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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옛 이야기 방방곡곡을 찾아주신 애청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네 오늘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 부탁드리고요. 네 끝까지 애청해 주십시오.
안동땅 깊숙이 자리한 작은 마을에
이 광섭
이라는 선비가 살고 있었습니다. 집안은 대대로 글을 읽어 온 가문이었으나 살림은 해가 갈수록 기울어 어머니 풍양조씨 끼니조차 넉넉지 않은 형편이었지요. 그럼에도 광섭은 새벽 기슭이 마당을 적시는 시각부터 등불이 기름을 다 태우는 밤늦도록 글을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말했지요.
아 저 선비 책만 읽다가 굶어 죽겠다.
그런 광섭이 마침내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어머니가 장농 깊숙이 아껴 두었던 옆전 몇잎을 찿더니 쥐어 주며 눈시울을 붉혔고 광섭은 그 돈을 품에 고이 넣고 고개를 넘었습니다.
봄이 막 깨어나는 계절이었으나 바람은 아직 차고 산길은 멀었지요.
여러 날을 걸어 한강 하류 광나루에 다다랐을 때 광섭의 짚신은
이미 밑창이 다 딿아 팔 뒤꿈치가 땅에 닿을 지경이었습니다.
나루에서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지만 강물이 불어 배는 쉬이 오지 않았어요.
광섭은 하는 수 없이 나루 근처 주막으로 발길을 돌려 하룻밤을 묵기로 했습니다.
봉노방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이미 먼저 든 사람이 있었습니다.
꼬부랑 등에 얼굴 가득 세월을 새긴 노인이었는데
등 뒤로 짚과 삼이 가득 뜬 꽃짚이 놓여 있었지요.
노인은 가만히 앉아 밑을 한 켤레를 내만지고 있었습니다.
남대문 빡칠백거리 난전에 내다 팔건이었어요.
광섭이 목례를 하고 한쪽의 자리를 잡자. 노인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아 보아하니 글 읽는 선비 같은데 어디서 오시는 길입니까? 아 네 안동에서 왔소 과거를 보러 도성으로 들어가오. 그러자 노인이 황섭이 벗어나온 집신을 보며 혀를 찾습니다. 안동에서 여기까지 걸어 오셨으니 아 그럴 만도 하지요. 신발이 그래서야 도성까지 버티겠소 황섭은 케면실의 웃을 수밖에 없었지요. 노인이 웃으며 포침해서 리틀이 한 켤레를 꺼내 내밀었어요. 이건 삶을 꼬아 만든 것이라 집신과는 격이 다르지요. 며칠을 더 걸어도 독소 받으시오. 광섭이 손을 지었습니다. 아 고맙습니다만 진인 도자가 넉넉치 않아 값을 치를 수가 없습니다. 값은 필요 없어. 대신 시 한수만을 봐 주시면 그걸로 좋가오. 광섭이 의학한 눈빛으로 물었지요. 시를 말씀입니까? 어떤 시제로 말이지요? 노인이 잠시 보쯤을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사람이 늙어감에 있어 그 마음이 어찌하여 서글픈가? 방 안에 잠깐 침묵이 흘렀습니다. 황섭은 눈을 감고 생각을 모았지요. 그리고 잠시 뒤 봄밤의 추막방 아래서 선비의 목소리가 낮게 퍼져나갔어요. 흰 머리와 구부러진 등 뻔쩍한 벗들과 돌아오지 않는 계절에 대한 시였습니다. 사과하지 않으면서도 정갈한 시였지요. 노인이 눈을 감고 듣다가 끝내 고개를 끄덕이며 미트리를 내밀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선비님 노인장 노인년으로 이런 시제를 원하셨습니까? 또 이니 미트리 것을 다듬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어릴 땐 시간이 많다 여겼고 젊을 땐 무엇이든 가능하다 믿었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흰머리가와 있고 벗들은 하나둘 먼저 갔고 내 손은 이렇게 주름이 좋더이다. 그 마음이 왜 서글픈지 글 읽는 분께 한번 여쭙고 싶어서 황섭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자 노인이 덧붙였어요. 이런 말을 따르게 했더니 아 그 아이가 시를 하나를 보주더이다. 가슴에 품고 다닌지 꽤 됐소 아 뭐 어떤 시였습니까? 꼭 듣고 싶습니다. 또인이 잠시 뜸을 들이라 말했지요. 학문이 없는 아이 것이라 선비 앞에 내놓기가 민망하오. 황서비 채차 부탁하자 노인이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나직한 목소리로 웃기 시작했어요. 윤석열아 인연화 불석인 사람은 세월을 아쉬워하나 세월은 사람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지당 청약고초 행자일처 영차일광음 안 듣커도 신궁 무간호사. 고요한 밤 등불 아래 홀로 앉아 오늘 하루를 허비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노라면 하루를 충실히 산 사람은 죽음을 원망하지 않을 수 있다. 황섭은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습니다. 숨이 못 든 것 같았지요. 시의 문장은 짧았으나. 그 안에 담긴 무게는 쭉 중했어요. 세월과 인간에 대한 통찰이 감정의 과정 없이 고요하게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이런 시는 오랜 학문을 쌓은 선비도 쉬 짓지 못하는 것이었지요. 아 따님이 학문을 하셨습니까? 노인이 손을 내줬습니다. 병민의 딸이 무슨 학문이오. 마을 서당의 부엌리를 봐 주다 서당께 3년이면 풍어를 읊는다고? 이럭저럭 천자문을 뗀 것이 전부지요. 글을 좋아하는 아이다. 간간이 원하는 서책을 구해주었을 뿐이오. 광섭은 한참 말이 없었습니다. 폭록방 만에 등잔 하나가 가느다랗게 타고 있었고 바깥에서는 강바람이 처마를 울렸지요. 노인장은 어디에 사십니까? 아 충주 하담진 나루근 저가 내가 사는 곳이요. 아 내일 날이 밝으면 나는 남대문 밖 700거리는 안전으로 가야 하고 선비는 과거장으로 가겠지요. 그날 밤 황서분 시 잠들지 못했습니다. 천장을 바라보며 노인의 딸이 지었다는 시를 몇 번이고 되뇌었지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이미 자신보다 훨씬 기쁜 곳에 다녀온 것 같았습니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다음 날 새벽 또 이는 미트리 지게를 지고 먼 길을 나섰습니다. 황섭은 그 꾸부정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인사를 했지요. 그리고 샘 미투리를 신은 발로 한양 도성으로 향해 걸음을 옮겼습니다. 한양 토성은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압도될 만한 곳이었습니다. 안동 산골에서 혼란 광섭의 눈에는 남대문 안으로 쏟아지는 인파가 마치 강물 같았지요. 좌판이 늘어선 거리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엉켰고 가마와 말이 오가며 먼지를 일으켰습니다. 광섭은 그 속을 해치며 미리 수소문해 둔 친척집을 찾아 짐을 풀었어요. 과거 시험까지는 사흘이 남아 있었습니다. 광섭은 그 사흘을 조용히 앉아 그를 정리하며 보냈지요. 경전을 다시 훑고 옛 시문을 곱씹었습니다. 그러나 눈을 감으면 자꾸 황나루 주막의 등잔 불빛이 어른거렸어요. 노인이 나직하게 읊던 딸의 시가 귓가를 맴돌았지요.
