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은 12번째혹은13~4번째쯤 우리집에서 키우게된 강아지다
이름이머냐고 어머니께 물엇더니 첨엔모르시겠단다
그리고 -메리 지머 하신다
어머니에게 모든 강아지는 메리라는걸 새삼 알아차린다
내가 아주 어릴때 아버지 께서 주머니에 넣어오신 토종견 강아지부터
1번으로해서 여태껏 우리집 마당을 지켜온 견공들의 족보는 참 다양하다
근데 대부분 말로가 좋지않은것이 기억에 남는 놈만도 세퍼드와잡종견의 혼혈인 털북숭이
는 어느날 자동차에 치여 뒷다리가 덜렁거리는체 집으로 돌아왓다
중학교무렵으로 기억되는데나는 고름으로 띵띵부은 녀석의 다리를 만지다
농익은 고름이 분수처럼 솓구쳐 계속짜주엇더니 부기가빠지고 뚫린 구멍으로 뼈가 들여다
보이든 처참한 꼴도보고 흑단같이 짧은 검은털의 날렵한 일본견종류의 쫑은
새끼다섯마리를낳고 왜그랬는지 바같으로나가 쥐약먹은 죽은 쥐를먹고
엽집수의사아저씨가 최후의 방편으로 약을 먹이기위해 앙다문입을 벌리려고
나의 손때로 쇠에박힌 글씨마져 반질반질 닳은 영창하모니카-내 보물일호였든-
을물려 그하모니카에 그애의 이빨이 박혀 구멍이 뚫려버린것이다
그뒤로 나의 유년을 함께한 그 하모니카는 소리를 잃어버렸다
나는 하모니카를 불지않았고 쫑도 잊어갔다
얼마간 고향집 서랍속에 보일때마다 그 이뻣든 쫑을 떠올리게 하더니
이젠 정말 보이지도 않는다
너무도 잘생기고 덩치좋은 세퍼드 해리는 집에 찿아오는검침원아저씨들을 혼내키다
급기야 어느 과수원 지기로 보내졌다
서운햇지만 해리에겐 딱맞는 일같아 행복하길 빌었었다
개들의 평균수명이 4~5년꼴로 많은 사건과함께
바뀌어가고 그와함께 우리 집안의 사정도 달라졌다
붐비든 식구들이 외지로 흩어지고 분가하고
어머니는 이젠 개키우지말자 하시더니 쓸쓸하셨는지
일년도 넘기시지못하고 하얀짧은털에 엷은갈색반점과 이쁜눈
쫑긋한귀 바짝들린 꼬리를 가진 녀석을 또 얻어오신것이다
근데 어머님과큰집에 둘이만있다 어머님이 서울로 오셔서 며칠ㄹ잇다 가시는일이
잦고보니 녀석은 종일 혼자 매여있는일이 많아 난 속으로
측은했다 개짐승도 사람이 없으면 우울증걸린다든데..
그래그런지 녀석은 아주 신경질적으로 짖어대고
사납게 으르릉거려 나는 은근히 녀석이무서웠다
정이 들 틈도없이 드물게 한두번 내려가는 집인데다가
나의 취향은 좀 큰개를 선호하는편이므로
그리고 좀더 솔직이 고녀석처럼 생긴 녀석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다리를 물어버린 기억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오늘 마당에서 어머니는 화분정리를 하시고
나는 도와드리고 있는데녀석의커다란눈이 넘 맑아보여
개를 사랑하는 본색을 숨길수없어
엄마 애 이름?했더니 메리란다
메리 3인지 4인지 장난끼발동되서 실험삼아 쫑 ! 다롱아! 헤리 복실아 불러도
별반응없더니 메리하니 귀를 쫑긋거린다
그런데 알수없는 일이 벌어졌다
녀석이 목줄에 묶여있어도 난 은근히 경계하며
일하시는 어머니와 녀석의 중간에 앉아있는데
녀석이 가까이오는것이 아닌가
난 긴장하며 가만히 있는데 녀석이
갑자기 등을 돌려 내앞에 앉자 꼬리가 쪼그리고 앉아 늘어뜨린
내팔에 자연스레 살랑거리며 닿는다
마치 내입이 무섭죠? 그치만 안 물께요
이렇게 등을 보이는것은 당신을 믿는거랍니다
하는듯 녀석이 우리집에 온지도 벌써 3년쯤
처음 낯선 환경과 외로움에 깃을 세우든
녀석이 어느새 나름대로 이런 사려깊은 몸짓을 표현할
만큼 여유를 가졌구나
나는 녀석의 목덜미 귀엽게 나온 이마 짧고 오뚝한 콧날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녀석의 눈이 스르르감긴다
등도 쓰다듬었다 녀석은 경계가 해제된체
너무도 사랑스럽게 받아들인다
감동이 징하게 스몄다
얼마나 이런 손길이 그리웠을까
이제 정말 친구다 메리야
오후늦게 아쉬웠지만 짐을 챙겨 서울로 와야했다
녀석에게 인사를 할려고 메리야 했더니
좀전과는 달리 으르릉거리며 사납게 콧등을
모은다 어머님이 사람이 가면 꼭저런다
하시는 말씀이 곰곰생각났다
메리야 그래도 넌 참 사랑스런 메리다
너의 그 바디랭귀지 감동이었어
담엔 더 많이 사랑해주께
안녕
첫댓글 쿠쿠 개들은 역시 사랑스러워~~ . 어릴때 우리 시골집 개 많이 키웠는데 고것들이 학비도 되고 , 때론 아버지 여름 몸보신용도 되고 그럴땐 많이 서운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