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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51 章 하대치의 야망(野望). 1. 도일봉은 요사이 정말 골치가 아팠다. 지난 가을. 교영을 만나기 위해 낙양에 갔다가 바얀을 만나고, 연수라마에 게 된통 당한 후에 도일봉은 곧장 손삼여의 거처로 숨어들었다. 손 삼여는 초죽움이 되어 돌아온 도일봉을 치료하고 간호하느라 크게 진땀을 빼야 했다. 도일봉의 상처가 가볍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수 라마의 손톱에 할퀸 왼손등은 뼈가 드러나 있었고, 우르나르의 잘 려진 창에 찔린 아랫배는 소장(小腸)까지 상처를 입히고 있었다. 이러고도 살아있는 것은 도일봉이 워낙 독종에 속하는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도일봉은 두달이 넘도록 손삼여의 거처에 숨어 상처를 조섭하고 서야 겨우 기력을 찾을 수 있었다. 바얀과 도일봉은 두 사람 모두 이시대 최강의 무공고수들에게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그만큼 중했 고, 치료기간도 길었다. 몸을 움직일만 하자 도일봉은 곧 장군부 로 돌아왔다. 안그래도 지금 바얀은 장군부를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었으므로 도일봉은 장군부의 행동을 일체 중단시켰다. 손삼여나 원강, 회안의 사업외에는 일체 손을 쓰지 않았다. 그렇게 겨울이 갈 무렵부터 골치아픈 일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직접 장군부에 손해나는 일은 아니었지만 역시 골치가 지끈지끈한 일들이다. 그 첫째가 바로 수시로 찾아오는 염탐꾼들이었다. 바얀이란 놈 은 기어이 도일봉을 잡아 뿌리를 뽑으려는지 염탐자들을 무더기로 보내 망산 전체를 이잡듯 뒤지기 시작한 것이다. 장군부가 워낙 은 밀한 곳에 숨어있고, 근처의 백성들이 장군부에 대해선 전혀 입을 열지 않으니 염탐자들이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온 산 을 다 뒤진다면 기어코 장군부는 발각되고 말 것이다. 벌써 몇개 의 봉우리만 남기고 거의 뒤진 모양이다. 장군부에서는 많은 인원 을 동원해 염탐자들을 찾아 처치하고, 그들의 이목을 속이느라 일 부로 다른 봉우리로 유인하여 처치하는등 방법을 쓰고는 있으나 그 것이 얼마나 갈지 의문이다. 이것이 골치아픈 일중 하나이다. 두 번째는 바로 청응방의 몰락이었다. 몰락이라고 하면 어울리 지 않았다. 청응방이 세상에서 없어진 이상 몰락이라고 해도 과언 은 아닐것이다. 청응방은 의혈단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항복을 한 것이다. 청응방의 사방주는 청응방을 해체하고, 스스로 폐문봉도(閉門封道)를 선언했던 것이다. 사방주는 늙은 너구리라고 무림에 소문났고, 그 음흉하고 깨끗한 일처리로 사업을 성장시켜 왔지만, 개봉의 하대치에게 여러번 얻어맞고 심한 압력을 받아 견 디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선 것이다. 의혈단에게 완전히 항복한 것 은 아니라해도 사방주는 개봉의 하대치에게 밀려나고 말았던 것이 다. 장군부에게 청응방의 존재는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 지만 그간 서로 협력을 하면서 정보를 교환했고, 어려운 일이 있으 면 함께 나서곤 했다. 이제 청응방이 몰락하고 말았으니 어쨌든 한 쪽팔이 잘려나간 꼴이 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염탐자들은 더욱 극 성을 부리게 되었고, 장군부에겐 그만큼 골치거리가 늘어난 셈이 다. 장군부는 요사이 이 두가지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하지만 도일봉에게는 기쁜 소식이 있었다. 