와 난 조우해야 할
먼먼 나라 비익조니까
* 물곰(동해에 서식하는 심해어류의 일종)과 김치(묵은지)를 섞어 끓인 탕.
ㅡ『유빙流氷의 바다』 (책만드는 집,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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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포구마다 곰칫국 혹은 곰치탕을 파는 식당이 즐비합니다
예전에는 너무 흔하다보니 잡히면 버리던 물고기였지만
콩나물이나 김치를 넣고 푹 끓이면 그만한 해장국도 없다하여 이름이 높습니다
영주문협과 자매결연한 삼척 정라진에도 소문난 맛집이 있습니다
못생겨도 맛만 좋으면 그만이고, 쌔고 쌨어도 적당히 조리하면 훌륭한 먹거리가 됩니다
세상에 쓸모없는 물건이 어디 있겠습니까?
문득 시조를 읽다가 삼척문협의 정겨운 이름들이 생각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