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작위로 계약서를 공개하고 있는 풋볼 리크스 ⓒ Octopedia)
역대 최고 이적료를 기록한 선수는 호날두가 아닌 베일이다. 이는 얼마 전 계약서 유출로 공식 확인되었다. 하메스의 연봉이 세전 €7.7m인 것도 확인되었고, 맨유가 '노숙자 출신' 베베를 위해 총 198억을 쓴 것도 확인되었으며, 망갈라의 이적료가 €53.8m으로 역대 중앙 수비수 2위인 것도 확인되었다.
우리는 '풋볼 리크스'라는 사이트를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유명한 선수들의 계약서를 보고 그들의 진짜 계약 내용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선수들의 계약서를 해킹해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일까?
1월 말, [The Times]가 풋볼 리크스를 취재했고, 이 기사는 국내에도 네이버가 번역하여 알려졌었다. [The Times]에 따르면 그들은 '축구의 투명성'을 위해 이러한 계약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아마도 1월 16일 안토니 마샬의 계약서가 공개되고 나서부터 풋볼 리크스가 알려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작년부터 활동을 하고 있었다. 풋볼 리크스 사이트에 가장 처음 올라온 글을 확인하기 위해 제일 아래까지 내리자, 2015년 11월 30일에 첫 글이 올라왔다. "2개월 만에 라이브 저널 플랫폼에 의해 검열되었고, 우리는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했다."라고 올라온 것을 보아 그전에도 활동하고 있었다가 사이트가 막혀서 새로 사이트를 개설한 것 같다.
그러나, 필자는 여기서 의문점을 지울 수 없었다. '축구의 투명성'과 '계약서 공개'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단순히 계약 내용을 공개하면 '축구가 투명해질 것'이라고 믿는 것일까?
(세계 최대의 서드파티 회사인 도옌 스포츠 ⓒ www.calcioturco.com)
풋볼 리크스에 대한 글에서 도옌 스포츠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풋볼 리크스는 지난해 말 도옌 스포츠와 FC 트벤테의 '검은 비즈니스'에 대해 고발했고, 트벤테는 '서드파티 규정 위반'으로 3년간 유럽 대항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되었다. 풋볼 리크스는 도옌 스포츠와 트벤테의 관계를 폭로하고 나서부터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도옌 스포츠는 "그들(풋볼 리크스)은 기밀문서들을 '사이버 공격'을 통해 수집한다."라며 그들을 '국제범죄조직'으로 칭하기도 했다. 물론 풋볼 리크스는 강하게 부인했다.
트벤테 사건 말고도 도옌 스포츠가 저지른 부정은 매우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로호와 팔카오를 꼽을 수 있다. 도옌 스포츠는 팔카오와 로호가 각각 AT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월권을 행사한 전례가 있다.
(2014년 맨유로 이적한 마르코스 로호 ⓒ 맨유 공식 홈페이지)
세계적인 슈퍼 에이전트 호르헤 멘데스가 설립한 도옌 스포츠는 자본금이 $273m에 달하는 거대 서드파티 회사이다. 콘도그비아·팔카오·네이마르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선수들의 지분을 대거 소유하고 있다.
풋볼 리크스는 이러한 거대 서드파티 회사의 정보를 털어서 비리를 고발한다. 당연히 윗선의 사람들은 반발을 할 수밖에 없고, 축구팬들은 열광하며 그들을 지지한다. '정의의 사도'가 돼버린 것이다.
도옌 스포츠가 은밀하게 펼쳐져 있는 서드파티의 중심인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고, 클럽팀은 이적 과정에서 암묵적으로 서드파티에 돈을 주고 있다. 풋볼 리크스는 이 악의 고리를 파괴하려고 하고 있다.
그들의 목적이 도옌 스포츠의 불법 행각을 공개해 '축구의 투명성'을 지키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계약서를 공개해도 좋다. 그러나, 필자는 그들의 목적이 '축구의 투명성' 뿐만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다.
(최근 계약서가 공개된 바이에른 뮌헨의 사비 알론소 ⓒ Goal.com)
그들은 '서드파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선수들의 계약 내용도 공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비 알론소의 계약서가 그렇다. 이적료 €9m에 2016-2017시즌 종료 후 친선경기를 조건으로 레알에서 뮌헨으로 이적한 알론소에게 어떠한 서드파티의 징후를 느낄 수 없다.
또한 그들은 흥미로운 문서를 공개했는데, 바로 플로렌티노 회장이 호세 페세이로에게 보낸 편지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코치를 맡은 적이 있는 페세이로는 최근 FC 포르투의 감독으로 선임되었고, 페레즈 회장은 그에게 축하 편지를 보냈다.
내용은 별다른 것이 없었다. 그저 "새로운 직업을 가져서 축하하고, 프로의 세계로 온 것을 환영한다." 이 정도의 내용이다. 전혀 특별하거나 미심쩍은 부분이 없지만, 풋볼 리크스는 이 편지를 공개했다.
(페레즈 회장이 페세이로에게 보낸 편지 ⓒ Football Leaks 캡처)
또한, 서드파티와는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외질·크로스 등의 계약서도 공개하고 있다. 풋볼 리크스는 서드파티와는 연관이 없는 세계적인 선수들, 특히 레알 마드리드와 관련된 선수들의 계약서를 유난히 많이 공개했다. 만약 필자가 풋볼 리크스의 일원이었다면, 횡령과 탈세 논란이 있었던 네이마르의 바르셀로나 이적 당시 계약서를 가장 먼저 공개했을 것이다.
호르헤 멘데스와 포르투갈에 관련된 계약서 공개는 그렇다 치더라도, 왜 아무런 문제가 없는 빅클럽들의 계약서까지 공개하는 것일까? 계약서가 유출된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에게 문제가 있었다? 만약 그랬다면, 이미 해외는 발칵 뒤집혔을 것이고, 국내에서도 많은 얘기들이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계약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다.
크로스·하메스·알론소의 계약에 모두 서드파티가 개입된 문제가 있고 페레즈가 보낸 편지가 검은 계약을 목적으로 보낸 편지가 아니라면, 풋볼 리크스는 그것을 공개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축구의 투명성'이라고 모든 것을 밝힐 필요는 없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계약서를 공개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이다.
지금 풋볼 리크스가 하고 있는 행위를 보면 마치 '어나니머스'를 떠오르게 한다. 배후와 정체를 감추고, 정의를 위해 정보공개를 감행하는 것은 풋볼 리크스나 어나니머스나 똑같다.
(세계적인 해커조직 '어나니머스' ⓒ unanumous.ai)
그러나, 어나니머스 또한 '정의로운 조직'인지 '범죄조직'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그들은 항상 의로운 목적을 가지고, 경고를 한 후 해킹을 시도함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공격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범죄조직으로 분류된다.
사회에 악이 되는 집단에 먼저 경고를 하고 공격을 감행함에도 불구하고 범죄조직으로 분류되는데, 하물며 계약상 아무런 범법행위가 없는 선수들의 계약서를 무단으로 공개하는 풋볼 리크스를 그저 '정의로운 조직'으로 분류하고 그들의 행위에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응원만 할 수 있을까?
풋볼 리크스를 좋게 보고 그들의 뜻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글일 수 있지만, 필자 또한 그들의 뜻을 알고 공감하기에, 풋볼 리크스가 조금 더 생각을 가지고 계약서 유출을 하기를 바란다.
- F I 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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