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26. 2. 13. 금요일.
아내가 '머리 좀 단정하게 깎으세요. 머리털 깎은 지 한 달이 넘었어요."라고 거듭 말했다.
화장실 안 거울 앞에 서서 내 머리카락 상태를 둘러봐도 아직은 괜찮을 것 같다.
그래도 음력설이 며칠 뒤(2월 17일)에 있기에 머리카락이라도 단정히 해야겠다고 마음먹고는 오후에 동네 이발소로 걸어 갔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10분 이내의 거리에 있는 허름한 동네 이발소.
이발소 안에는 노인들이 잔뜩 대기하고 있었다.
접대용 쇼파에 앉았던 노인 한 분이 일어나더니 나를 보고는 대신 앉으라고 권한다.
체구가 무척이나 큰 노인이다. 내가 고개를 가로세로 흔들며 "괜찮습니다"라고 말했는데도 그 노인은 고집피우듯이 거듭 권했다.
나도 무한정 그 노인의 선의를 거부하기도 뭐해서 "고맙습니다"라고 고개 숙여 말한 뒤에 쇼파 위에 앉았다.
나는 등허리뼈 아파서 서 있는 것이 매우 고통스럽다. 쇼파 위에 앉아서 허리를 살짝 구부리거나 일으키면서 가볍게 허리운동을 해야 했다.
이발사는 노인 두 분.
이발하는 노인 서너 명의 머리카락에 검정색깔로 염색한다. 하얀 비닐로 머리 전체를 휘감고 ....
이발사가 손님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를 때마다 잘린 머리카락이 바닥에 떨어져서 지저분하였다.
나한테 자리를 양보한 노인네가 화장실 쪽으로 나가더니만 손에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들고 이발소 안으로 들어왔다. 바닥에 떨어진, 잘린 머리카락을 빗자루로 쓸어서 쓰레받이 안에 넣고는 청소했다. 바닥이 보다 깔끔해졌다.
나는 그 분한테 고개를 숙여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를 쳐다보고는 빙그레 웃으신다.
나도 전에는 이발소에서 대기하다가 바닥에 수북히 떨어진 머리카락을 빗자루로 쓸어서 쓰레받이 안에 넣어서, 이발소 바깥에 둔 쓰레기통에 쏟아낸 적이 서너 차례나 있었다.
기다리는 나한테 이발사가 손짓하기에 나는 일어나서 이발하는 의자 위에 앉았다.
이발사가 건성건성으로 깎는다. 대기하는 손님이 많기에. 이발사는 "수염이 없군요" 하면서 면도질조차도 하지 않았다.
나는 오늘 집에서 세수할 때 면도질을 자세히 해서 자잘한 수염조차도 깔끔히 밀어냈다. 이발사가 구태여 면도질하지 않아도 될 터. 평소보다 이발하는 시간이 무척이나 짧았다.
세면대에 가서 내가 말했다. "집에서 머리 감고 왔으니 비누질을 아주 조금만 하세요."
이발사가 건성 건성으로 비누질을 조금하고는 고개 숙인 내 머리통에 수도물을 부어 거칠게 휑궜다. 평소보다 시간이 아주 짧았다.
내가 마른 수건으로 물기 젖은 머리카락을 닦아낸 뒤 의자 위에 앉았더니만 이발사가 화장품 2 종류를 내게 내밀었다. 얼굴에 바르라는 뜻.
나는 화장품 즙을 조금 덜어서 내 얼굴에 북북 문지른 뒤 의자 위에서 일어났다. 이발사한테 말했다.
"빗이나 주세요."
이발사가 빗 하나를 주기에 나는 물기 마른 내 머릿카락에 적당히 빗질해서 단정하게 했다.
평소에는 이발사가 물기 젓은 머리카락을 말리는 도구로 오랫동안 작동해서 머리카락을 쓰담은데도 오늘은 전혀 하지 않았다.
손님이 많이 대기하고 있기에 나도 자상한 마무리 서비스를 기대하지도 않았다.
내가 이발하는데 걸린 시간은 10분도 채 안 될 것처럼 아주 짧았다. 서비스도 거의 없었고.
