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내 손안에 스마트폰이 있는데 왜 역사를 배워야 할까?』라는 서적은 평소에 내 자신이 가진 어떠한 의문을 공유하는 서적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웹상에서 토론하게 되는 분야들만 보더라도 때로
'조선왕조실록과 고려사, 삼국사기는 이미 국역되서 검색 몇번이면 원문과 번역본을 볼 수 있는데 어째서 저 많은 사람들은 그 내용을 찾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었다.
오히려 찾는게 귀찮은지 만화로 요약되거나 유튜버가 쉽게 설명하는 역사이야기 같은 스넥컬쳐에 특화된 매체를 통해서만 접근하고 그 내용이 진짜로 원본에 있는지는 검증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가령 조선시대의 어떤 왕이 이런 발언이 있다 카더라 같은 경우는 실록 검색하면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책 『내 손안에 스마트폰이 있는데 왜 역사를 배워야 할까?』을 읽으니 이게 한국만 일어나는 사례만은 아니었구나 하는걸 알게 되었다. 일부분을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p12~13
인터넷은 권위로부터 자유롭다. 웹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생략)
2015년 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내가 속한 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은 미국 12개 주의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7,804개의 응답을 분석했다. 이 조사는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에 흘러넘치는 정치·사회적 정보를 효과적으로 검색하고 평가하며 검증할 수 있는 시민 온라인 추론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었다. 각 단계의 분석 결과는 경악할 만큼 일관되었다. 젊은층의 인터넷 정보 판단 능력은 한마디로 '암담'했다.
조사 대상 가운데 중학생의 82퍼센트는 광고성 기사와 실제 기사를 구별하지 못했고, 약 70퍼센트는 금융전문가가 쓴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재무 상담 기사에 왜 의문을 가져야 하는지 몰랐다. 실제 그러한 기사들은 특정 금융기관이나 금융상품에 대한 홍보 기사인 경우가 많았다. 고등학생들은 소셜미디어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중 4분의 3은 페이스북의 파란색 인증 배지(페이스북에서 국가, 기업, 공인 등 공식 계정이라고 확인된 페이지와 프로필에는 파란색 인증 배지가 표시됨)가 지니는 중요성을 간과했고, 30퍼센트 이상이 가짜 뉴스가 검증된 뉴스보다 더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10명 중 4명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현장 근처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기형의 꽃 사진을 방사능 오염에 따른 환경 피해의 확실한 증거로 여겼다. 그러나 이 사진에는 후쿠시마에서 찍었다거나 심지어 일본에서 찍었다는 어떠한 정보도 표시되어있지 않았다.
대학생들은 후원자가 드러나지 않은 웹사이트를 만났을 때 고전을 면치 못했다. 우리는 학부생들에게 'MinimumWage.com'이라는 웹사이트를 검토하게 했다. 이 웹사이트는 비영리단체라 스스로 표방하는 고용정책연구소에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고용정책연구소가 워싱턴 D.C.의 로비스트 단체라는 사실을 알아챈 학생은 10퍼센트도 되지 않았다. "기금"과 "고용정책연구소"라는 단어만 검색해봐도 <과연 싱크탱크인가, 산업 홍보 회사인가!>라는 《살롱》 의 기사는 물론, 다른 폭로 기사들이 줄줄이 뜨는데 말이다. ]
[p176~178
오늘날 젊은 세대는 컴퓨터 화면을 먼저 켜야만 완전한 문장을 쓸 수 있다.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앱 제너레이션App Generation, 네티즌Netizen, N세대Net Gener, 호모 재피언Homo Zappian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다른 유형의 인간이라고 말한다. 일부 평론가들은 "디지털로 옮겨간 강사들이 완전히 새로운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가르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라며 교육계에 위기가 임박했음을 예측하기도 한다. 하버드대학 교수들은 교사들에게 "신 밀레니얼 학습양식"에 맞게 수업을 조정할 것을 촉구한다.