인석년아 인연 화합불 속엔
황섭은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지금은 경전에 집중해야 할 때였어요. 그러나 그 문장은 좀처럼 머릿속에서 비켜나지 않았지요. 시험 당일 과거장 앞은 새벽부터 인산 이래를 이루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 본 유생들의 입장을 기다리며 저마다 긴장한 얼굴로 서 있었어요. 카슬바로잡고 토포 자락을 여미고 입술을 깨무는 모습들이 주를 이었지요. 광섭은 그 속에 섞여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롴붓마당 돗자리가 줄줄이 깔렸고 각자 앉을 자리를 찾아 먹을 갈고 붓을 골랐어요. 이윽고 시험장 최고 책임자인 상시관이 앞으로 나섰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탕상관이었는데 관복자락을 가지런히 하고 유생들을 천천히 훑어 보더니 입을 열었지요. 오늘 과거는 예년과 다르고 사람 마마의 뜻에 따라 이번 시험은 경전을 외우거나 해석하는 방식이 아니요. 삶과 감정에 대한 진지한 사유를 요구하는 것이니 응시한 유생들은 그 뜻을 새기고 각자의 글로 답하길 바라오. 유생들 사이에서 술농임이 일었습니다. 사서 3개월 수년씩 감성해 온 자들로서는 당혹스러운 말이었어요. 수분거리는 소리가 파문처럼 번졌지요. 징소리가 화고장을 묵직하게 울렸습니다. 그리고 앞쪽 또 없다란 판에 신천이 거치며 시제가 드러났어요. 황섭은 고개를 들어 그 글자를 읽었습니다.
인지 청도 기종 합의
사람이 늙어감에 있어 큰 마음이 어찌하여 서글픈가
방섭에 몸이 굳었습니다 숨을 들이쉬다 그대로 멈췄지요. 눈앞에 글자들이 흔들리는 것 같았어요. 며칠 전 황나루 주막 등전 아래 앉아 미투류를 매만지던 노인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거도인이 내놓은 시제가 바로 이것이었지요. 세상에 이런 꾸연이 있는가 싶었어요. 그리고 티를 일이요. 노인이율 보여주던 딸의 시가 가슴속에서 파도처럼 밀려올라왔습니다. 다른 유생들은 이미 붓을 들고 고심하는 얼굴이었어요. 눈살을 찌푸리는 이도 있었고 무릎을 치며 무언가를 써 내려가는 이도 있었지요. 방석은 잠시 눈을 내리깔았습니다. 마음속에서 갈등이 일었어요. 그것이 자신이 지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충주 하담진 나루 근처 어딘가에 살고 있을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집신장수의 딸이 지은 씨였지요. 당섭은 풋을 들었다가 내려놓았습니다. 다시 들었다가 또 내려놓았어요. 하루를 충실히 산 사람은 죽음을 원망하지 않을 수 있다. 그 마지막 구절이 머릿속에서 울렸습니다. 황섭은 눈을 감았지요. 내가 오늘 이 붓을 드는 것이 충실한 삶인가? 아니면 비겁한 선택인가? 그 물음에 끝내 답을 찾지 못한 채 결국 황섭의 손은 움직였습니다. 먹을 지근 무시 하얀 종이 위를 미끄러지기 시작했어요.
인성연화 인연화불 석인
사람은 세월을 아쉬워하나 세월은 사람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글자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황섭은 그 시를 쓰면서 노인의 딸이 이 문장 하나하나를 어떤 마음으로 지었을지 생각했어요. 부엌 가공이 풀빛 아래서 책을 읽었을 그 사람 아버지가 구해 준 서책을 아끼며 한 글자씩 새겼을 그 사람
지당 청약 고초 행자 일처 영차 일광음 안 듣거도 신공부가 모사
붓이 멈췄습니다. 신문이 완성되었지요. 황서문 잠시 지니 선글을 내려다보았어요. 그리고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담원지를 제출했습니다. 다른 유생들이 아직 고심하는 가운데 가장 먼저 일어선 것이었지요. 몇몇이 힐컴 바라보았으나 광섭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과거장을 빠져나왔어요. 며칠 뒤 방이 붙었습니다. 합격자한 명단 맨 위에 이광석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요. 자원급제였어요. 주변 사람들이 황섭에 손을 잡으며 축하를 건넸습니다. 친척집 식구들이 눈물을 흘렸고 이웃들이 모여들었지요. 광석은 그 손을 맞잡으며 웃었습니다. 그러나 웃음 뒤편 어딘가에서 작은 카시아나가 살을 찌르는 것 같아서요. 황섭에게 때려진 첫 관직은 예조 좌랑이었습니다. 정육 분표 슬러 외교와 의전 교육과 문화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자리였지요. 한양에 보면 팥받고 여름은 더 바빴습니다. 그러나 밤이 되어 간사에 홀로 앉으면 광섭은 늘 같은 생각을 했어요. 충주 하담진 나루 근처 어딘가에 살고 있을 그 사람 이름도 얼굴도 모른 집신 장수의 딸 그가 오늘 밤도 등잔하래. 앉아 책을 읽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나는 그의 시로 장언을 했다. 그것으로 벼슬을 받았다. 그런 아무것도 모른 채 어딘가 있다. 그 생각이 밤마다 광섭을 참 못 들게 했습니다. 예조 사랑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황섭은 십신장수 노인과 그 딸을 잊지 못했습니다. 충주 하담진 나루 근처에 산다는 것만 기억할 뿐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채로 세월이 흘렀지요. 광섭은 그 노인의 이름을 물어두지 않은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습니다. 관아에 서류 더미 앞에 앉아서도 촛불 아래 형전을 읽다가도 문득문득 그 시가 떠올랐어요. 인성연화 인연 화불 석인 세월은 사람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 물음이 가시처럼 박혀 좀처럼 빠지지 않았지요. 환직에 오른 지 이 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충청도 옥천으로 심부름을 떠나는 관너비가 있었어요. 광섭은 잘 됐다 싶어 그를 불러세웠지요. 아 충주 하담진 나루 근처에 사는 리트류 장수 노인을 찾아봐주게. 성은 모르나 딸이 하나 있다 했네. 수소문에서 노인의 이름과 딸이 어디 사는지만 알아보면 되네. 촨노비가 포기를 숙이고 떠났습니다. 광서본 그날부터 은근히 기다렸어요. 한 달이 지나 돌아온 관노비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죠. 그가 입을 열었습니다. 날이 자자는 같습니다만 아 그 노인은 1년 전에 돌림병으로 이미 세상을 뜨셨다 합니다. 딸은 가산을 정리하고 어디론가 떠났다는데 간 곳을 아는 이가 없었습니다. 광섭은 한참 말이 없었습니다. 창밖으로 봄비가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지요. 