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해도 너무하네” 회사는 적자인데 연봉만 100억 챙긴 대표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진원생명과학 홈페이지 갈무리]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주주들은 피가 말라가는데…”
일반적인 경영자라면 회사가 적자면 책임감을 느낀다. 급여를 받지 않거나 본인 재산을 내놓기도 한다. 그런데 회사 재정 상태는 아랑곳없이 본인 연봉만 챙기는 대표가 있다. 회사는 무려 18년 연속 적자인데 연봉만 100억원 가까이 챙겼다.
진원생명과학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는 지난해 진원생명과학으로부터 56억원, 자회사인 VGXI로부터 38억원 등 총 94억원을 급여로 받았다. 회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8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약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박 대표가 받아간 셈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조병문 전무이사도 지난 해 10억원을 받았다. 박 대표는 17년, 조 전무이사는 19년 동안 회사에 재직 중이다.
문제는 회사가 적자의 늪을 빠져나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지난 1976년 의류용 심지 제조를 목적으로 설립된 진원생명과학은 1987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됐다. 현재는 바이오 의약품을 개선한 DNA 기반 단백질의약품과 항체의약품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지난 18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올 해도 적자가 예상된다. 1분기 이미 130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반면 박 대표 보수는 매년 늘고 있다. 지난 2018년 진원생명과학과 VGXI로부터 38억원을 받더니 2019년 45억원, 2020년 81억원, 2021년에는 100억원을 챙겼다. 지난 5년간 358억원을 보수로 가져갔다. 올 해도 반 년간 약 21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회사가 매년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대표가 100억원 가까운 보수를 받는 것을 주주나 직원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진원생명과학 대표 급여에 대한 인터넷 커뮤니티 글[네이버 주식 카페 화면 갈무리]
인터넷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도 ‘이 정도면 주주돈으로 대표 월급 주는 꼴 아닌가’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렇게 박 대표가 매년 수십 억원의 급여를 챙길 수 있었던 건 잇따른 유상증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최근 81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0년 이후 벌써 6번째다. 회사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한다며 2020년 이후 올해까지 6차례 걸쳐 3275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그동안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코로나 이전까지 3000원대를 유지하던 주가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소식에 2021년 3만8000원까지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중단되면서 주가는 현재 4000원대로 급락한 상황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렇게 계속되는 유상증자에도 별다른 개발 소식이 들려오지 않으면서 주주들은 애가 타고 있다. 특히 지속되는 적자 상황에도 박 대표가 매년 가져가는 보수가 늘어나자 불만이 쌓이고 있다.
이에 진원생명과학 소수 주주들이 주주제안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 회사 정관에 따르면 이사의 년간 보수 한도는 500억원, 퇴직시 퇴직금으로 100억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주주들은 이런 황금낙하산 조항을 삭제하기 위해 하반기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 변경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