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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안전을 담보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호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가장 안전해야 할 장소에서 벌어진 사건 하나가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지난 2월 대전 소재 모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김하늘 양’ 사건이다.
사건이 발생한 뒤 교내에서 사라진 하늘이를 더 빠르게 찾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교내에 더 많은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건이 발생한 학교 건물 2층 복도나 시청각실에는 모두 CCTV가 없었다. 이 때문에 김 양을 추적하는데 시간이 다소 지연됐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이후 국회 전자 청원에 ‘교실과 사각지대 등에 CCTV를 의무화했으면 한다’는 글이 게시됐다. 아이들의 교내 안전사고ㆍ사건 증거 수집을 위해서라도 CCTV 설치가 의무화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유사 사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교실 내 CCTV 설치 등을 골자로 하는 일련의 ‘하늘이 법’이 마련됐다. 이 법에 따라 교내 CCTV 1.7만 대가 올해 중 유ㆍ초ㆍ중ㆍ고교에 설치 완료된다. 7천 대는 상반기 중에 이미 설치됐고 나머지는 올해 하반기 중 설치된다. 최교진 신임 교육부 장관도 이에 대해 찬성 의견을 표시했다.
교실 내 CCTV 설치는 ‘뜨거운 감자’다. 교사들은 교육 활동을 침해한다며 반대하는 견해가 많다. 반면 학부모들은 범죄와 학교폭력, 다양한 사고를 막기 위해 교실 내 설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한된 목적으로 활용하면 양측의 이런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도 한다.
CCTV는 현대판 ‘판 옵티 콘’이다. 판 옵티 콘은 학교, 공장, 병원, 감옥 등에서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체계를 말한다. 감옥의 경우, 한 사람의 간수가 모든 죄수를 감시하는 원형 감옥을 의미한다. 이 감시 체계로 대중들에겐 보호받을 만한 프라이버시가 조금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한 모든 자료가 저장되는 데이터베이스가 오히려 모든 대중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체제로 바뀌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시 체제는 애당초 개인의 프라이버시 손상을 전제로 시작됐다. 하지만 CCTV 등 감시 기술이 강력범죄의 범인 검거나 각종 사건 사고 해결에 유용하게 사용되면서 안전은 개인의 사생활을 희생하더라도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정보기술이 가져다주는 이득이 일상생활에서 너무 크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생활의 희생을 감수하는 것을 당연시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정보기술 발달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프라이버시 침해는 일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이미 도를 넘어선 상태다. 따라서 학교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학교는 개인의 성장과 더불어 건강한 사회구성원이자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교육 공간이지, 감시와 처벌의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하늘 양 사건의 본질은 CCTV 미설치가 아니다.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교사가 교육 현장에 아무런 제지 없이 복귀할 정도로 허술한 시스템에 있었다. 이 사건의 본질적 대책은 관련법의 내용에 충실히 따르는 것이다. CCTV 설치, 미설치를 두고 왈가왈부할 일이 아닌 것이다. 교육부 예규로 운영되는 질환 교원 심의위원회는 울산교육청에서도 2024년 2회, 2023년 1회 열린 적이 있다.
한 걸음 물러나 교내 CCTV 설치 강화를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교실 내 설치는 지양해야 할 대상이다. 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유ㆍ초ㆍ중ㆍ고교 교원 6,1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5.6%가 ‘교실 내 설치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교총도 교원 초상권과 사생활 침해 우려를 이유로 반대 뜻을 표명한 바 있다.
이들의 반대 이유를 요약하면 교실 내 설치는 우선 교원과 학생의 초상권, 사생활권, 기본권 침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학부모의 과도한 영상 열람 요구와 영상 유출 오남용 가능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교실이 창의적인 교육 활동 공간이 아니라 불신과 감시의 공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학생과 교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 소지를 불러일으키고 교육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