관노비가 뻔뭇거리다. 덧붙였어요. 그나마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 알아낸 것은 노인의 성이 우시이며 딸은 그냥 달님이라 불렸다 합니다. 오달님 황섭은 그 이름을 마음속 깊이 새겼습니다. 그것이 전부였지요. 이름 석자와 이미 사라진 주소 광섭은 관너비를 보내고 홀로 앉아 멍한 빗소리를 들었어요. 좀 더 일찍 찾아보지 않은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습니다. 노이는 가고 딸은 사라졌지요. 세월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관직에서의 나날이 쌓였고 황섭은 맡은 일에 성실히 임하며 이름을 높여. 갔어요. 그러나 밤마다 등잔 앞에 앉으면 오탈림이라는 이름이 떠올랐고 그 시의 마지막 구절이 귓가를 맴돌았지요. 터치당 청양고추 행좌 일처 영차 일광암은 안 듣커도 신공 무가모사 하루를 충실히 산 사람은 죽음을 원망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하루를 충실히 살고 있는가? 그 물음에 광섭은 쉬이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창원 급제 요일 이영광 뒤에 감춰진 비밀이 해가 갈수록 더 무겁게 느껴졌어요. 오달님이 어딘가에서 굶주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광섭은 탑숟가락을 내려놓아야 했지요. 7년이라는 세월이 그렇게 흘렀습니다. 예 저 자랑으로 시작해 몇 차례 자리를 옮긴 광섭은 마침내 지방 수령으로 나가게 되었어요. 임명장에 적힌 자리는 푸평토호부 부사직이었습니다. 한양에서 서쪽으로 하루길 남짓 떨어진 부평은 한강 하류와 이어지는 수로가 발달해 물산이 풍부한 고려지요. 그런 만큼 사람들의 왕래도 잦았고 크고 작은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한양을 떠나 부평으로 향하는 길에 광서분 문득 오달리 지금쯤 어디에 살고 있을지 생각했어요. 충주를 떠나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그 이름 가을 들판을 가로지르는 파름처럼 가슴 한켠을 스치고 지나갔지요. 부병 도호부 부사로 부임한 광섭을 맞이한 것은 산더미 같은 송사였습니다. 이웃 간에 땅 다툼에서 시작해 저잣거리의 싸움 도족 사건까지 총리도 가지각색이었지요. 황섭은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며 판결을 내렸습니다. 빠르대 가볍지 않고 엄하대 치우치지 않는 판결이었어요. 후임초부터 공정하다는 소문이 퍼지자 억울한 일이 있는 백성들이 먼 곳에서도 찾아왔지요. 그런 부평 고을에서 가장 행색계나 하는 집안이 바로 강씨 댁이었습니다. 부평의 터를 잡고 넓은 토지와 횡낭체의 여럿을 거느린 토반 가문이었어요. 강식 대규아들 최원혁은 나이 스물넷으로 아비의 후광을 등에 얻고 곤란해서 제멋대로 행동하기로 소문이 자자했지요. 술에 취하면 처작거리에서 행패를 부리고 마음에 드는 여인이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시댁의 위세 앞에 감히 고소장을 올리는 자가 없었어요. 오준생이 푸평에 흘러든 황소비 부임하기 반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충주를 떠나 이곳저곳을 떠돌다. 당시 댁 행랑의 자리를 얻은 것이었지요. 아버지에게서 배운 솜씨로 삐투리를 삼아 당시 댁에 납품하는 조건이었어요. 선재주가 뛰어났고 화목하게 체일만 했으므로 행랑 사람들 사이에서 평판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밤이면 혼자 등잔을 켜고 책을 읽었지요. 평민 여인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 드문 일이라 처음에는 수분거리는 자도 있었으나 이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어요. 문제는 최원혁이었습니다. 그가 우선 생을 처음 본 것은 당시 댁 마당을 가로지르다 우연히 마주쳤을 때였어요. 최원영은 그날 이후 오 순생의 처서 근처를 어슬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돈을 내밀었지요. 이 정도면 밑틀이 백켈라 값은 되지 않겠느냐? 오 선생이 코기를 숙이고 물러섰습니다. 저는 미트리를 팔 뿐이옵니다. 거절당한 최은영은 다음에는 협박으로 돌아섰어요. 탕시댁에서 내 쫓으면 이거울에서 발 붙일 곳이 없을 것이라 했지요. 그래도 오순생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최호원역의 발길이 잦아질수록 호준색은 첫 소문을 더 단단히 걸어 잠갔어요. 그러던 가을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최원혁이 술에 잔뜩 취한 채 오순생의 처서로 들이닥쳤어요. 문을 부스든 열고 들어서며 소리쳤지요. 이 골에서 내 말을 거역하는 자가 있다더냐. 내년이 그렇게 대단한가? 어디 보자 옷 선생은 뒤로 물러서며 방 안에 있던 물건을 집어들었습니다. 최원혁이 비틀거리며 달려들자 오순생은 힘껏 그를 일쳤어요. 술에 취해 중심을 잃은 최은혁이 그대로 뒤로 넘어지며 방문 문지방 모서리의 버리를 세게 부딪혔습니다. 다 간 소리가 났지요. 최원혁은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어요. 오순석은 잠시 굳어 서 있었습니다. 그가 쓰러진 것을 확인하고는 강시댁 행랑 사람들을 불렀지요. 그리고 그 밤으로 짐을 챙겨 강씨 댁을 빠져나왔습니다. 채원혁이 술이 깨면 또 어떤 행패를 부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러나 이틀이 지나도 최원혁은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사흘째 되던 날 최원혁은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숨을 거뒀지요. 당시 댁이 발칵 뒤집혔어요. 우리 아들을 잃은 강씨댁으로는 즉시 포조를 풀어 오순생을 잡아드리겠습니다. 소주하던 오후 선생은 사흘 만에 포절에게 붙잡혀 포승에 묶인 채 끌려왔지요. 제목은 분명했습니다. 양반을 구태하여 사막에 이르게 한 죄 조선의 형법 아래에서 그것은 사형에 해당되는 중재였어요. 당시 때건 목격자 세 명을 내세웠습니다. 세 명 모두 한결같이 오 순생이 먼저 최언혁을 공격했다고 진술했지요. 오순생 혼자 말로는 그 세계의 진실을 뒤집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재인을 합성해 온 포졸이 황섭에게 서류를 건넸어요. 황섭은 큰 내용을 천천히 훑어 보았습니다. 양반을 죽게 한 평민 여인 증인 세 도주 전려 무거운 사건이었죠. 황소분 서류를 덮으며 형리에게 일렀습니다.