(생략)
교사들은 때때로 학생들이 자판을 두드리고 화면을 클릭하는 것 너머에 디지털 세계의 방대한 지식 저장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험을 통해 그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노스웨스턴대학의 에스터 하르기타이Eszter Hargittai 교수와 동료들은 102명의 대학생이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과정을 연구했다. 학생들이 무엇을 믿어야 할지 경정하는 일은 간단했다. 그들은 구글에 책임을 떠넘겼다. 구글의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지 못하는 학생들은 구글 검색 목록에서 나온 웹사이트 순서를 신뢰도와 동일시했다. 상위에 위치할수록 더 신뢰할만한 정보라 인식했다. 특정 링크를 왜 클릭했느냐는 질문에 많은 학생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모르겠어요.", "맨 처음 나온 것이라서요." 학생 90퍼센트가 웹사이트의 작성자나 웹의 신뢰도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컴퓨터 화면을 캡쳐한 스크린샷은 이런 과정을 시도한 나머지 10퍼신트 중에서도 단 한명도 "작성자의 신원이나 자격 검증을 실제로 완수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생략) 코넬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학생들은 구글 검색 결과에 웹사이트 주소와 함께 나타나는 해당 웹사이트의 간략한 정보를 무시했다. 대신 "과제와 관련성이 낮더라도" 상단에 배치된 웹사이트를 클릭했다. 이 연구의 제목인 "우리가 신뢰하는 구글에서In Google We Trust"라는 간결한 문구는 이 연구의 중요한 결과를 보여준다.
6개 나라(핀란드·노르웨이·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스위스·미국)가 실시한 연구는 디지털 원주민의 기술적 기량이 실제보다 더 부풀려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수십여 개 나라의 학업 성취도를 비교하여 기술에 대한 투자와 수학·독해의 국가점수 간 상호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
한국에서도 새롭지 않은 내용인데 대략 국내로 비유해보자면 이렇다.
- '박제순의 손자는 친일로 인해 호위호식을 하며 음악교사로 지냈다'라는 주장
⇒ 검색 조금만 해보면 1944년 일본군을 탈출해서 독립운동을 한 박승유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것이고 공훈기록도 나와있다.
- '영조 19년 조중회가 상소로 육상궁 행차를 비판하자 영조가 눈물을 흘리며 연못에서 자살시도를 했고 세손이 말렸다' 라는 주장
⇒ 조선왕조실록 검색+ 옛사람의 생몰년을 찾아보는 성실함만 있다면.....
세손은 영조 28년 생이라는걸 알 수 있을것이다.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 어째서 말렸단 말인가?
참고로 그 떡밥은
따로 글로서 팩트체크해본적 있다.
- 역사카페 또는 역사 블로거의 글을 복붙해서 대학 과제물로 제출하는 경우
⇒ 매우 끔찍한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출처: 네이버 블로그, 출처 네이버 카페 이런 식으로 레포트, 논문 써서 교수님에게 제출한다면 한 소리 듣게 됨
- 토론에서 '나무위키를 근거로 제출'하는 경우
⇒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정보면 모를까 전문 지식이 필요한 분야에 위키를 들고 논쟁x
대략 이렇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있긴 했나보다. 교수들이 정보의 바다에서 갖고 있는 자료가 출처 불분명한 곳에서 가져오는 수준을 보고 충격받았으리라 싶다.
해당 책의 저자 샘 와인버그는 전문적 훈련을 한 역사학자들조차도 인터넷에서 시뢰성이 높은 정보와 가짜정보를 구분하기 힘들다는 자료까지 제시하는데 그렇다는건 기본 베이스가 없는 상태에서의 방대한 지식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걸 의미한다.
그리고 이 책은 나만 읽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게 이런 온라인에서의 역사지식습득에 대한 부분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 더 있다면 같이 독서해서 대안에 대한 토론을 해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첫댓글 아니
이런글을 왜 지금봤지
그리 대단한 글은 아닙니다.
블로그나 네이버 역사카페에 올린 글인데 여기서도 관심가질것 같아서 올린것 뿐인데 게시판 성격 자체가 눈에 덜 띄인것일 뿐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