도일봉이 돌아오자마 자 밍밍이 임신을 하게 된 것이다. 봄이 온 지금 밍밍은 삼개월된 아기를 뱃속에 기르고 있었다. 밍밍은 물론 크게 기뻐하며 삼랑에 게 약을 올리는 중이었다. 도일봉 또한 기쁜것도 같고 어리둥절한 기분이기도 했다. 남들 다 낳는 아기를 자신도 낳게 된것 뿐인데도 웬일인지 밍밍은 더욱 사랑스러워 졌고, 입가에 웃움을 그치지 않 았다. 삼랑이 크게 심술을 부릴때면. "자자. 우리끼리도 서로 노닥거려 아기를 만들어 봅시다. 하 하." 이렇게 얼버무리며 한바탕 삼랑과 뒹굴곤 했다. 그 외에 장군부엔 경사도 있었다. 만천 설문빈의 옥동자가 탄생 (誕生)했다. 지난 여름에 접어들면서 하란은 임신을 했고 드디어 금년 이월에 만천을 닮은 아들을 낳았다. 만천 설문빈의 첫 아기이 기도 했지만 장군부에서 태어난 첫 생명이라 더욱 경사스러운 일이 었다. 만천은 요사이 아이 옆에서 떨어지려 하지도 않았다. 나이가 이미 삼십이 넘어있는 만천으로서는 늦게 자식을 본 셈이다. 그래 서인지 더욱 애뜻한 정이 생기는 모양이다. 하란은 그야말로 하늘 에 오르는 기분이었다. 만천은 아이의 이름을 건(建)이라 지어주었 다. 자신이 뜻을 얻고 얻은 자식이고, 장군부를 세운 후 얻은 자식 이라 건이란 글자로 이름을 삼은 것이었다. 도일봉은 예전처럼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았다. 하루의 대부 분을 밍밍과 보내고, 이젠 제법 뛰기가지 하는 향아와 함께 놀아주 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철도 제법 들어 함부로 망나니같은 짓 도 하지 않았다. 이제 곧 아버지가 된다고 의젓하게 거드름을 피우 기도 했다. "수를 생각해 내야 하는데..." 그 일만 아니면 걱정할 것이 없는 도일봉이었다. 하루가 지날무렵 도일봉은 매소저를 불러 물어보았다. "오늘도 염탐하는 놈들이 있읍디까? " 매소저는 이미 백호기의 부장이었다. 수하들을 잘 단속하기도 했다. 그녀의 무공과 싸늘하면서도 칼끝같은 성격에 수하들은존경 도 하고 두려워도 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녀는 요즘 염탐자들을 색 출하는 일을 맡고있었다. 매소저의 모습에는 귀찮다는 표정이 역력 했다. "지겨운 놈들이예요. 하루에 서너명씩은 계속 올라오고 있어요. 대부분 헛탕을 치고 내려가긴 하지만 몇놈은 입을 막지 않을 수 없 었어요. 이렇게 나가다간 한달안에 들통이 날것 같아요." "음. 알겠소. 좀더 대책을 생각해 보십시다." 도일봉은 또 태산으로 보냈던 사람들에게서 소식이 없는지 알아 보았다. 팽광이 와서 소식을 전한 후 도일봉은 개봉에 있는 원강의 수하들중 날랜 자들을 뽑아 태산으로 보냈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 까진 아무 소식도 없었다. 팽광은 여전히 장군부에 머물며 무공을 연마하고 있었다. 어린나이에 참을성도 많고, 생각도 깊은 인물이 었다. 도일봉은 이와같은 주위의 상황이 자신에게 어떤 결단을 요구하 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과연 이 상태로 의혈단과 부딪쳐 생존할 가능성이 있는가? " 몇번을 되물어 보아도 대답은 '아니오!'였다. 의혈단은커녕은 개봉의 하대치만 처들어와도 장군부는 풍비박산 당하고 말 것이 뻔 하다. "도망칠 것인가? " 도망친다면 도대체 어디로 갈 것인가? 세상을 등지고 숨어살지 않는 한 바얀은 도일봉을 잡으려 할 것이다. 수가 있다면 의혈단을 뿌리체 뽑아버리는 것이다. 의혈단이 사라지고서야 도일봉이 안심 하고 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머릿속의 상상에 불과했다. 누가 있어 의혈단을 없앨 것인가? 현재 강남의 문국환과 양종보 노인등 이 일을 꾸미고는 있지만 어느 세월에 이룰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 삼월로 들어선 어느날 도일봉은 만천과 무삼수를 뒷쪽의 정자로 불렀다. 