내일 아침 문처를 시작하겠다. 죄인을 옥에 넣어두게
그날 밤 황섭은 그 죄인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인물이라는 것을 꿈에도 알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황섭은 통원의 좌정하고 죄인을 불러들였습니다. 포절에게 이끌려 돌아온 죄인은 얼굴을 깊숙이 숙이고 있었어요. 남도한 차림의 여인이었습니다. 수척한 몸에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었으나 등은 꼿꼿했어요. 무릎을 꿇고 앉은 자세에서 무언가 쉬이 꺾이지 않는 기운이 느껴졌지요. 황섭이 서류 불들고 죄목을 읽었습니다.
니가 강씨 때 갱랑에 살며 그 집 자재 최언혁을 밀쳐 사망에 이르게 했다 하니 사실이냐?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어요.
밀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연유가 있습니다. 연유를 말하라.
여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수축한 얼굴이었으나 눈빛은 형형했지요. 그가 입을 열었어요. 그분께서 술에 취해 소녀의 처소에 들이닥쳤습니다. 소년은 몸을 지키기 위해 그를 밀쳤을 뿐이옵니다. 그가 넘어지며 문지방에 머리를 부딪혔고 소녀는 그가 곧 깨어날 것이라 여기고 행랑 사람들을 불러 알린 후 그 집을 나왔습니다. 소녀는 그를 죽이려 한 것이 아니옵니다. 통원안이 조용해졌습니다. 광섭이 한참 여인을 바라보다 물었어요. 증인이 있는가? 없습니다. 그날 밤 그 자리에는 저 혼자뿐이었습니다. 황섭은 서류를 덮었습니다. 여인의 진실이 거짓으로 들리지 않았지요.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패어 있었으나 과장이 없었어요.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항시 댁에서는 목격자 세 명을 내세웠고 세 명 모두 한결같이 오 선생이 먼저 최연익에게 달려들었다고 진술했지요. 평민 여인 혼자 이 말로 양반과 증인 셋을 뒤집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광섭은 며칠을 두고 이 사건을 살폈어요. 당시 떽 목격자들의 진실을 따로따로 받아 비교해 보니 사소한 부분에서 미묘하게 엇갈리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양반과의 증언 세계를 정면으로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죠. 최연영의 사인인 머리 부상이 오 선생이 의도적으로 가한 것인지 넘어지다 생긴 것인지를 가를 방법도 없었어요. 결국 황섭은 무거운 손으로 관찰사에게 사형을 청하는 보고서를 올렸습니다. 도장을 찍는 순간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요. 이것이 최선인가? 그 물음에 스스로도 답하지 못한 채 서류를 덮었어요. 관찰사의 가명에서 사형이 확정되었습니다. 임금의 체감만 남은 상태였지요. 조선의 법에서 사형은 임금이 최종 승인해야 집행할 수 있었어요. 그 결제가 때려오는 것은 시간 문제였습니다. 광서분 여인을 계속 오게 가두어 두었지요. 공문서에는 간단히 적혀 있었습니다. 여인 자칭 충주 출신 이름 오순생 집행을 기다리는 며칠이 흘렀습니다. 광섭은 낮에는 다른 송서를 보았고 밤에는 공문서를 정리했지요. 그러나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내내 편치 않았어요. 여인의 눈빛이 작고 떠올랐습니다.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무언가를 조용히 받아들이는 듯한 그 눈빛이 사형 집행을 이틀 앞둔 밤이었습니다. 황섭은 참을 이루지 못하고 관아 안을 거닐었어요. 가을달이 휘영청 밝았고 마당에는 낙엽이 쌓여 있었지요. 발길이 저절로 옥사 쪽으로 향했습니다. 온 문 앞에 이르렀을 때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어요. 아주 따뜻한 소리였습니다. 처음에는 노래인가 싶었어요. 그러나 잠시 귀를 기울이자 그것이 시라는 것을 알았지요. 여인의 목소리가 달빛 속에서 조용히 흘러나왔습니다.
인석연화 인연화불 석인
광섭의 발이 굳었습니다. 심장이 한 박자 멈추는 것 같았어요. 그 문장이었죠.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 문장 7년 전 황나루 주마 늙은 집심장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울퍼주던 딸의 시였습니다. 과거장에서 풋을 잡을 때 손이 떨렸던 그 순간이 파도처럼 끌려왔어요. 여인의 목소리는 계속되었습니다.
지당 청야고총 행자일처 영차일광음 아트커도 신공무 감오사.
고요한 밤 등불 아래 홀로 앉아 오늘 하루를 허비하지 않았는지 생각하노라면 하루를 충실히 산 사람은 죽음을 원망하지 않을 수 있다.
