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의 한 여성이 직장 동료나 상사들, 심지어는 친한 친구들까지도 자기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것 같다며 상담을 신청하였다. 그녀는 얼마 전 회사에서 신입 사원에게 새로운 일을 가르쳐야 했다. 그녀는 그 직원이 잘 알아듣도록 찬찬히 설명을 하고 그가 잘 이해했는지 꼼꼼히 확인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퇴근하면서 그 신입사원에게 해야 할 일을 한 번 더 확인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직원이 불편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순간 당황하면서 ‘저 사람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는 것이다. 한 번은 연말에 있을 평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자신이 동료들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보자 동기 중 하나가 “연말에 있을 일이 벌써 신경이 쓰이냐?”고 묻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또 ‘내가 이상한 말을 했나? 혹시 이 사람도 나를 이상하게 보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왜 자꾸 이런 마음이 드는지 알고 싶어 했고, 실제로 자기가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몹시 두려워하였다.
나는 그녀의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만나주고 위로하면서,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그녀의 삶의 여정을 들어보았다. 그녀는 장녀였고 여동생이 하나 있었는데 어머니는 항상 동생을 더 예뻐하시고 자신에게는 부족한 점만 지적하곤 하였다. 그녀는 자신도 동생처럼 사랑받고 싶고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려는 마음에 청소도 열심히 하고 어떤 경우에는 돈을 모아서 엄마에게 선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엄마의 칭찬을 기대한 그녀에게 돌아온 반응은 “누가 그런 거 해달라고 했느냐?” 또는 “내가 시킨 일이나 제대로 할 것이지...”라며 핀잔할 뿐이었다. 반면, 동생에게는 무엇을 해도 기특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어머니를 보며 ‘내가 하는 것은 항상 이상하구나, 난 쓸모없는 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다.
실제로 그녀의 삶을 살펴볼 때 좋은 대학을 나왔고 공부도 썩 잘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회사에서도 주어진 일을 잘 하는 편이었고 상사나 동료들도 그녀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유독 어머니만 그녀를 인정하지 않은 것일까? 그것은 그녀의 어머니가 둘째 딸인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는 둘째 딸로서 자신의 언니와 경쟁하고 미워하며 자랐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결혼하였는데 딸만 두명 낳게 되었다. 두 딸을 키우며 자신도 모르게 자기와 같은 처지인 둘째를 챙기면서 첫째는 배척한 것이다. 그래서 첫째에게 무능하고 바보 같다고 늘 비난하고 구박함으로 첫째 딸의 자존감을 짓밟았던 것이다. 어머니의 마음의 역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는 정말 자신이 무능하고 쓸모없으며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자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느낌을 주면 자기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면서 불안해하였는데, 그 밑에 숨겨진 마음은 자신이 못나고 무능한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항상 동생과 비교당하며 사랑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할 때, 그 어린 아이가 얼마나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로 생각되었을지 그녀의 내면에 뿌리 깊게 자리한 무가치함이 느껴졌다. 어머니에게 사랑받지 못한 고통과 외로움, 상한 마음을 만나 주자 그녀는 그동안 억눌러왔던 마음을 걷잡을 수 없이 토해내었다. “나보고 어쩌라고... 나는 사람도 아니었어요.... 나는 개만도 못한 존재였어요...” 그녀의 절규는 끝없이 터져 나왔다. 오랜 시간 동안 거의 탈진하다시피 슬픔을 토해내는 그녀를 보며 나도 함께 마음이 아팠다. 여러 차례의 상담을 통하여 나는 그녀가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스스로 인정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입은 자녀로서의 신적자아상을 회복하도록 도와주었다. 그러자 어머니가 자신의 아픔으로 인해 그녀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해하고 품는 마음의 넉넉함도 조금씩 생겨났다. 이제 그녀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자신의 삶을 당당하고 아름답게 세워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