이 세 사람은 장군부의 시금석(試金石)을 놓았던 인물들이 다. 두 사람이 정자로 올라오는 것을 보고 껄껄 웃었다. "이 좁은 산 골짜기 안에 살면서도 하루에 얼굴 한번 보기가 힘 들구만. 어서들 오시오." 도일봉의 말은 사실이었다. 세 사람 모두 자기들 기쁜일에 싸여 좀체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무삼수가 따라 웃었다. "제일 바쁜 사람은 대장인데 무슨 말씀이슈. 하하." 삼랑이 이미 차를 준비해 두고 있었다. 두 사람이 자리를 잡자 도일봉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사실 오늘 자리를 만든것은 걱정거리 때문이라오. 난 이번의 상황을 아주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와같은 생각에는 두 사람도 동의했다. 도일봉이 말을 계속했 다. "한번도 이와같은 느낌을 받은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어떤 결정 을 내려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구려." 만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의 느낌이 옳을 것이오. 사실 우리 장군부는 그간 어려움 도 제법 많았지만 남들에 비하면 순탄한 길을 걸었다고 해야할 것 이오. 운이 좋다고 해야할까. 이미 하남북은 의혈단의 수중에 있 고, 우린 그들 손안에 있는 셈이오. 오래 버틸 수 있는 일이 아니 외다." 이번엔 무삼수가 입을 열었다. "대장은 결정내린 생각이 있소? " 도일봉이 고개를 저었다. "생각이야 많이 해 보았지만 결정은 하지 못했다네. 하긴 해야 할텐데 말이야." 만천이 말했다. "생각한 것이 있다면 들어봅시다." "내 생각엔..." 도일봉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먼저 여자들을 다른곳으로 옮겨야 하겠소. 놈들은 분명 어 느때건 처들어 올 것이오.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올 것이오. 그렇다고따로이 도망칠 곳도 없소. 장군부를 해체하지 않는 한 그들의 추적을 피할 순 없을게요.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한 다면 이곳보다 좋은 장소는 없소이다." "옳은 말이오." "그래서 여자들을 옮기자는 말이오. 우리에겐 이미 홍택호에 근 거지가 있으니 그리로 보내면 될 것이오." "여자들이라야 겨우 십여명 안팎이 아니겠소?" "그렇긴 하지. 하지만 여자들만 보낼 순 없지요. 그곳에서도 사 업을 일으켜야 하니까요. 그래서 두 사람을 따로이 부른 것이라오. 이 생각대로 한다면 여자들과 함께 가야 할 사람이 필요하니까." 도일봉은 무삼수과 만천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을 계속했다. "내 생각으로는 두 사람이 함께 홍택호로 갔으면 한다오." "우리 두 사람이 말이오?" 두 사람은 놀라 부르짖었지만 도일봉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계 속했다. "두 사람 보다 나은 사람은 없소이다. 그래야 내가 안심할 수 있고, 또 그쪽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을테니 말이오. 이곳은 모선 생등이 도와주면 그런대로 끌어갈 수 있을 것이오." 두 사람이 빠진다면 장군부의 반이 빠저나가는 셈이다. 도일봉 이 말을 계속했다. "이 일은 이처럼 결정할 수 밖에 없소이다. 두 사람은 더 따지 지 말았으면 좋겠소. 대신 만천선생은 떠나기 전에 이 주변의 함정 등을 다시 한번 살펴봐 주시구려." 만천은 고개를 끄덕이는 수 밖에 없었다. "알았소이다." 도일봉이 무삼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섭섭해 할 것은 없네. 