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6일 오후 장경사 화재 발생 삼성각 내부 향로에 불 옮겨 붙자 첨단수집장치가 감지해 초기대응 3년간 화재우려 380건 미연 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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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광주 장경사에 구축된 사찰방재예측시스템은 삼성각에 화재가 발생하자 이를 음성과 핸드폰으로 관계자들에게 즉각 통보했다. 사진은 200만 화소의 CCTV에 포착된 화재 발생 모습. 오른쪽 향로에 붙은 불은 금방이라도 수미단으로 옮겨갈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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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9월16일 오후 3시42분, 경기도 광주 장경사 종무실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화재를 알리는 경고 메시지가 잇따라 흘러나왔다. 지난해 2월 설비된 사찰방재예측시스템의 환경정보수집장치가 화재를 감지하고, 주지 스님 핸드폰과 사찰종무소, 이를 설비한 서울 강서구 염창동 (주)파슨텍 종합관제사무실에 신호를 보낸 것이다.
깜짝 놀란 성낙주(54) 종무실장이 사찰 주요시설을 모니터하는 관제화면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삼성각 내부의 향로에서 불길이 올라와 수미단으로 옮겨 붙기 직전이었다. 24시간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파슨텍 담당자도 이를 파악하고 종무소에 화재사실을 유선전화로 알려왔다.
20여분 전 이곳을 참배했던 여성이 무심코 향로에 버린 성냥개비가 향로 속에 있던 나무 조각 등 인화성 물질에 서서히 옮겨가 타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각은 대웅전에서 오른쪽 위편으로 5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연기가 나도 육안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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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각에 불이났음을 파악한 종무실장이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진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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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화면을 확인한 종무실장이 곧바로 삼성각으로 달려갔다. 법당 안에서는 화면에서처럼 오른쪽 향로에 불길이 훨훨 타오르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종무실장은 평소 소방훈련을 했을 때처럼 법당 한 켠에 비치된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단번에 진압했다.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장경사의 입지조건을 감안하면 단 5분만 늦었더라도 목조건축인 삼성각이 전소될 가능성이 높았다. 더욱이 불씨가 숲이나 다른 전각으로 옮겨 붙었을 경우 대형화재로 치달을 수 있었다. 다행이 목조건축의 특성에 맞춰 미세한 불꽃과 연기까지 감지해낼 수 있는 방재예측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했고, 사찰 측의 신속한 초기 대응이 화마로부터 성보를 지켜낼 수 있었다.
전통사찰방재시스템은 이 사업이 처음 시작된 2012년 81곳, 2013년 97곳에 구축됐다. 올해에도 89개 사찰에 방재시스템이 구축되며, 2021년까지 총 938개 전통사찰에 방재시스템이 구축될 예정이다.
최근 방재예측시스템 설비가 끝난 사찰이 늘어남에 따라 화재나 도난으로부터 성보를 지키는 구체적인 사례들도 점차 늘고 있다. 국가화재정보시스템 ‘화재통계 연감’에 따르면 매년 사찰화재가 50여건에 피해액이 7억7000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전통사찰방재시스템이 구축된 사찰에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다.
2012년 10월 전소된 내장사 대웅전도 방재예측시스템이 구축됐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주)새턴에 따르면 2012년부터 누전 감지해 처리한 것이 380건으로, 누전이나 아크 등이 대형화재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또 화재뿐 아니라 도난이나 훼불 방지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4월9일 오후 진천 용화사에 망치를 든 남성이 침입해 석불을 훼손하는 모습이 관제시스템에 포착돼 곧바로 경찰서에 연락됨에 따라 이를 중단시킨 사례도 있었다.
조계종 문화부장 혜일 스님은 “장경사에 전통사찰방재예측시스템이 없었다면 초기 대응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전통사찰과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방재예측시스템의 효과적인 구축을 위해서는 종단의 노력뿐 아니라 해당 사찰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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