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2. 08. (토)
무균실에 있는 듯한 무미건조한 날들이 반복되다보니 어딘가 훌쩍 가고 싶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런 저런일들로 요즘은 집과 일터만 오가다보니 싫증도 날법하다.
그런데 마침 친모(親母) 이상으로 나한테 잘해주시던 분한테서 전화가 왔다. 잘지내느냐고...
내가 먼저 안부 전화를 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하다고 말씀 드리면서
그렇잖아도 찾아뵐려던 참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더니 너무나, 정말 너무도 반가워하셨다.
그분은 지난 2019년 5월 뇌경색으로 오랫동안 입원 하셨다.
하필 대전가곡연주회를 마치고 서울 자택으로 가신 이튿날 발병을 하셔서 더욱 마음이 아팠었다.
차츰 차도가 있다는 말만 전화 통화로 알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그동안 문병을 가고 싶었지만
그분이 다음에 오라고 해서 가지 못했었다.
아무튼 엉겹결에 서울에 갔는데, 가서보니 그분은 생각보다 상황이 많이 안좋으셔서 너무나 마음이 아팟다.
인생무상
그 아름답고 우아하신분은 어디로 가고,
나는 지금 초로의 노인 앞에서 먹먹함을 억누르며 간신히 미소를 짓고 있는 걸까.
나는 고인이 되신 친어머니를 만난 듯 붙들고 통곡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을 느끼시는지 그분은 여느 때처럼 빙긋이 웃으시면서 말씀 하셨다.
"나는 괜찮아."
그분과 나는 서울에서 음악 관계로 알게되었지만, 그분은 친모 이상으로 나에게 잘해주셨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그분이 '대전가곡연주회'에 연주를 오시게 되어 매달 한번 만났다. 그런 중 2년 전,
2018년 4월 암에 걸리셨는데, 다행히 치료가 잘되어 그해 10월 부터 다시 대전 연주회에 참가하셨다.
그런데 2019년 5월, 여느때처럼 '대전가곡연주회'를 앞두고 대전역에서 만나서 같이 리허설을 하러 가는데
그분의 걸음이 어딘지 모르게 어둔했다. 무대에서 연주하실 때에도 왠지 넘어지실거 같아서
나는 그분이 연주하시는 내내 그분한테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날 늦게 서울 댁으로 가셨는데 며칠 후 연락이 온거였다.
사정이 생겨서 대전 연주회에는 얼마간 못 갈거 같다고. 알고보니 뇌경색이셨다.
대전에서 서울 자택으로 가신 이튿날 아침에 몸에 이상 징후가 있어서 응급실로 직행, 입원 하신 이튿날 아침에
온몸이 마비되셔서 그 후로 고생이 많으셨다.
내가 잠시 옛일을 생각하며 시종일관 내 표정이 너무 안좋았던지, 그분은 빙긋이 웃으시면서 이만해도 살만하다고...
다 나은것이나 다름없다고 나를 위로하듯 말씀하셨다.
도무지 옛날 같지않는 그분을 보면서 인생무상(人生無常)을 느꼈다.
복병처럼 찾아온 뇌경색에 그분은 무참히 항복하고 말것인가.
환자인 그분이 너무 힘드실 것 같아서 점심 식사 후에 다음에 다시 뵐것을 약속하면서 헤어졌다.
서울에 오랜 만에 갔기에, 간김에 잠실에 사는 친구한테도 잠시 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아직 점심 전이라면서
밥부터 먹자고 한다. 나는 방금 전에 먹기는 했지만, 다시 또 식당으로 ~ go!
참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하루만에도 극과 극에서 사람을 만난 듯하다.
두 사람 모두 내게는 없어서는 안될 좋은 분들임에도 한 분은 뇌경색 후유증으로
한걸음 걸으실 때마다 조심히 다니시는데,
내 친구는 이틀 후 아들과 둘이서 베트남 다낭으로 에어텔 여행을 간다고 하니 말이다.
"아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난리인데 베트남을 간다니?" 내가 화들짝 놀라 되묻자
친구는 항공 마일리지로 두달 전 예약을 해놓아서 취소도 안되고, 하는 수없이 간다며 변명아닌 변명을 한다.
롯데백화점 지하 1층 '채선당 잠실점'에서 샤브보트 1인분을 먹고 서울역 출발인 기차 시간에 맞춰 나왔다.
지하철 2호선을 타려는데 친구가 쇼핑백을 손에 쥐어준다. 찰밥과 무우말랭이 무침. 어제가 보름날이었다.
오늘아침, 친구가 싸준 도시락을 꺼내 찰밥과 무우말랭이를 먹는데 만감이 오갔다.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실 롯데백화점 분수대 앞에서 만났다
▼샤브보트 롯데백화점 잠실점▼
친구가 싸준 도시락 <찰밥& 무우말랭이무침>
첫댓글 인생무상.
수시로 느끼지요.
뭐 별 수 있습니까.ㅎ
라이파이님은 지금이 한창!! 인생유상이시지요^^ㅎㅎ
제가 걱정이에요ㅠ 요리도 못하고
도대체 뭐하나 잘하는게 없으니까요
항상 좋은 글 선사하시는 리아 작가님!
감사합니다.
인생무상을 느끼며 살고있는 1인입니다.
모든 분들이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타인에게 해끼치지 않고 나에게 최선을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지 싶습니다.
역지사지~~
우둔한 사람입니다.
꾸벅
댓글에 좋은말씀 고맙습니다^^ 방청석에서 강사의 마무리 멘트를 경청하는 느낌이에요^^
우리동네채선당 1인분 구천원인데 혼밥하러갔더니 1 인분아니된다하여 빠꾸 혼자살기힘들더래요
최선생님, 1인용 드실려면
1인 샤브샤브 <채선당> '샤브보트' 로 가셔야해요.
저는 롯데마트 잠실점에 갔는데요, 국물이 담백하고 맛있었어요.
저는 소고기 샤브샤브 먹었는데요, 그외 마라탕도 있어요. 메뉴판 사진 참고하셔요.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 하차, 롯데월드 쪽으로 가시면 분수대 보여요. 그쪽으로 100m , 왼쪽에 있어요
최선생님,
담에 저랑 갈까요? ㅎㅎ
1인용 이긴해도 처음에 혼자 가셔서 혼자 드시기는 좀 그럴거에요 ㅎㅎ
저랑 가서 드시고 난후라면, 익숙해지셔서 혼자 가셔서 드실수 있으실거에요^^ 강요는 아니구요, 권유 에요 ㅎㅎ
역마살을 타고 나셨나봐요, 혹시 백말띠
네? 서울 갔었는데요? ㅎㅎ
서울은 대전과 일일 생활권이에요 ㅎㅎ
Anyway 댓글 감사드려요^^
에브리데이언제던지 오세요있는게시간뿐
후후~ㅎㅎ 알았어요!
근디 담배 끊으셔야 하는디유~
전 담배 옆에만 지나가도 목이 따끔따끔 하거든요(진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