광섭은 옥문 앞에 서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달빛이 마당에 쏟아졌고 바람이 나뭇잎을 건드렸지요. 떨리는 손으로 꽁 문의 손을 얹었어요.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혹시 그대 이름이 달님인가? 안에서 소리가 모였습니다. 삼시 침묵이 흐르더니 여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어요. 탈피시 옥청 사이로 비춰들어 여인의 얼굴을 희미하게 비춰주었습니다. 수축한 얼굴이었지만 눈빛은 놀라움과 함께 어딘가 평온했지요. 그렇습니다. 다리는 어찌 제 이름을 달님은 제 어릴 때 아호인 것을요. 황섭은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무릎이 힘을 잃는 것 같았어요. 7년 7년 동안 찾아 헤매던 그 일을 지금 사용을 기다리며 옥에 앉아있었지요. 그리고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풍결에 자신의 도장이 찍혀 있었습니다. 황섭이 떨리는 목소리로 문었어요. 그것 때 그대 아비가 오시성에 집심장수였느냐? 이 말에 옷선생은 그저 놀란 눈으로 대답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실 때까지 저를 달님이라 부르셨지요. 펀데 나리께서 어떻게 제 아호를 제 아버지를 아시나요? 황섭은 한동안 홍문의 기댄 채 서 있었어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지요. 팔이 충청을 지나 서쪽으로 기우는 동안 두 사람은 홍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렇게 서 있었습니다. 관사의 토란 광섭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머릿속이 뒤엉켜 아 생각도 정리되지 않았어요. 등잔에 불을 붙였으나 그 빛이 이상하게 흔들려 보였지요. 오순생 아니 오달님 칠 년을 찾아 헤맨 그 이름이 지금 옥사에 앉아 사형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죽음에 자신의 도장이 찍혀 있었어요. 황소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다가 술을 가져오게 했습니다. 첫 잔을 들이켰죠. 두 번째 자를 티비켰어요. 수리 목을 타고 때려가도 머릿속은 맑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생각이 더 선명해졌지요. 피하고 싶었으나 피해지지 않는 생각들이 하나씩 고개를 들었어요. 관찰사의 결정을 뒤집으려면 직접 상서를 올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학업 수령이 관찰사의 판결을 번복시키려 든다면 그것은 월권이었지요. 잘못하면 타직은 물론 처벌까지 받을 수 있었어요. 더구나 오순생인 사형에 처해진 죄목은 광섭 자신이 올린 보고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그 보고를 자신이 펀복한다는 것은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고 공표하는 것과 같다지요.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장원급제가 후순생의 시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세상에 드러날 수도 있었어요. 7년 동안 쌓아온 관직 이름 평판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었지요. 황섭은 세 번째 잔을 들었습니다. 손이 조금 떨렸어요. 표결이 되어 눈을 감았습니다. 오순생의 얼굴이 떠올랐지요. 옥장 사이로 피처든 탈빌 속에서 평온하게 앉아있던 그 얼굴 수축하고 남루했지만 꺾이지 않던 그 눈빛 그리고 그 입술에서 흘러나오던 시 인성 연아 이년아 불석인 광섭은 눈을 찔끈 감았습니다. 크시를 가져다 창원을 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지요. 그리고 그 시의 주인을 이제 죽음으로 보내려 하고 있었어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것이 더 비겁한 일이었지요. 밥이 깊어졌습니다. 황서분 술상을 이뤄냈어요. 그리고 방 안쪽 구석에 쓰러지듯 누웠지요. 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꼰대 일이면 또 소무사가 밀려올 곳이었어요. 관찰서의 명이 때로는 일이었고 임금의 체가를 기다리는 일이었지요. 자신이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며 눈을 감았어요. 그러나 잠은 오지 않았습니다. 천장을 응시하는 눈에 눈물이 고였지요. 광석은 그것을 닦지 않았어요. 한참 그렇게 누워있다가 결국 일어난 자 등잔불빛이 항안을 조용히 밝히고 있었지요. 광섭은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어요. 이 손으로 토장을 찍었고 이 손으로 글씨를 썼습니다. 그리고 지금이 손은 아무것도 하려 하지 않고 있었지요. 통이 뜨기 전 가장 어두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오순생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어요.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아니었지요. 황섭의 키옥 속 어디엔가에서 아주 또렷하게 울려나왔습니다. 지당 청양고추 행좌일처 영차 일광음 안두코도 신공부가 모사. 하루를 충실히 산 사람은 죽음을 원망하지 않을 수 있다. 황섭은 그 자리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었지요. 나는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았는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지금 컵이 나서 눈을 감고 있었어요. 관직이 두렵고 평판이 두렵고 모든 것을 잃는 것이 두려워. 옥문 앞에서 돌아선 것이었죠.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황섭은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소한 앞에 앉아 표류에 물을 붓고 먹을 갈기. 시작했지요.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먹을 갈았습니다. 손이 떨렸어요. 그러나 멈추지 않았지요. 광섭은 풋을 들었습니다. 환자 사이에 보내는 서신이 아니었어요. 임금에게 올리는 직소였지요. 지방 수량이 임금에게 직접 상소를 올리는 것은 관리의 벗어난 일이었습니다. 파직은 물론이거니와 자칫 충벌을 받을 수도 있었어요. 그러나 황석은 썼지요. 7년 전 황나루에서 시작된 이야기를 처음부터 적었습니다. 늙은 집심장수를 만난 일 좀bit리 한 켤레와 시 한 수를 바꾼 일 그 딸이 치었다는 시를 들은 일 과거장에서 그 시제를 보았을 때의 일 자신의 손이 움직인 일 자원을 한 일 그 모든 것을 숨기지 않고 적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더 붙였지요. 오늘 사형을 앞두고 옥외갇혀 있는 죄인이 바로 그 시의 진짜 주인임을 알게 되었나이다. 신이 올린 보고로 그가 죽음에 이르게 되었으나 그 사건의 진실은 신의 조사가 미흡했음을 고백한 아이다. 강씨 땡 목격자들의 진실에는 해소되지 않은 모순이 있으며 개인의 진술에는 신이 끝내 외면해라 했던 진실이 담겨 있사옵니다. 마지막으로 황속은 이렇게 썼어요. 신은 은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자이며 그 원인의 시로 관직에 오른 자유입니다. 이 모든 사실을 알아내는 것이 신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지 않소 허나 하루를 충실히 산 사람은 죽음을 원망하지 않을 수 있다. 하였나이다. 시는 오늘 이 붓을 들지 않으면 평생 하루를 충실히 살았다. 말하지 못할 것이 없나이다. 부시 멈췄습니다. 상소가 완성되었어요. 창밖으로 통이 트기 시작하고 있었지요. 황서분 상소를 말아 봉투에 놓고 관희를 찍었습니다.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욕조를 불러 한양으로 떠나겠어요. 시팩은 며칠 뒤였지요. 상소가 임금에게 다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습니다. 욕조리 말을 달려 사라지는 것을 보며 광석은 깊게 숨을 내쉬었어요.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더 선명하게 두려움이 느껴졌지요. 그러나 처음으로 밤새 술을 마셔도 오지 않던 평온함이 가슴 속에 조용히 내려앉았어요. 상소는 생각보다 빠르게 임금에 손에 닿았습니다. 욕조리 한양에 도착했을 때 마침 임금은 승정원에서 지방 사건들을 보고받는 중이었어요. 상소를 전달받은 토성지가 그 내용을 훑어 보다 눈썹을 치켜올렸습니다. 예사 상소가 아니었지요. 