두곳의 연락은 자네 몫이니까." "알겠소이다." "이 일은 여름이 되기전에 마무리 하도록 합시다." "그리 하지요." 도일봉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사씨네가 이미 항복을 한 이상 우린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오. 주변의 상황을 잘 살펴야 할 것이오." 무삼수가 입을 열었다. "그래야 할 것이오. 그 하대치란 자는 과연 보통 인물이 아니더 이다. 야망이 보통이 아니란 말이오. 하남은 이미 그의 손에 들어 간 상태이고, 호북쪽도 그의 손길에 의해 움직이는 눈치였소. 개봉 에 담진자가 있긴 하지만 실권은 하대치가 잡고 있는 실정입니다." 무삼수의 말대로 하대치는 요즘 날로 기세가 강대해지고 있었 다. 먼저번 무당파와 충돌때에도 하대치는 출동했지만 별반 피해를 입지도 않았다. 호북의 신담수가 왼팔을 잃고 수하들까지 잃어 힘 을 못쓰자 하대치는 은근히 접근하여 호북의 세력을 흡수하고 있는 상태였다. 더욱이 하남은 그의 세력권이니 말할것도 없다. 하대치의 일처리는 과연 남들관 달랐다. 일반 무림인들은 무공 을 앞세우고 명성을 떨치고 세력을 얻으려 했지만, 하대치는 비단 무공이 높을 뿐 아니라 돈을 쓸줄 알았다. 하대치의 돈은 물론 바 얀의 세력을 업고 얻어지는 것이지만, 하대치는 그 돈을 쓰는 요령 을 알았다. 남과 충돌을 하더라도 우선 돈으로 막고 그래도 않돼면 힘을 쓴다. 상대를 매수하는 수법은 하대치의 전공이었다. 하남의 세력은 그렇게 피도 안보고 흡수한 셈이다. 청응방만 하더라도 하 대치의 이 당근과 채찍 수법에 굴복한 것이 아니겠는가! 현재 하대 치의 지위가 의혈단의 여섯 호법중 한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호법 들의 우두머리요, 세력으로는 담진자와 겨룰만한 상태였다. 도일봉 은 하대치에겐 매번 당하기만 해 왔는지라 누구보다 하대치에 대해 주의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더우기 하대치와는 거리상으로도 가깝 기 때문에 경계를 게을리 할 수 없었다. "좀 더 주의를 해 봅시다. 이것들만 해결할 수 있다면 우리 장 군부는 결코 중도에서 쓰러지지 않을 것이오." 만천과 무삼수도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했다. 그 후로 만천은 장군부 주위 모든 봉우리들을 돌아다니며 암기 와 함정을 설치해 나갔다. 만천은 거의 모든 진식에 대해 알고있는 상태였다. 저번 사막행에서 실전을 경험한터이라 암기장치와 항정 등 기관진식에 대해서는 남다른 성취를 쌓고 있었다. 그런 만천이 마음을 먹고 계획하고 설치해 나가니 장군부 주위로는 이제 웬만한 인물은 접근할 수도 없었다. 도일봉은 또 동생인 이봉이를 불렀다. "넌 그동안 모윤선생에게 많이 배웠겠지?" 지난 가을 이후 이봉이는 모윤을 따라 다니며 일을 배우고 무공 을 익히고 있었다. 이봉이가 워낙 주색잡기를 좋아하긴 했지만 모 윤의 말없는 엄격함에는 큰소리를 치지 못했다. 얼렁뚱땅 배우긴 했지만 그래도 그동안 배운 것들이 있는 형편이다. "배우기는 뭘..." 이제 23살로 접어드는 이봉이는 제법 겸손도 배운 모양이다. 도 일봉이 대견해 하며 입을 열었다. "네가 그동안 잘 해주었으니 이제 형도 약속을 지키겠다. 너는 곧 회안으로 떠너거라." "회안이요? 그곳은 여기서 천리도 더 되는데..." "천리면 어떻고 만리면 어떠냐. 이제 너도 일가를 이룰 나이가 되었으니 회안에서 새로이 일을 해 보거라. 그곳엔 이 형이 준비해 둔 것이 있다. 제법 규모가 큰 표국이다." "나보고 그럼 표국을 해보란 말이오? " "왜 싫으냐? " "아니. 싫은게 아니라..." 너무 좋아서 입이 헤벌쭉 벌어진 이봉이었다. 도일봉이 말했다. "기웅등이 도와줄 것이다. 하지만 이후로 이 형에게 기댈 생각 은 말어. 오로지 너 혼자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요사이 이 형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 일만도 벅차. 