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잉방어
새벽에 일어나 컴에 앉아 한참 주절거리고 있는데 발가락이 따끔했다. 또 무당벌레가 방안에 들어왔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발을 보았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 이렇게 생긴 넘이 방석 밑으로 급히 몸을 숨기는 걸 보았다. 아니 이런 여기가 어디라고.... 닭이 젤 좋아하는 이 넘이...과수원에 내 졸따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사령부 본부에 겁도 없이 침범을 하다니. 더구나 人닭한데....주먹으로 냅다 방석 위를 질렀다. 그리고 살짝 방석을 들쳐보았다. 그러나 그 넘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책상 밑을 향해 기어 들어가려 했다. 아 이러면 안 된다. 비상사태였다. 얼른 손에 잡히는 옷가지 아무거나를 집어 덮어서 또 주먹질을 해댔다. 쿵쾅콩쾅...
드디어 놈이 뻗었다. 휴지로 돌돌 말아 휴지통에 넣는데, 언제 일어났는지 내 등 뒤에서 아내가 오뚝이처럼 동그라니 앉아 ‘벌레예요?’하고 묻는다. 어이쿠우---이 일을 우째... ‘응! 더 자-’하고 별 일 없는 듯 그냥 넘어갔다. 차마 내 입에서 ‘지네’라고 말 할 수 없었기에....
2. 정당방어 1
난 저녁잠이 많고 아내는 아침잠이 많다. 저녁 9시 뉴스 헤드라인이 끝날 쯤 난 죽었다. 그런데 완전히 죽기 전에 난 아내 외침에 다시 부활해야 했다. ‘여보! 벌이야 벌 벌..’ 아내는 방에 벌이 들어왔다며 벌벌 떨고 있었다. 벌이 날지 않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츠암 어째 벌이 이불 속으로 들어갔을까? 이불을 들쳐보니 집거미였다. 아내는 바늘로 찍은 크기만 한 거미도 거미라면 질겁한다. 근데 이 넘은 손톱만하니 큰 편이었다. 그 넘이 내 다리 위를 기어 다니는 걸 아내가 티비 보면서 본 모양이다. 아내는 시력이 좋지 않은데다 컴컴한 방안에서 보니 벌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사실 나야 어릴 때 거미줄 걷어 잠자리채 만들어 잠자리 잡고, 그것도 싫증나면 왕거미든 신하거미든 잡히는 대로 똥구멍에서 거미줄 잡아 댕기는 재미로 어린시절 보냈기에 거미에 대한 두려움 따위는 전혀 없다. 그래서 조용히 손으로 잡아 창문 밖으로 내 던졌다. 너에 살던 고향은 여긴 아니야 하며...
3. 정당방어 2
자다가 일어나 오줌을 누러가려는데 아내는 방 한켠에 도사리고 앉아 부엌 아궁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왜? 무어해?’하고 물었다. ‘쥐야, 쥐’한다. 사실 쥐가 부엌에 들어 온 건 며칠 전 부터다. 그 사실을 난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아침 일찍 부엌에 나갔는데 부엌 풍경이 난잡하였다. 밥에 넣기 위해 불려놓은 콩이 여기 저기 떨어져 있고 고구마도 갉아먹다 남긴 것이 있었다. 아이쿠 큰 일 났다 싶었다. 이 일을 아내가 알면 우찌할꼬 싶었다.
쥐에 대한 아픈 추억은 신혼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는 86년 12월에 결혼을 했는데 가진 돈으로 전세방을 구하자니 한성 입성은 실패하였고 안양 변두리에 6가구가 한 집에 사는 단칸방을 마련할 수 있었다. 화장실도 공동으로 써야했고 목욕탕은 물론 없었다. 부엌에서 옹색하게 대충 씻을 수밖에 없는 그런 집이었다. 그때는 여름이었다. 그날도 난 친구들과 퇴근 후 술 한 잔 맛나게 하고 집에 오니 아내는 빗자루를 들고 문 앞에 앉아 방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왜에?’하고 묻자. ‘부엌에서 일하고 있는데 쥐가 내 발을 밟고 방 안으로 들어갔단 말야.’ 한다. 응 그래 괜찮아 문 열어놓고 자면 쥐는 사람도 모르는 새 나가니 걱정 말라며 아내를 안심시킨 일이 있다. 사실 나야 흙벽으로 지은 시골집에 살면서 쥐가 방에 들어와 손가락도 깨물고 방안에 모셔놓은 나락가마니도 파먹고 하는 환경에서 어린 시절 보냈으니 쥐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사실 우리 세대야 전국 쥐잡기 운동에 학생들도 동원되어 쥐꼬리 가지고 학교에 안 가본 사람이 없지 않은가. 온 동네 뒤져도 쥐가 없으면 왜 오징어다리 젤로 가는 놈 떼어 재에 묻혀 쥐꼬리라며 학교 가져간 일도 있잔는가 말이여.