지방 수령이 자신이 올린 사용 보고를 스스로 번복하며 그 연위로 7년 전 과거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었어요. 도성길은 망설임 없이 임금에게 직접 울렸습니다. 임금은 상소를 끝까지 읽었습니다. 한 번 읽고 다시 처음부터 읽었지요. 익는 내내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어요. 신하들이 숨을 죽이고 바라보았지요. 다 읽고 나서야 임금이 입을 열었습니다. 7년 전 장원극제 시문을 가져노라. 내관이 2 조에서 그 기록을 가져왔습니다. 임금이 7년 전 황섭의 탑안지와 상서를 나란히 펼쳐놓고 한참 바라보았어요. 그 자리에 있던 신하들은 임금의 납빛을 살폈지요 임금의 눈이 탑한 지 한 구절에 멈췄습니다. 인성연화 인연화 불석인 임금이 나지막하게 말했어요. 과인이 그 시제를 낸 것은 어릴 적 스승에게서 들은 물음이었다. 사람이 늙어감에 있어 그 마음이 어쩌여. 서글픈가? 과인은 그 물음이 자신만의 것인 줄 알았더니 그 자리에 있던 신하들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습니다. 종주 하담전 나루에 평민 여인이 이미 그 답을 갖고 있었다는 말이냐? 임금이 상소를 천천히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명을 내렸지요. 부평의 집행을 당장 중지하고 개인과 부사를 모두 한양으로 압송하라. 그리고 의군부에 명하여 최원혁의 사이를 다시 조사하게 하라. 부평 관아의 임금 몇 명이 도착한 것은 집행을 하루 앞둔 날 저녁이었습니다. 천령이 말에서 내리며 숨을 헐떡이는 것을 본 형미가 급히 광섭을 불렀어요. 황섭은 천령이 건네진 분서를 받아들이고 천천히 읽었습니다. 손이 떨렸지요. 집행 중지 그 두 글자를 뜻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광석은 흰 한숨을 내쉬었어요. 며칠 뒤 황석과 오순생은 한양으로 압송되었습니다. 황석은 황복을 벗은 채였지요. 후순생은 여전히 호승이 감긴 천복으로 공항 어디로 갔어요? 두 사람은 처음으로 같은 공간에 서게 되었습니다. 광섭은 오순생의 여벌굴을 바라보았지요. 7년을 찾아 헤맨 얼굴이 이런 자리에서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 기막히고 참담했어요. 한편 의군부에서는 최원영의 사인을 재조사하고 있었습니다. 의원을 불러 시신 상태를 다시 살피게 했지요. 의원은 머리 부상의 위치와 형태를 면밀히 검토한 뒤 소견을 올렸어요. 토상의 형태가 외부에서 가해진 구타보다는 낙상에 의한 것에 가깝다는 내용이었지요. 머리 뒤편에 생긴 상처의 모양이 북부 지방모서리와 일치했습니다. 그리고 캄시텍 층인들을 따로따로 불러 신분했어요. 그 무예 신문은 코올 가나이 문체와는 차원이 달랐죠. 사흘 만에 증인 중 하나가 무너졌습니다. 탕시댁에서 돈을 주고 거짓 진술을 시켰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었어요. 그날 밤 최원혁이 술에 취해 오순생의 처소로 들어갔다는 것도 그전에도 수차례 같은 일이 있었다는 것도 밝혀졌지요. 임금은 두 사람을 직접 만났습니다. 임금이 오순생에게 물었어요. 거시는 네 가지었느냐? 후순생이 고개를 들어 임금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효용이 답했지요. 아버지가 물어보셨습니다. 소전은 그냥 솔직하게 답했을 뿐이옵니다.
긴 침묵이 흘렀어요. 솔직한 답이 가장 어렵다. 임금은 오순생에게 무죄를 선언했습니다. 최원혁의 죽음은 낙상에 의한 것이며 오준생은 정당하게 몸을 지킨 것이라 판단했지요. 강시댁 자재가 먼저 오순생의 처소에 침입한 사실이 밝혀졌으므로 오히려 캉시댁을 처벌하겠어요. 거짓 진술을 한 증인들도 죄를 물었지요. 그리고 임금은 이광섭을 불렀습니다. 내가 스스로 고했다. 그 시는 내 것이 아니라 했고. 내가 올린 보고가 미흡해라 했지. 상서를 올리기까지 하룻밤을 비겁하게 보냈다는 것도 숨기지 않았구나. 황섭이 엎드렸습니다. 황공하옵니다. 소신이 하루를 충실히 살지 못했습니다. 임금이 천천히 말했어요. 하루를 정실히 살지 못한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그 잘못을 스스로 고한 것은 다른 일이지. 다직하겠다. 그러나 이 상손은 과인이 기억해 두겠다. 황섭은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다지. 7년을 쌓아온 관직이 그렇게 끝났지요. 그러나 이상하게도 가슴속이 한결 가벼웠어요. 무거운 짐을 오래 틀고 다니다 내려놓은 것 같은 기분이었지요. 파직된 광섭이 한양을 떠나기 전날이었습니다. 궁에서 나온 노순생에게 사람을 보내 잠깐 만날 수 있겠냐는 말을 전했어요. 오선생 이후였지요. 두 사람이 만나기로 한 것은 궁박 서쪽 골목 안에 있는 작은 찻집이었습니다. 광섭이 먼저 도착해 구석 자리에 앉아 기다렸어요. 오선생이 들어섰습니다. 포승도 없었고 남도한 옥중에 차림도 아니었지요. 소소한 무명조거리의 단정이 머리를 울린 모습이었어요. 그러나 황섭은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7년을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얼굴이 이제 눈앞에 있었지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수척했고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단단해 보였어요. 오순생이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찻잔이 놓였지요.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어요. 창밖으로 초가을바람이 지나갔습니다. 먼저 입을 연 꽃은 광섭이었죠. 7년 전 일을 사제드려야겠소 그 시를 내 것이냐 써서 장언을 해서 그리고 당신을 죽음으로 몰았소 두 가지 모두 욕소받을 수 없는 일이지요. 오순생이 찻잔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다 말했어요. 시는 아버지가 먼저 퍼트린 것이지요. 광나라 주막에서 선비 앞에 내놓은 것이 아버지셨으니 그것이 과거장까지 간 것이라면 어쩌면 아버지가 원하신 길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나리는 결국 상소를 올리셨지요. 너무 늦었습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저는 살아 있습니다. 황섭은 그 말에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살아 있습니다. 그 짧은 말이 가슴 깊은 곳을 건드렸지요. 광섭이 물었습니다. 그날 옥에서 어찌하여 그 시를 벌써 오순생이 호공을 바라보며 다 버렸어요. 언제나 아버지가 그리웠어요. 그런데 이제 곧 저승에서 아버지를 뵐 생각을 하니 문득 글씨가 떠오르더군요. 그 시각 제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늦게나마 애도를 전합니다. 아버지는 좋은 분이셨습니다. 집신을 삼으면서도 늘 웃으셨지요. 소녀에게 책을 구해주시고 싶어서 미투리를 더 많이 삼으셨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어요. 오 선생의 목소리가 초보로 조금 낮아졌습니다. 그것이 크가 보인 유일한 슬픔의 표정이었지요. 광섭은 차를 한 모금 마셨어요. 찻집안은 조용했습니다. 앞으로 어찌 하실 생각이십니까? 임금께서 왕실 서구의 서책 정리와 필살을 맡기는 자리를 내려주셨습니다. 형식은 궁녀 신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원하는 만큼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지요. 소녀에게는 과분한 자리입니다. 과분하지 않습니다. 황섭이 또렷하게 말했습니다. 오순생이 잠시 광섭을 바라보다 작게 웃었어요. 그것이 두 사람인 나는 대화에서 오순생이 처음으로 보인 웃음이었지요. 다리는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고향 안동으로 돌아갑니다. 어머니가 계시지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두 사람은 다시 한동안 말없이 차를 마셨습니다. 창밖으로 낙엽 판장이 바람에 떠올랐다가 천천히 내려앉았어요. 광섭은 그 낙엽을 바라보다 말했지요.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시지요. 그 시의 원래 마지막 구절이 더 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아버님이 읊어 주실 때 끝 구절 하나를 빼셨다고. 옥에서 혼자 중얼거리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오 선생이 잠시 멈췄습니다. 그리고 찻잔을 내려놓으며 나 직기 말했어요. 아버지는 그 구절이 너무 당돌하다 하셨지요. 평민의 딸이 할 말이 아니라고 하셨어요. 아니 어떤 구절입니까? 오순생이 잠시 먼 곳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어요.