너를 돌볼 여유가 없다." "쳇. 천하의 도일봉이랄땐 언제고, 이제와서 엄살이슈?" "이놈아. 농담이 아니야. 이곳을 지킬지 어떨지도 확신하지 못 한다. 그래서 너를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이다. 만약 형이 잘못되 면 너라도 도씨 가문을 이어야 할게 아니더냐?" "아니 형님! 그게 무슨 말이슈? 뭔일이 그토록 힘들단 말이오?" 여직껏 한번도 약한 말을 한적이 없는 형이었다. 그런 형이 이 제 후사를 부탁하고 있으니 이봉으로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일봉이 쓴웃움을 지었다. "이 형이 그동안 세상 넓은줄 모르고 천방지축 날뛰었다만은 모 두 운이 좋아서 아직 살아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쉽사리 죽을 형도 아니니 너는 안심하거라. 가거든 일 잘 하고. 그리고 부모님도 모 시고 가거라." "그토록 힘들단 말이오?" "응. 너에겐 사실대로 말해주마. 난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내 적은 너무 강해." "형님!" "너무 걱정하진 마라. 내 도일봉이지 않느냐? 누구라도 나를 건 드렸다간 성하게 남아있진 못할것이다." 이봉이는형의 성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산골 촌구 석에 살면서도 누구에게라도 꿀리려 하지 않았던 형이다. 하나를 받으면 열을 돌려주는 형이다. 여직 약한 소리를 한 적도 없는 형 이다. 그런데 이제 그런 형이 이처럼 심각하게 나오니 이봉으로서 도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후 내 한번 네게 들르마. 그동안 어떤놈이 네게 못되게 구는지 알아만 두어라. 내 다리를 몽땅 부러뜨려 놓겠다." "알았수. 난 형님과 함께 있고 싶다오." "응. 알고 있다. 우린 세상에 둘뿐인 형제가 아니냐. 너도 곧 장가를 가도록 하거라. 부모님 잘 모시고." "알았수. 형도 조심하시오." "응. 그래." 도일봉은 이렇게 하나하나 준비해 나갔다. 부모님을 설득하여 회안으로 보내는 일이 힘들긴 했지만 이봉이가 형의 마음을 알아 잘 설득하여 곧 회안으로 떠났다. 도일봉은 삼랑과 밍밍도 함께 보 내고 싶었지만 두 여인은 결사적으로 고개를 내두를 뿐인지라 도일 봉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어느새 겨울이 물러가고 봄이 왔다. 새싹이 돋은것이 어제 같았 는데 벌써 삼월도 다 가고 있었다. 도일봉은 향아와함께 연못 주 의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향아, 향아. 잘도 뛰는구나. 어이쿠. 넘어지겠는걸." 향아는 벌써 네살이 넘었다. 다행히 예쁘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 었다. 향아는 아장아장 잘도 걸으며 도일봉을 따라 다니며 깔깔 웃 어댔다. 삼랑이 저 멀리서 두 사람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요즘은 걱정 중에서도 행복을 느끼고 있는 도일봉이다. 행복한 순간 뒤엔 걱정거리가 따르고, 걱정거리가 지나면 곧 행복이 따른다. 인생도 이와 똑같을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원강으로부터 소식이 왔다. "태산의 놈들이 움직였습니다. 매일처럼 마차들이 태산을 떠나 고 있습니다. 마차엔 사람들이 실려있고요." "그래? 그들이 모두 잡혀있던 무림이들이던가?" "모두 확인하진 못했습니다만 한두대의 마차에서 무림인들을 보 았습니다. 이미 망한 사람들의 식구들도 끼어있고요." "또 어디로 끌고 가는 것이지?" "알 수 없지요. 다만 모두 동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알았네. 계속 뒤좇아보게." 