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30일 십주년 기념일 대표기도문입니다.
하늘씨앗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
오늘은 순천하늘씨앗교회의 열 번째 생일입니다.
주님, 지금 여기 계시나요?
십년 전 1월의 마지막 주일, 순천하늘씨앗교회의 첫 예배가 있었고, 어느새 십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날마다 해가 뜨고 해가 지는 매양 똑 같은 날이지만 우리는 오늘을 특별히 새기고자 합니다. 어려운 걸음 해 주신 옛 동지를 다시 만나 눈물겹게 반갑고, 감사합니다. 십년 전 첫 예배를 드리던 그 분들의 간절하고 절박했던 기도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그 때 그들은 갈 곳을 잃었습니다. 그들은 왜 대안의 길을 가야만 했나요? 주일이면 예배를 드릴 작은 공간을 찾아 반찬통을 들고 이 곳 저 곳을 다니시던 그 분들을 이끈 힘은 무엇이었나요?
어두운 교회에서 상처만 입은 그들을 이끌어 주신 주님,
자연 속에서 아픈 상처를 치유해주시고, 잠든 영혼을 깨어나게 했습니다. 이해되지 않아도 무조건 믿어야했던 교리를 이제 새롭게 만났습니다. 의혹은 하나씩 걷혀졌고 캄캄한 터널에서 멀리 가느다란 빛을 보았습니다.
주님! 예수같고 엘리야같은 송기득 교수님, 홍순관목사님, 한성수목사님, 김남규목사님을 우리에게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들은 때로는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때로는 우리를 자랑스럽게 했습니다. 우리들 속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직하고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벗하여 함께, 자유와 진리의 길을 가는 하늘씨앗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습니다.
주님! 보고 계시나요?
세상이 어지럽고 참담하기로는 십 년 전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심해져만 갑니다. 생각해보니 대안교회로서 우리 하늘씨앗교회는 십 년 전부터 이미 필연이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투사가 되어갑니다. 일상이 망가지고, 죄 없는 사람들이 범죄자 취급받고, 눈앞에서 버려지고, 죽고, 길 위에 내팽개쳐지는 하루하루, 그 연장선상에 세월호가 있었습니다. 서울 용산에서, 경기 평택에서, 경남 밀양에서, 그리고 제주 강정에서 그렇듯이, 세월호 희생자의 유족들은 법원에서, 광화문에서, 청와대 앞에서 거리에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주님! 이제 세월호의 부활을 꿈꿉니다.
세월호는 국민의 눈을 뜨게 했습니다. 국가의 무능, 국가의 부패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았습니다. 햇빛만이 모든 것을 드러나게 해준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다른 일들은 연이어 터집니다. 어느새 세월호 기억들이 희미해져만 갑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다른 중요한 일들이 생겼다고 해서 그 중요성이 무시될 수는 없습니다. 이제 4월이 다시 올 것입니다. 주님!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이 ‘다녀왔습니다.’라고 밝게 인사하는 그런 당연한 세상을 우리 하늘씨앗이 앞장서서 만들어가게 해 주소서.
이제 우리 교회가 지나온 10년을 잉크로 기록하고, 앞으로 십 년을 계획합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십 년 전 하늘씨앗교회를 세웠던 그 분들의 용기와 지혜를 잊지 않게 해주소서. 그 길이 불가능해 보여도 꿈꾸기를 망설이지 않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게 해주소서. 위기의 시대에 대안의 길을 가는 들꽃 향린교회와 우리 하늘씨앗교회가 누군가에게 새로운 빛이 되고, 아름다운 공동체의 씨앗이 되게 해주소서.
자유인이 되신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