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기요금 인상 때문에 논란이 있었습니다. 전기를 파는 한국전력은 늘 적자입니다. 방만한 경영도 문제지만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전기요금이 근원적인 문제인 것은 맞습니다. 여의도 증권가에 있으면, 개별 산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를 통해 개별 산업이나 기업에 대해 많은 정보와 지식을 배우곤 합니다. 그 중 하나가 전기요금이었습니다. KTB증권의 신지윤 애널리스트의 글이었는데요, 내용은 이랬습니다. 그는 14년차 전력 담당 애널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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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주택용 2%, 산업용 4.4%, 일반용 4.6% 추가인상했고, 이후 2013년 11월 21일 주택용 2.7%, 상업용 5.8%, 산업용 6.4%를 또 추가 인상.
<자료:한국전력>
일단 전기료는 세금이 아니다. 가스세나 난방세란 말은 안쓰지만 유독 전기만 전기세로 통용된다. 요금인상 최종 결정을 정부가 하지만 우리가 내는 전기료는 상장기업인 한국전력으로 들어가는 전기 요금이 맞다.
다음으로 산업용 특혜와 관련된 오해다. 모든 물건값에는 원가와 이윤이 있다. 전기도 용도별로 주택용, 일반용, 산업용, 농사용, 가로등용, 교육용, 심야주택용 등이 있는데, 각각 원가와 요금이 다르다. 용도별 요금(2012년 평균)을 보면, 산업용이 96.1원/kWh이고 주택용은 127.2원/kWh, 일반용은 115.9원/kWh이다. 그렇지만 원가를 감안해서 보면 산업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주택용이 더 싸다. 각종 자료를 분석하면 지난 1월 요금인상을 감안했을 때 산업용과 일반용의 원가회수율은 97% 수준이고 주택용은 86% 수준으로 추정된다. 즉, 주택용 전기사업이 훨씬 밑지는 장사다.
전기마다 원가가 다르다? 의아한 대목이다. 전력은 발전, 송전, 배전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는데, 소비자에게 갈 수록 전압은 떨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 송배전망, 변압시설 등을 설치해야 한다. 산업체는 대용량 고압전력의 소비자인 반면, 일반 가정은 저압전력의 소비자다. 주택용 요금이 비싼 것이 정상이다. 산업 지원 혹은 힘있는 재계의 목소리 때문이 아니다. 특히 전력수요 증가로 예비전력이 동나는 건 혹서기와 혹한기다. 일반 가정과 상업시설의 냉난방 전력기기 수요 때문이다. 산업용은 공장의 원동기 등에 주로 쓰여 날씨와 큰 상관이 없다. 전력 공급이 부족해지면 비싼 LNG발전기를 더 돌려야 하고 결국에는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한다. 이런 상황을 한전이나 정부에서 모를리 없지만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에는 국민적 저항감이 크다. 석유를 수입해서 전력을 만들진대 전력의 가격이 석유보다 싸다는 것은 넌센스다. 겨울철에 가정에서 석유난로를 떼는 것보다 전기장판을 켜는 것이 우리나라 주택에선 더 흔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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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전기요금 인상 첫날 전기 사용량이 줄었다.
전력난의 책임은 날씨, 발전소의 갑작스런 고장 등 통제 불가능한 변수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낮은 전기요금에 기인한 소비행태에 있다. 산업용도 저렴한 전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면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보다 심각한 문제는 주택용이라는 점,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주제가 아닐까
정부가 정말 전력수요 관리가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면 주택용 요금의 과감하고 대폭적인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 그것이 전기세라는 오명을 떨어낼 빠른 길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