원강은 계속 소식을 보내왔다. 무림인들을 실은 마차는 계속 동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산동에서 하남을 거쳐, 호북으로 들어섰다 가 다시 사천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사천에 당도한 마 차들은 어느 산성 보수공사 하는 곳에 이르러 사람들을 내려 놓았 다는 것이다. 도일봉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놈들이 또 그 수작을 부리는구나!" 도일봉이 처음 사천을 떠날때 한무리의 산적들을 만나 그들에게 잡힌 바 있었다. 그들은 실제 산적들이 아니고, 외지고 궁벽한 곳 에 인부들을 대주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도일봉은 그들에게 잡혀 반년이 넘도록 성을 쌓는 작업에 시달리기도 했다. 의혈단에서 분 명 사람들을 잡아다 진을 다 빨아먹고 필요없는 사람들을 그런 공 사장으로 보내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도일봉은 그들을 구하러 사천까지 가야할지 어떨지 고민했다. 현재 장군부도 코가 석자나 빠진 상태인데 자신이 그 먼곳까지 다 녀온다면 장군가 어ㄷ게 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데 가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황개노인 등도 이 일을 내게 일임한 상태이고 말이야." 만천이나 무삼수도 말리긴 했지만 난처한 입장이 아닐 수 없었 다. 공사장에 끌려간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도일봉이 장군부를 비운 사이 일이 터질까 그것이 걱정인 것이다. 도일봉은 강남 청운장으로 급히 사람을 보냈다. 그쪽에서 어떻 게 해결할 수 없을까 알아보려 한 것이다.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데 의외로 황개노인이 왔다. "아니. 노인네께서 직접 오십니까?" 도일봉의 놀람에 황개노인은 홀홀 이빠진 웃움을 날렸다. "이놈아. 이젠 이 늙은이가 보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냐?" "원 노인장도. 성질은 여전하십니다그려." "오냐. 네놈도 그렇구나. 문국환은 널 도아줄 입장이아니다." "그렇군요." "그쪽은 이쪽보다 더 급해. 강북은 이제 의혈단 놈들의 소굴이 되버렸는데 어떻게든 강남이라도 지켜야 되지 않겠느냐? 문국환과 양종보는 요즘 강남에서 횡행하는 의혈단 놈들을 쓸어버리느라고 정신이 없다." "그건 다행이군요. 그쪽에라도 건재하다면 아주 틀린 일은 아닐 테닐까요. 문형이 수고가 많군요." "강남은 본래 몽고인과는 사이가 좋질 않다. 남송이 오래도록 몽고에 대항했고, 그 댓가를 받고 있는 것이지. 그것이 오히려 문 국환에게 도움이 되더구나. 강남 사람들은 하나같이 의혈단을 증오 하여 그들이 발붙이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더우기 그 마교라 하는 사교집단에서도 결사적으로 막고 있더구나. 오히려 그들이 더 적극 적이야." "음. 저도 그들을 한번 만난적이 있답니다. 몽고에 대항하는 세 력으론 현재 문국환과 그들밖에 없을 겁니다." "오냐. 언제 사천엘 갈테냐?" "가야지요." 하지만 대답이 시원치 않았다. 황개노인도 도일봉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함부로 나서지 않는 것이다. 황개노인이 말했 다. "이번일은 사람이 많이 필요한 것은아니다. 다만 시간이 문제 겠지? " "그렇답니다." "그래도 우선 사람을 구해놓고 봐야할테고..." "...." "좋네. 우리 둘만 가보세." "둘만 말입니까? " "둘이면 어떤가? 군사 몇놈 뿐일텐데 말이야 홀홀." "하긴..." 노인의 말도 맞는 말이다. 