인약 충실 일일 즉 세월과 후 기일유존
사람이 하루를 충실히 살면 세월이 지난 뒤에도 그 하루는 남는다.
광섭은 그 자리에서 오래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시의 진짜 마지막 구절이었지요. 세월은 사람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이 충실히 산 하루는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앞에 투 구절이 냉정한 현실이라면 마지막 구절은 그 현실 속에서 사람이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어요. 당돌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시의 완성이었습니다. 황섭이 말했지요. 오순생은 대답하지 않았어요. 그저 찻잔을 들어 조용히 한 모금 마셨습니다. 두 사람은 그 찻집에서 조금도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골복을 나서자 혈렛살이 차갑고 맑았지요. 광섭이 걸음을 옮기다 멈추고 돌아보았습니다. 오순생은 이미 판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어요. 황섭은 한참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이튿날 아침 황섭은 한양을 떠났어요. 고향안동으로 돌아오는 길은 멀었습니다. 한양을 떠나 고개를 넘어 틀을 지나는 며칠 동안 광석은 거의 말이 없었어요. 함께 길을 나선 하인이 눈치를 보며 말 한마디 붙이지 못했지요. 광서분 걸으면서도 쉬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줄곧 먼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큰 눈빛은 어둡지 않았어요. 오히려 오래 흐렸다가 비로소 맑아진 하늘 같은 눈빛이었지요. 어머니는 사립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아들이 온다는 기별을 받고 아침부터 나와 기다린 것이었지요. 광섭이 마당에 들어서자 어머니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어요. 그저 돌아왔구나 하며 아들의 손을 잡았습니다. 주름진 손이었지요. 광섭은 그 손을 꼭 쥐었어요.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습니다. 어머니 관직을 잃었습니다. 알고 있다. 밥은 먹었느냐? 어머니는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광섭은 오래간만에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 앞에 앉았어요. 된장찌개 하나에 나물 몇 가지였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양에서 먹던 어떤 음식보다 맛이 깊었습니다. 황섭은 밥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서야 비로소 긴 한숨을 내쉬었어요. 낙향한 황섭의 소문은 이내 마을 안에 퍼졌습니다. 장원급제를 하고 한양에서 환직을 지내던 이광섭이 파직되어 돌아왔다는 것이었죠. 수근거리는 자가 있었고 안타까워하는 자도 있었어요. 그러나 황섭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마당에 앉아 책을 읽고 어머니 심부름을 다니고 처녀님은 뒷산에 올라 노후를 바라보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이웃 마을 훈냥이 찾아왔습니다. 나이가 들어 서당을 더 이상 꾸리기 어렵게 되었다며 광섭에게 아이들을 맡아달라는 것이었어요. 황섭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지요. 다음 날부터 아이들이 찾아왔습니다. 처음에는 일곱이었어요. 어깨를 움찔이고 틀어서는 아이들에게 광섭은 차리를 내주고 천자문을 펼쳤지요. 아이들을 가리키다 보니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글을 읽히면서 황섭은 처음으로 자신이 왜 글을 읽어왔는지 알 것 같았어요. 과거를 위해서도 아니었고 관직을 위해서도 아니었지요. 그냥 그리 좋아서였습니다. 아이들의 눈에 글자가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광석은 오랫동안 잊고 있던 그 마음을 다시 찾았어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서책을 구해주었습니다. 산립이 녹록지 않았으나 그것만큼은 아끼지 않았지요. 부엌 가공이 불빛 아래서 그를 이것을 오순생처럼. 그리 타야 할 곳에 닿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의 수가 일곱에서 열 둘이 되고 10 둘에서 20명이 되었습니다. 광섭의 사당이라는 소문이 퍼진 것이었지요. 계절이 바뀌고 또 바뀌었습니다. 어머니의 머리가 더 쉬워졌고 광섭에 이마에도 주림이 하나 둘 들었어요. 그렇게 3년이 흘렀지요. 그의 봄 한양에서 부고가 왔습니다. 임금이 승화하셨다는 것이었어요. 새임금이 즉위했지요. 나라안이 순령이었습니다. 생금이 지게 하면 의뢰 친한 사건들을 제겁도 하고 억울하게 처벌받는 자들을 다시 살피는 것이 관례였어요. 강섭은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가리키고 어머니 곁에 있는 것으로 충분했지요. 파직된 것이 억울하다는 생각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어요. 오히려 그 파직이 자신을 이 자리로 데려온 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초여름 어느 날 한양에서 문서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광섭은 풍투를 보고 잠시 멈추었어요. 의정부 도장이 찍혀 있었지요. 봉투를 열어 내용을 읽고 내려가던 광섭의 손이 중간에서 멈췄습니다. 세금이 지게 하며 친한 사건들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이광섭의 복권을 검토한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황섭의 눈을 멈추게 한 것은 폭언 여부가 아니었지요. 문서 하단에 적힌 한 줄이었어요. 복구를 요청하는 상소를 올린 자 왕실 속옷 필사직 오순생 광섭은 그 이름을 손가락으로 짚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그 자리에 앉아 있었지요. 창밖에서 아이들이 소리 있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낙랑하고 힘찬 소리였지요. 황석은 눈을 들어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초유로 뱃살이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어요. 꽃은생이 올린 상서는 나중에 천문이 전해졌습니다. 짧은 글이었지만 문장은 크답게 명료하고 묵직했지요. 이 광섭이라는 자는 스스로의 비겁함을 스스로 고한 자이니 이런 자를 내치는 것은 솔직함을 벌 주는 것이 됩니다. 하루를 충실히 살려 한 자를 조정이 내버려 두어서는 아니되옵니다. 황서분 그 상소를 읽으며 오래 앉아 있었어요. 등잔불빛이 흔들렸지요. 10년 전 황나루 봉록방의 등잔처럼 세월은 사람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했는데 그 세월 속에서 오 선생은 이렇게 자신의 하루를 쓰고 있었습니다. 광서분 상서를 곱게 접어 품에 넣었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있는 마당으로 나갔지요.