그런 쥐가 부엌에 들어왔으니 소심하고 겁 많은 아내가 이 사실을 알면 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까 싶어 숨겼던 것이다. 그런데 이 넘이 세상에 불 때는 아궁이에서 출몰하다 아내 눈에 띈 모양이다. 그래서 쥐 잡는 소위 찍찍이라는 것을 사와서 불 때는 아궁이 바닥에 설치했다. 그랬더니 이틀째 되는 날 한 입에 넣을 수 있는 고구마 크기 만 한 쥐가 딱 붙어있었다. 아 됐다 싶어 사체를 처리하고 이제 돼얏으니 걱정말라 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다음날도 아내는 또 아궁이를 몹시 노려보고 있었다. 또 쥐가 뽀시락거린다는 것이다. 할 수없이 또 찍찍이를 설치했다. 그랬더니 다음 날 또 한 넘이 딱 붙어있는 것이었다. 이젠 됐다며 걱정말라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그 다음 날은 쥐가 부엌 출입문 방충망을 뚫고 부엌을 또 휘젓고 다닌 것이 내 눈에 보인 것이다. 그래서 찍찍이를 부엌에도 설치하고 불 때는 아궁이에도 설치했다. 그렇게 하여 잡아낸 쥐가 근 보름동안 8마리나 되었다.
시골에 와서 후회한 일이 있다면 집이란 그저 비나 이슬만 막을 수 있으면 훌륭하다고 한 소로우 흉내 내느라 허름한 집에 그대로 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림 같은 집을 지어놓고 어떤 벌레도 침범치 못하게 해 놓고 아내를 모셨어야 했는데...
어제 오마니가 열어둔 욕실 수챗구멍을 통해 들어온 눈빛 반질반질한 놈 한마리가 거실을 타타타타 튀다녔어요, 결국 아침에 찍찍이에 붙어 처참하게....동화책에서나 만난 생쥐를 집에서 키우고 싶다던 딸아이는 왜 죽여야하느냐고 아침부터 징징징~ 요즘 보기드문 소재거리라 ^^;
첫댓글 울집 영감님 몇해 전부터 횃대님이 사는 황간에 가 살자고 꼬드기며 자겁중인데...지네 거미 개미 나비 나방 바퀴 파리 모기 기타등등(너무 무서워요) 아~~길벗님 정지에서 노니는 쥐가 내머리에서 잉태되고 있어요
밤안개님 영감님이야 시골집에서 그냥 살자고 안하실거 아닌감요 그냥 새로 짖거나 조금만 제대로 손질하면 쥐 안들어와요
llllllllllllllllll 이눔 이 지네 ㅋㅋ 그눔 돈벌레 같이 생겼네요 여기서 웃으면 길벗님 마눌님 화내실려나요 그래도 웃음나서요 ....
ㅎㅎㅎ.. 길벗님이 탈퇴하는 날엔 아마도 은파리한테 개죽음을 당할 것이라는 소문.ㅎ..(만나자마자 이렇게 협박을 하는 이유를 나도 모르겠습니다. 용서를..ㅎ)계속 기대하겠슴미당.
ㅎㅎㅎ 아이구 황송해라...
어제 오마니가 열어둔 욕실 수챗구멍을 통해 들어온 눈빛 반질반질한 놈 한마리가 거실을 타타타타 튀다녔어요, 결국 아침에 찍찍이에 붙어 처참하게....동화책에서나 만난 생쥐를 집에서 키우고 싶다던 딸아이는 왜 죽여야하느냐고 아침부터 징징징~ 요즘 보기드문 소재거리라 ^^;
몇달전 청계천을 걷는데 아이들이 쥐같은 것을 같고 놀아요 그게 뭐니 하니까 흰 쥐라나요 돈주고 사서 집에서 키운데요 이쁘다고....난 소름이 끼쳐서 혀를 내둘렀는데 요즘 아이들은 쥐를 귀엽다고 그러대요 19:49
공포란 실제 보이는 모습보다 마음 속에서 키워 온 것에 의해 더 크게 느껴질 수가 있어요 헤헤 쥐새끼의 실제 눈을 보면 그렇게 까맣고 반들반들 이쁠 수가 없어요.
난 연체동물이 무서워요 어릴적 흙집에 살때는 지네 비슷한 벌레가 많았어요 전라도에서는 그걸 사네기라나 뭐라나 뭐, 그런벌레 참 많았어요. 갑자기 무섭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