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얼마 만입니까. 지난해 봄 이후 전세 거래는 엄두도 못 냈는데….”(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중개업자)
지난해 EBS수능 방송과 내신 위주의 대학입학 시험 발표 등 ‘이중악재’로 전셋값이 급락했던 ‘사교육의 메카’대치동 전세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다.
시세보다 싼 전세 매물이 팔려나가면서 가격도 지난해 11월 바닥시세에서 적게는 500만원, 많게는 2000만원 정도 올랐다. 한 중개업자는“예년보다 학원수요가 줄었지만 겨울방학 성수기를 맞아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전셋값이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세 또는 강보합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은마 아파트 31평형은 지난해 여름 1억5000만,11월엔 1억6000만원까지 매물이 나왔지만 지금은 가장 싼 매물이 1억7000만, 수리가 잘 된 로열층은 2억1000만원까지 호가한다. 이 아파트 34평형도 2억1000만∼2억5000만원 선이다.
은마타운 공인 관계자는 “대입성적이 발표된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거래가 20∼30건은 이뤄졌다”며“한 달 새 바닥에서 적어도 1000만∼2000만원은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중개업자는 “은마 31평형의 경우 매물이 좀 모자란다”고 전했다.
인근 대치동 효성 23평형은 한 달 전보다 1500만원 올랐고, 선경2차 55평형과 우성2차 32평형도 같은 기간 500만∼1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이맘때 만해도 전셋값이 비싸 이사를 못 오던 사람들이 전셋값이 많이 빠지자 제법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등록세율 인하(1월 5일 시행) 조치를 앞두고 매매거래가 이뤄지면서 시장이 동맥경화증에서 벗어난 데다 주변에 입주 물량이 많지 않은 점도 숨통이 트인 요인”이라고 전했다.
대치동 미도 아파트 인근의 한 중개업자도 “최근 20일간 중개업소마다 2∼5건씩 거래를 한 것 같다”며 “지난해 여름이나 가을에 비하면 거의 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거래가 늘면서 미도 45평형 전셋값은 3억8000만∼4억3000만원 선으로 지난해 11월보다 2000만원 이상 올랐다.
석사공인 김선옥 사장은 ”서초구 반포동이나 용산구 동부이촌동에서 재건축·리모델링 아파트의 이주가 시작되면서 조합원들이 전셋값이 많이 빠진 대치동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며“전셋값이 꾸준히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타워팰리스 주상복합아파트도 30∼50평형대를 중심으로 전세거래가 제법 이뤄졌다고 중개업자들은 전했다.
중개업자들은 대치동 전셋값이 바닥을 쳤다는 점에 대해선 공감을 하면서도 계속 오름세를 보일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한 중개업자는 “최악의 국면은 지났지만 학원특수가 예년 같지 않기 때문에 크게 오르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는 “겨울방학 성수기 때 전세 거래가 연간 가장 많은 점을 감안할 때 다음달 설연휴(2월 8∼10일)까진 전세거래가 이뤄질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