복권은 그해 가을에 이루어졌습니다.
의정부에서 문서가 다시 왔고
광섭의 이름 앞에 복권이라는 두 글자가 지켜 있었지요.
그러나 광섭은 한양으로 돌아가지 않았어요.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어머니가 계셨습니다.
관직보다 지금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여기라는 것을
광섭은 이제 의심하지 않았지요.
복권 소식이 마을에 퍼지자 사람들이 찾아와 축하를 건넸습니다.
광섭은 그 손들을 맞잡으며 웃었어요.
그러나 마음속에서 더 크게 울리는 것은 축하가 아니었지요. 오순생이 올린 상서의 마지막 문장이었습니다.
하루를 충실히 살려 한 자를 조정이 내버려 두어서는 아니 된다.
그 문장이 가슴속에서 오래 울렸어요.
겨울이 왔습니다.
서당마당의 첫눈이 내렸지요.
아이들이 함성을 지르며 눈을 맞으러 뛰어나갔어요.
광섭은 처마 아래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눈송이들이 아이들의 머리 위에 내려앉았다가 녹아 없어졌지요.
그 장면을 보며 광섭은 문득 생각했어요.
나는 지금 하루를 충실히 살고 있는가?
그 물음에 처음으로 망설임 없이 답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렇다고 말이지요.
그의 겨울 한양왕실 서고의 한귀퉁이에서 오순생은 오래된 시집 한 권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먼지가 켜켜이 쌓인 서책이었어요.
표지를 닦아내고 안을 펼치자.
누군가 오래전에 써두었던 시였습니다.
오순생은 잠시 그 자리를 바라보다 붓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써 내려갔어요.
인성 열화 인연화 불석인
사람은 세월을 아쉬워하나 세월은 사람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시당 청양고추 행좌일처 영차 일광음 안두코도 신공부가 모사.
고요한 밤 등불 아래 홀로 앉아 오늘 하루를 허비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노라면 하루를 충실히 산 사람은 죽음을 원망하지 않을 수 있다.
인약 충실 일일 즉 세월 과후 길 일 유전
사람이 하루를 충실히 살면 세월이 지난 뒤에도 그 하루는 남는다.
붓을 내려놓고 오순생은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한양에 겨울 하늘이 높고 맑았지요.
세 구절이 이제 온전히 한자리에 놓였어요.
아버지가 광나루 주막에서 선비에게 시를 읊어 줄 때 마지막 구절을 뺏었던 것은 그 구절이 당돌에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어쩌면 아버지는 그 구절만큼은 딸이 스스로 살아내야 하는 것이라 여기셨던 것인지도 몰랐습니다.
읊어 주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
이제는 물어볼 수 없었어요.
오 순생은 시집을 덮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서책을 펼쳤지요.
봄이 되었습니다. 안동 광섭의 서당의 세 아이들이 찾아왔어요.
해마다 봄이 되면 새 얼굴들이 살인문을 두드렸죠.
광섭은 그 아이들에게 천자문을 펼쳐주었습니다. 글자를 처음 읽는 아이의 눈이 조금씩 밝아지는 것을 볼 때마다
광섭은 광나루 주먹의 등잔 불빛을 생각했어요.
그 부엌에 앉아 책을 읽었을 어린 오순생을 생각했지요.
그런 이렇게 번지는 것이었습니다.
짚신장수 노인이 딸에게 서책을 구해 주었고
딸이 시를 지었고
그 시가 한 선비의 풋을 움직였고
그 선비가 이제 아이들에게 글을 가리치고 있었지요.
어느것 하나 크고 거창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작은 것들이 이어지고 이어져 여기까지 왔어요.
어느 날 저녁 아이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혼자 서당에 앉아 있을 때였습니다.
광섭은 등잔에 불을 붙이고 붓을 들었어요. 오랫동안 생각해온 것이 있었지요.
그는 흰종이 위에 천천히 써 내려왔습니다.
인성연화 인연화 불 속인
한 줄을 쓰고 나서 광섭은 오래 앉아 있었어요.
세월은 사람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그것이 처음 들었을 때는 서늘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지요.
서늘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 문장이 틈 뒤에서 부드럽게 밀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세월이 아쉬워하지 않는다면
내가 아쉬워할 것이 아니라
살아야 한다고.
오늘 이 하루를 충실히 살아야 한다고 광섭은 그 아래에 다시 썼습니다.
인약충실 일일 즉 세월 과후 기 일일 유존
사람이 하루를 충실히 살면 세월이 지난 뒤에도 그 하루는 남는다.
붓을 내려놓았어요.
창밖에서 봄바람이 서당 처마를 흔들었지요.
등잔 불빛이 살짝 기울었다가 다시 곧게 솟습니다.
광섭은 그 불꽃을 바라보며 생각했어요.
광나루의 그 밤 늙은 짚신 장수가 등잔 아래에 앉아
미투리를 메만지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큰 노인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딸이 지은 시의 무게를
그리고 그 시가 언젠가 어딘가에서 가야 할 곳에 닿을 것이라는 것을
노인의 미투리를 삼고
한양으로 걸어갔던 그 봄부터
지금 이 봄날까지 세월은 흘렀습니다.
그러나 광나루의 그 밤 봉로방에서 처음 그 시를 들었던 순간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오순생이 아버지의 물음에 솔직하게 답했던 그 하루도
광섭이 새벽에 떨리는 손으로 직서를 썼던 그 밤도 사라지지 않았지요.
그 하루들이 지금 이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세월은 사람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이 충실히 산 하루는 세월이 지나도 남는다.
등잔불꽃이 조용히 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봄밤은 깊어만 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