의혈단에서 나서지 않는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몇명만 가도 그깟 군사들은 한바탕 휘젓고 오면 그뿐 인 것이다. 도일봉은 하루종일 걱정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황개노인이 고개를 끄덕이고, 도일봉은 만천과 무삼수들을 불러 사정을 설명하고 그동안 장군부를 잘 챙기라고 일러주었다. 도일봉은 유수복등 대장직속에 있는 열명을 대리고 가기로 했 다. 그리고 물론 팽광이 끼었다. 삼랑이나 밍밍은 도일봉이 또 나 간다고 하자 크게 섭섭해 했지만 그녀들로서는 어쩔수가 없었다. 도일봉이란 인물은 워낙 돌아다기를 좋아하는지라 그걸 말렸다간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몰래 도망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 문이다. 도일봉은 임신한 밍밍이 걱정되긴 했으나, 삼랑과 하란에 게 잘 돌봐줄 것을 부탁했다. 삼랑은 요사이 밍밍을 크게 질투하고 는 있지만 이미 도일봉의 아기를 가진 밍밍을 더이상 못살게 굴지 는 않았다. 사월에 접어들어 이미 농사는 시작된 상태이고, 날씨는 제법 좋 았다. 도일봉 일행은 좋은 날씨를 벗삼아 길을 잡았다. 사천까지 다녀오는 시간만 해도 근 두달은 걸릴 것이다. 일행이 막 낙양을 벗어나고 있을 때. 뒤에서 말밝굽소리가 들려 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20세 전의 소녀가 일행을 따라오고 있었다. 모두들 아는 얼굴이었다. 말탄 소녀는 순식간에 일행쪽으로 다가왔 다. "어라? 죽매아닌가? 여긴 어쩐일이야?" 오추마를 탄 유수복이 먼저 입을 열었다. 소녀는 바로 매난국죽 네자매의 막내인 죽이었다. "날더러 산에만 있으라니 심심해서 죽을 것 같아요. 나도 따라 가게 해 주세요. 예, 대장님." 한참 말괄랑이 짓을 할 나이인 죽이 친구도 없이 산속에만 박혀 있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더욱이 요사이 팽광이 친구가 되어 같이 지냈기 때문에 친구없이는 견디기 어려울것 같아 일부로 몰래 따라나왔던 것이다. "언니가 크게 걱정을 할 텐데?" "걱정이야 하겠지만... 뭐 편지를써 놓고 왔단 말이예요." 생각해보니 이번일은 힘든것도 아니었고, 말괄랑이 소녀에게 세 상을 보여주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죽을 돌려 보낸다면 혼자 돌아다닐 것이 뻔하다. "그래 좋다. 하지만 말썽부리면 않돼!" "누가 말썽을 부린단 말이예요? 난 본래 얌전하다고요." 죽은 깔갈 웃으며 좋아했다. 일행은 계속 길을 걸었다. 낙양을 떠난 일행은 곧 황하로 접어들어 배를 탔다. 배로 장안까지 간 다 음 그곳에서 육로로 갈 생각이다. 죽은 이처럼 나들이를 하게 되자 신이나서 이곳저곳 둘러보며 하루종일 종알거리곤 했다. 배에 오르자 죽은 팽광에게 다가가 입 을 열었다. "이봐요. 내가 왔는데 반갑지 않아요?" 팽광도 반갑기는 한 모양이다. "아니오. 반갑다오." 죽은 여행 내내 팽광옆에 붙어 쫑알 거리곤 했다. 모두들 두 사 람을 보며 웃움을 짓기도 했다. 장안에서 배를 내린 일행은 곧 남쪽으로 길을 잡았다. 민산산맥 (岷山山脈)을 넘고, 사천분지(四川盆地)를 지나 성도(成都)로 접어 들었다. 성도에서 동쪽으로 얼마를 가니 양자강 상류의 지류인 민 강(岷江)에 도달할 수 있었다. 태산에서 옮겨진 사람들은 바로 이곳 민강의 치수사업에 동원되 고 있었다. 이곳도 해마다 불난리를 겪고있는 실정이고, 성도로 공 급되는 곡물이 이곳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중요한 곳이기도 했다.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잘밨어요
즐독입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감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