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시즌을 앞두고 FC서울에 입단한 심우연
2016년 2월 11일, 죽었던 '서울의 심우연'이 부활했다. FC 서울이 언론에 심우연을 영입했다고 밝혔고, 곧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심우연의 입단 인터뷰가 공개되었다. 그는 직접 '권총 세리머니'에 대해 언급했다. (심우연과 서울의 악연은 이 글에서 따로 기재하지 않겠습니다.) 그는 "안 좋은 기억을 가지신 팬분들이 계실 것이다. 운동장에서 열심히 뛰어 팬분들께 보답하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22살의 심우연이 아닌 32살의 심우연이기 때문에 달라진 모습 보여드리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FC 서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심우연과 FC 서울 보드진을 욕하는 댓글이 수두룩했다. 심우연의 입단 인터뷰에는 '다시 나가라.', '죽은 놈이 어떻게 뛰냐?'라는 댓글이 가득했고, FC 서울의 등번호 배정 사진에는 '23번(심우연의 등번호)은 결번인가요?', '왜 4(死) 번이 아니죠?'라는 댓글이 눈에 띄었다.
FC 서울 페이스북 페이지에 달린 댓글들 ⓒ FC 서울 페이스북 캡쳐
그리고 어제 오후, 국내 최고의 프리랜서 축구기자 중 한 명인 서호정 기자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의 글은 심우연의 이적으로다시 주목받은 K리그의 스토리에 관한 글이었다. "지난 3년간 잊고있었던 그가 이적으로 다시 주목받았다.", "그날 죽었던 '서울의 심우연'이 다시 돌아오며 그 스토리도 부활을 했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이렇게 주목받는 것도 선수의 가치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프로 선수가 부지기수다." 필자는 서호정 기자의 글을 보고 심우연의 이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FC 서울과 심우연, 수호신, 그리고 K리그의 모든 팬에게 있어 다시 부활한 '서울의 심우연'은 비판하고 비난해야 할 잘못된 선택일 뿐일까? 심우연의 이적이 K리그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오늘 나는 이것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베테랑'의 복귀, 서울에게는 분명 도움이 될 영입이다. ⓒ 성남 FC 공식 홈페이지
# 심우연의 복귀, 한 번이라도 이성적으로 생각해본 적 있나
그저 '권총'과 '부활'로 심우연을 욕할 것이 아니라, 심우연의 이적이 FC 서울에 어떤 도움을 줄 것인지 이성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축구단은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1순위이고, 이를 위해 영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6년 FC 서울은 수비에서 차두리(은퇴)와 이웅희(상무 입대), 그리고 조민우(이적)를 잃었다. 또한 김진규가 FA로 떠난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정인환을 영입하기는 했지만, 수비 보강이 절실한 상황이다.
상주 상무에 입대한 서울 주전 수비수 이웅희 ⓒ Footballist
이러한 상황에서 심우연의 영입은 분명 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최강희 감독의 권유로 스트라이커에서 센터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하며 '공중엔 심우연'이라는 별명으로 전북과 성남을 이끌었던 심우연은 서울 수비의 주전 경쟁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선수이다. 그리고, 어차피 차두리·이웅희·조민우가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도 '일인자' 전북과의 순위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수비 업그레이드가 필수였다. 또한 정인환이 발이 빠른 수비수가 아니기 때문에 공격수 출신인 심우연과의 호흡도 기대해볼 수 있는 조합이다.
거기에, 박주영과 데얀의 폼이 저하되고 아드리아누가 부상을 당하며 윤주태가 징계를 받는다면? 심우연을 스트라이커로 쓰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처럼 심우연의 영입은 최용수 감독에게 여러 가지 옵션을 줄 수 있다.
'권총 세리머니'를 하는 심우연 ⓒ Goal.com
# 심우연의 스토리, K리그에 '스토리'를 더한다.
심우연을 영입함으로써 수비를 보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복귀가 탐탁지 않은 수호신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K리그의 스토리가 시작된 것이다. 아래 글은 서호정 기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루이스 피구가 바르셀로나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간 축구사 희대의 스토리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면? 만일 그가 다시 바르셀로나로 오게 됐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맨시티로 이적하고 아스날 팬들에게 멋지게 미끄러지는 세리머니를 선사했던 아데바요르가 아스날로 돌아갔다면?"
서호정 기자는 심우연을 피구와 아데바요르에 비교했다. 피구와 아데바요르는 각각 바르셀로나와 아스날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해 '배신자'라는 이미지를 굳건하게 쌓았다. 심우연도 K리그의 '피구' 또는 K리그의 '아데바요르'라고 비교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이다.
맨시티로 이적 후 구너들을 능욕한 아데바요르 ⓒ The Guardian
심우연은 특히 아데바요르와 유사한데, 라이벌 팀으로 이적 후 친정팀을 엿 먹이는 세리머니를 선보인 점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심우연이 지금 수호신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것처럼, 아데바요르가 아스날로 돌아간다고 해도 구너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축구를 자신보다 사랑하는' 유럽에선 볼 수 없는 스토리를 경험했다. 만약 심우연처럼 아데바요르가 아스날로 돌아갔다면, 구너들은 어떻게 했을까? 대한민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살인 협박이나 경기 중 오물을 맞는 등의 일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르다. 팬 문화가 과격하지 않기 때문에 과감한 배신이 더욱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심우연이 있기에, K리그이기에 가능한 스토리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스토리들이 얽혀 리그의 재미를 더하게 될 수 있다. 만약 심우연이 이번 시즌 전주성 원정에서 골을 넣고 다시 한 번 '권총 세리머니'를 선보인다면? 수호신들에게 이만큼 통쾌한 일도 없을 것이고, 그린랜턴들에게 이만큼 골 때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월드컵 경기장 역 기둥에 설치돼있던 심우연의 사진 ⓒ DCFC 님 다음 블로그
이 글을 읽고 불편함을 느낀 수호신 분들이 분명 계실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무작정 심우연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멈추라고 이 글을 쓴 것이 아니다. 수호신들이 심우연을 싫어하고, 그를 욕하고 비난하는 것은 수호신들이 심우연의 '스토리'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다. 수원 팬들은 심우연과 수호신들을 보고 웃을 것이고, 전북 팬들은 심우연을 안타까워할 것이며, 성남 팬들은 그를 응원할 것이다. 이것이 스토리를 즐기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심우연의 FC 서울 이적으로 스토리는 완성되었고, 이제 우리는 스토리를 즐기면서 K리그를 '스토리가 있는 리그'로 알려나가면 되는 것이다. 약팀이 강팀을 잡는 드라마 같은 스토리는 많이 봐왔지만, 심우연의 스토리와 같은 '막장드라마' 스토리는 해외 리그에서도 흔치않은 스토리이다.
이제 K리그는 스토리를 가진 리그로 발전했다. 앞으로 자금과 경쟁력까지 갖춘 리그로 성장하길 간절히 기원한다.
- F I 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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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심우연 검색하다 처음 봤는데 재미있네요 ㅋㅋㅋㅋ 스토리가 풍성해야 리그가 더욱 흥할수 있죠. 그런 의미로 성남전에 결승골 넣고 권총 한방 더?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