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美, 이민비자의 순서
2020-12-11 미국 시카고무역관 배성봉
김영언, 법무법인 미래 변호사
저는 어렸을 때 학교에서 등수를 매기는 것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순서매기기는 필연적으로 후순위자와 낙오자를 양산합니다. 어린 맘에 그게 너무 싫었습니다. 물론 결국은 저도 그 매커니즘의 충실한 일원이 돼 상위등수를 추구하는 학생이 됐지만요. 교육학에서는 순서매기기와 이에 수반된 경쟁이 학습에 중요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정말 다양한 순서에 매입니다. 한국의 30대는 주택청약신청의 긴 줄에 서 있고 미국의 30대는 아이를 좋은 프리스쿨에 보내고자 대기자명단에 이름을 올려 놓습니다.
순서를 매겨야 하는 이유에 대한 유력한 설명은, 원하는 사람보다 재화가 유한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수요보다 재화의 공급이 적은 탓에 이를 획득하기 위한 경쟁이 생기고 이를 큰 무리없이 분배하기 위해서 일정한 기준에 따라 순서를 매기게 됩니다. 굳이 경제학이론을 들어 설명하지 않더라도, 재화의 가치가 높고 희소한 것에 높은 순서를 부여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체험적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에 입국하려는 이민자를 정하는 시스템 역시 순서매기기 매커니즘이 적용됩니다. 미국 정부가 정한 연간 신규이민자 수보다 이민신청자가 훨씬 많은지라 미국은 자국의 인구구성이나 경쟁력을 고려해 이민자의 자격에 순서를 매겨 놓고 있습니다. 미국영주권을 받기 위한 절차는, 추첨이나 망명과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크게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가족을 초청하는 경우, 둘째는 취업에 의한 이민입니다.
가족 초청의 순서매기기 기준은 초청자와 얼마나 가까운지입니다. 가장 빠른 것은, 시민권자의 21세 미만 자녀, 배우자 그리고 친부모님에 대한 초청으로 쿼터제한이 없어 대기없이 신청하고 6개월 정도면 영주권을 받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0순위입니다. 그 외에는 연간쿼터가 있어 꽤 오랫동안 대기한 후에만 영주권을 받습니다. 가족초청 1순위는 시민권자의 21세 이상 미혼자녀이고 현재 기준으로 약 6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2순위는 영주권자의 배우자나 자녀인데 성년인지에 따라 1년에서 2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3순위는 시민권자의 기혼자녀이고 약 11년이 남았습니다. 마지막 4순위는 시민권자의 형제자매에 대한 초청으로 접수후 무려 13년을 대기해야만 영주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여기에다 출신국가에 대한 순서까지 도입해 중국, 인도, 멕시코, 필리핀 등은 더 많은 대기기간이 요구됩니다. 인구가 특히 많은 국가들이므로 타국과의 형평을 고려한 조치입니다.
취업이민의 경우에는 학력수준에 따라 그 대기기간에 순서를 둡니다. 유럽에서의 고급인재를 영입해 국가발전을 이룬 역사적 교훈으로, 미국은 특히 학자들의 이민에 관대합니다. 취업이민은 총 5가지 순위로 나뉘는데 특히 1순위에서 3순위에 이 학력기준이 적용됩니다.
1순위 취업이민은 큰 업적을 쌓은 인물이나 학자 등 대개 박사학위자 이상을 위한 이민이라고 보면 되고 수개월이면 영주권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특별히 자국경제를 위한 교역확대를 유도하기 위해서 국제기업의 관리자급 이상에도 최우선권을 줍니다. 바로 독자 여러분 중 많이 적용되시는 주재원이민입니다. 취업이민 2순위는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에게 배당합니다. 대개 2년 정도면 영주권을 받습니다. 마지막 3순위는 학사학위 소지자 또는 경력을 소지한 숙련공, 그리고 비숙련공에게 해당합니다. 가장 많은 신청자가 몰리는 3순위는 특히 대기기간에 변화가 많습니다. 역사적으로 최소한 3~4년 이상씩 기다려야 했는데 최근에는 2년 남짓 걸립니다. 4순위는 종교이민인데 종교자유의 건국이념에 따라 그동안 종교이민에 관대해 비교적 용이하게 영주권을 받았으나 2순위, 3순위 취업이민 대기기간이 많이 줄어서 최근에는 조금 덜 이용됩니다. 5순위는 소위 말하는 투자이민으로서 180만 달러 이상의 투자로 받는 절차입니다. 최근에는 중국인들이 많이 뛰어들어서 실제 영주권을 받기까지는 2년은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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