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언니 전화가 왜 나한테 와?" "응. 아까 그 사람들이 내가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니까 못하게 하려고 내 핸드폰을 망가뜨렸어. 그래서 경비실에서 네 전화번호를 가르쳐 준거야. 그리고 엠블런스에서는 차에 있는 걸 이용했고 말이야." "아. 그랬구나."
경찰서에 도착한 혜정이. 한 형사가 덕배를 취조를 하는 걸 뒤에서 긴 의자에 앉아서 보고 있던 혜정이는 그만 아연실색(啞然失色)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범수. 알아, 몰라?" 최범수라면 범수오빠가 아니던가. "에잇. 아닐거야. 그렇게 순해 보이던 오빠가---. 아닐거야. 동명이인(同名異人)일거야." 라고 굳게 믿고 있던 혜정이였다.덕배에게 사진을 들이대며 "너 이 사람 진짜 몰라?" 사진을 보려고 일어서던 혜정이는 그만 넘어질 뻔했다. 사진 속의 인물은 바로 그 범수였던 것이다. "모른다니까요." "너 이름이 강덕배 맞지?" 조그맣게 "네."라고 대답하자 "네가 성진이파의 행동대장으로 되어있고 최범수는 두목 멎잖아. 이 자식이 대한민국 경찰을 어떻게 보고 말을 하는거야. 이래도 최범수를 모른다고 얘기할 거야?" "네. 지금까지 얘기하신 게 다 맞습니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혜정이에게 한 형사가 다가가서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까 폭행을 한 사람을 잡았다고 하셔서 확인하러 왔습니다." "그럼 황혜정씨?" "네. 맞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네." 잠시후에 "이 사람들 중에 아는 사람 있나요?" "네. 저 사람이요." 하면서 손가락으로 지명하는 것이다. "네. 감사합니다. 피해자 분하고 어떤 관계시죠?" "애인인데요." "공원관리인의 말에 따르면 피해자 분의 몸이 상당히 불편해 보였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네. 3급장애인이에요." "에라잇. 나쁜 자식들아. 정상인도 아닌 장애인을 그렇게 두들겨 팼냐?" 하면서 서류철로 덕배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래. 왜 그랬어?" "범수가 시켰어요." "왜?" "이 아가씨하고 결혼을 해야되는데 그 놈이 자꾸 방해를 한다고 해서 그만---." "당장 최범수의 구속영장 신청하고 검찰에 출국금지 시켜야 된다고 전해. 빨리 서둘러." "예.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혜정이는 "저 이제 그만 가봐도 괜찮죠?" "네. 그렇게 하세요. 수고하셨습니다."
버스를 타고 집에 가면서 혜정이는 "범수오빠가 왜 그랬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다음날 아침 혜정이는 범수가 있는 사무실로 갔다. "오빠. 왜 그랬어요? 왜 승재오빠를---." 울먹이면서 말을 잇지 못하는 혜정이. "우리가 만났을 초반만큼처럼만이라도 네가 나한테 다정하게 대해줬더라면 내가 이 방법을 동원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 친구가 미국에서 오고 나서부터 네가 날 대하는 게 얼마나 차가워졌는지 알아. 그래서 이 방법을 써서라도 널 내 여자로 만들고 싶었어." "지금 오빠가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과 소유욕일 뿐이에요."
바로 그때 바깥이 어수선해서 범수가 전화로 "무슨 일이야?" 하니까 비서가 "경찰들과 형사들이 상무님을 뵙자고 하네요. 어떻게 할까요?" "들여보내." 라고 하자 경찰들과 형사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최범수. 당신을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과 살인교사죄로 체포합니다. 우리는 당신이 다음과 같은 법적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경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갖고 있어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이 말한 것은 법정에서 당신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우리가 질문하기 전에 당신이 원하는 변호사와 상의할 권리가 있고 우리가 질문하는 동안 변호사를 배석시킬 권리도 갖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변호사를 선임할 경제적 능력이 없지만, 그래도 변호사를 원한다면 우리가 질문을 시작하기 전에 공익변호사가 선임될 것입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진술을 하더라도 언제나 원할 때에 중단할 권리가 있습니다." "무슨 소리에요? 난 법을 어긴 적 없어요. 구속영장 가져와. 구속영장을 말이야." 하자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여기 있소." "이건 뭐가 잘못된거야." 하자 "이거 안됐겠구만. 데리고 들어와." 하자 덕배가 들어오더니 "미안해. 범수야. 다 얘기했어." 하자 그때서야 순순히 응하는 범수.
늦어서 택시를 타고 출근하는 혜정이에게 핸드폰이 울린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승희니?" "응. 언니. ---오빠가--- 지금 위독해. 언니. 흑흑흑." "알았어. 내가 지금 당장 갈게." 전화를 끊고 "아저씨. 죄송한데요. S병원으로 급히 가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하면서 뉴턴을 해서 급히 가는 혜정이를 태운 택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