그래도 내가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이발사한테 내밀었다.
이발사가 웃으면서 거듭 말했다.
"오늘 이발비를 안 주셔도 되는데 ...."
이발사도 오늘 나한테 베푼 이발 서비스가 아주 형편없이 짧았고, 불량했다는 것은 안다는 뜻이다.
나도 안다.
음력설을 며칠 앞 둔 오늘 이발하러 온 것이 어쩌면 잘못이라고. 손님이 무척 많이 대기하는 때이라고.
이발소를 벗어난 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 나가 천천히 걸으면서 걷기운동을 하였다.
호수 산책로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설이 가까워진 시기라서 그럴 것이다.
천천히 한 바퀴(2,565m)를 돈 뒤에 귀가하였더니만 아내가 말한다.
"이발 깔끔하게 하셨군요."
2.
올 음력 설날은 나흘 뒤에 온다(2026. 2. 17.).
올 설날에 아내와 나는 차례상을 차려서 조상님께 절을 올릴 예정이다.
예전 시골 우리집은 종가집이기에 설과 추석 차례에는 친척들이 몰려왔다.
2020년 대인 지금은 내가 서울 아파트에서 살기에 친척들이 서울로 올라오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내 가족끼리만 차례와 제사를 지내고, 당숙 사촌 등은 지방에서, 각자 알아서 지낸다.
올해 내 경우이다. 내 자식들조차도 올 설에는 오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웃 아파트 단지에 사는 큰아들네는 아마도 처가인 대구로 내려갈 것이고, 작은아들은 오늘 프랑스로 여행 간다면서 공항으로 나갔다. 큰딸이 혹시 친정에 올까? 작은딸네가 친정에 올까?
전혀 아니다.
내 아내는 일전 일요일(2026. 2. 8.)에 내 음력 생일을 앞당겨서 치루면서, 자식들한테서 설 세배를 미리 받았다.
설날에 자식들은 각자 알아서 보내라고 말했다. 자식 네 명과 사위 며느리, 손녀손자, 외손자 모두에게 세배돈을 내주었다.
즉 미리 앞당겨서 내 생일상을 치뤘으며, 설 세배까지도 미리 받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번 설날인 2월 17일에는 나는 아내와 둘이서 설 차례상 앞에서 절을 올릴 것이다.
올 설날에 나는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내 자식도 오지 않고, 내 친척들도 나한테 오지 않을 것이다.
아무려면 어떠랴 싶다. 설과 추석의 차례는 점차로 축소하여 간소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설과 추석에 종가집에 가기보다는 해외로 여행 떠나는 세태이다. 점차로 사라지는 설과 추석의 차례이다. 더불어 각종 제사와 시향 등도 축소되고 아예 사라지는 옛풍속이다.
내 경우도 그렇다.
예전 내 어린시절. 충남 보령군 웅천면 구룡리 화망에서 살 때에는 설과 추석, 한식과 시향 때에는 친인척이 득실득실하게 찾아들었다. 설 때에는 정월 보름날까지도 먼 거리에서 찾아와 세배를 서로 나눴다.
지금은 2000년대. 옛풍속은 거의 다 사라졌다.
나 역시 시골이 아닌 서울로 올라와서 산 지도 만48년이다. 나는 1978년 1월부터 서울에서 직장생활하였기에 자연스럽게 서울사람이 되었다. 내 고향의 친척들도 다 그렀다. 서울 대전 공주 등으로 떠나가서 자리잡았기에 지금 내 고향에는 경주최씨네는 한 사람도 없다. 자손들이 전국에 흩어졌다는 뜻이다.
따라서 설과 추석의 차례, 시향 시제 등도 각자 알아서 지낸다는 뜻이다.
2026년 2월 17일은 음력 설날인데도 어쩌면 나와 아내는 단 둘이서 차례상 앞에서 조상님께 절을 올려야 할 것이다.
내 자식 2녀2남조차도 각자 알아서 설을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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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새간 이어지는 올해 설 연휴 기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약 72만 명이 해외여행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국가는 일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에서 접는다.
단숨에 썼다.
나중에 더 보완한다. 잠시라도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