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망명 20년 만에 갑자기 등장, 국정원장 편 든 前요원 왜?
DJ 노벨상 로비 의혹 제기 김기삼 “文 부역 직원들이 모반 일으켜”
국가정보원의 최근 인사 파동과 관련,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 불법 송금 및 노벨상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가 20년 전 미국으로 망명한 전직 국정원 요원이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원 내) 일부 ‘일탈 직원’이 모반(謀反)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김규현 국정원장이 올린 1급 간부 보직 인사안을 재가했다가 일주일 만에 철회했었다. 국정원 내 인사 파동 내용이 어떻게 미국에 있는 전직 요원에게 전달되고 사실상 김 원장 측 입장을 대변하는 기자회견까지 했는지도 의혹이 커지고 있다. 정보 소식통은 “국정원 본연의 기능은 계속 약화되는데도 인사 갈등만 계속 외부로 노출되면서 국정원에 대한 신뢰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등 국정원 간부들이 지난 5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권춘택 1차장, 김 국정원장, 김수연 2차장. /뉴스1
전 국정원 직원 김기삼(59)씨는 19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코리안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회견에서 “전임 문재인 정부가 국정원 내에 심어놓은 전 정권 부역 직원들이 (문제가 없는) 인사안을 조직적으로 음해하고 모략한 것을 윤 대통령이 사실인 것으로 오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파동을 두고 ‘김 원장 측근 A씨가 인사 전횡을 한 것’이란 주장과 ‘전 정부 인적 청산에 불만인 세력이 이번 인사 작업에 앞장섰던 A씨를 공격하고 김 원장 인사안을 음해한 것’이란 반론이 맞서는 상황에서, 김씨가 사실상 김 원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김씨는 A씨와 국정원 동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삼씨
1993년 국정원에 입사해 대공정책실, 국정원장 비서실, 전략실 등을 거친 김씨는 지난 2000년 국정원을 그만둔 후 미국으로 건너가 김 전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을 둘러싼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2003년 12월 미국 법원에 망명을 신청해 4년 만인 2008년 4월 망명 허가를 받았다. 김씨는 2005년에도 안기부(현 국정원)가 불법 도청팀인 ‘미림팀’을 조직해 정계, 관계, 언론계 등 사회 유력 인사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불법 도·감청을 실시했다고 폭로했었다.
김씨는 이날 “김 원장은 남북 화해론자, 대북 비밀공작망 누설자, 종전선언 지지자 등을 승진 등에서 배제한다는 인사 원칙을 확고히 견지해왔다”며 “이런 인사 원칙의 불화살이 자신에게도 덮쳐올 것으로 예감한 일부 인사가 인사안을 모략한 것”이라고 했다. 전직 정보 당국자는 “김씨가 주장한 내용은 사실 여부를 떠나 국정원 내 인사에게 직접 듣지 않으면 알기 힘든 것이 많아 보인다”고 했다.
김씨는 A씨가 미국과 일본 대사관의 국정원 1급 직책인 정무2공사직에 업무 전문성이 없는 ‘국내 정치’ 담당 인사를 천거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른 허위 정보”라고 했다. 김씨는 “(당초 인사에서) 주미 공사로 내정됐던 직원은 평생 해외 부서에서만 근무한 순도 100% ‘미국통’이고 주일 공사로 내정됐던 직원은 대공수사국 출신으로 원내 최고의 조총련 전문가”라며 “둘 다 국내 정치부서에는 한번도 근무한 전력이 없다”고 했다. 이어 “국정원은 기관 내 인사 등과 관련된 언론 보도에 대해선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교활하게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국정원 모 간부가 (잘못된) 인사 정보를 외부로 무차별적으로 유출하고 있다”고도 했다. 일각에선 “김 원장이 자신이 주도했던 1급 인사가 번복되고 측근 A씨의 ‘인사 전횡’이 부각되면서 코너에 몰리자 친(親)김 원장 세력이 반격에 나선 것”이란 비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