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부터 솔잎까지 버릴 게 없는 소나무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나무를 영목으로 친다.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를 들라 해도 역시 소나무다. 척박한 환경에도 적응이 빠르고 뿌리부터 솔잎가지 버릴 것 하나 없는 쓰임새로도 아낌을 받는다. 무엇보다 세한풍에도 굴하지 않고 푸른 기색을 도도하게 지니는 기상을 높이 쳤다. 혼례상에 소나무와 대나무를 올려서 백년가약을 맺는 것도 소나무의 굳은 절개를 닮으려 했기 때문이다.
소나무란 이름은 소를 닮았다 하여 생겼다는 이야기도 있다. 소는 껍질부터 뼈까지 온 몸을 던져 사람을 이롭게 하기 때문이다. 소나무의 쓰임새도 마찬가지이다.
5월 중순 샛노란 솔꽃으로 송화 다식을 만들어 다양한 잔칫상에 올리고, 송화와 꿀을 탄 송화밀수는 피로회복에 그만이다. 소나무 속껍질을 삶아서 쌀가루와 섞으면 송기송편이 되고, 추석날 먹는 송편은 솔잎으로 찐 떡이어서 붙은 이름이다. 마른 솔방울은 가스가 없던 시절 불씨를 만들기도 했다. 송진으로 약재를 삼고 오래된 송진은 호박(琥珀)이나 밀화(蜜花)란 이름으로 품위 있는 보석이 된다.
뿌리는 약초가 되고 소나무는 가구를 만든다. 특히 우리나라 토종으로 붉은 빛이 감도는 적송은 한옥을 짓는 데 최고의 목재가 된다. 소나무 기운을 받고 자라는 자생 송이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웰빙 식재료이다. 솔잎으로 송순주를 담그고 차도 만든다. 특히 솔차는 옛부터 불로장생의 선약으로 전해온다.
[본초강목]에서는 "솔잎차를 먹으면 기가 생성되고 이가 튼튼해진다. 또 눈, 귀가 밝아지며 종기를 다스린다. 오래 먹으면 몸이 경쾌하고 늙지 않는다. 특히 중풍, 심장병, 뇌졸중에 좋다"고 했다. 최근에는 솔차를 마시고 혈압을 고친 사례도 흔히 들을 수 있다. 현대과학에서 밝혀낸 솔잎 성분은 비타민 A와 C 그리고 엽록소 등이다.
소나무 스치는 바람마저 향기롭다
경북 봉화에 있는 안동 김씨 정헌공파 해헌 종가의 종손 김의동씨는 17년째 솔잎으로 생식을 하고 있었다. 심장병을 고치기 위해 시작한 생식은 율무, 현미, 검정콩, 찹쌀, 멥쌀, 수수를 씻어 말려서 가루로 만든다. 그리고 춘분과 추분에 따서 말린 솔잎을 가루로 만든 뒤 함께 섞어 하루에 세 번 생수에 타서 마시는 것이 식사다. 70세가 넘은 종손의 몸에 군살이 전혀 없고 얼굴에는 검버섯 하나 없이 신선의 모습이었다. 생식 이후 감기나 몸살 같은 잔병은 한번도 앓아본 일이 없다고 했다. 솔잎의 효력에 감탄이 절로 났다.
옛 선비들은 소나무에 다섯 가지 아름다움이 있다고 노래했다. 사철 푸른색을 지닌 상록(常綠)과 수려한 자태인 려자(麗姿)를 말하고, 달빛에 드리운 소나무 그림자는 월영(月影)이라 했다. 솔잎에 스치는 바람 소리를 풍성(風聲)이라 했고, 소나무의 백미로 치는 향기를 송향(松香)이라 했다. 소나무는 적송(赤松), 육송(陸松), 백송(白松), 낙엽송(落葉松) 등이 있는데 차를 만들 때는 전통 소나무 적송이 좋다.
충북 보은군 외속리에 있는 보성 선씨 영흥공 종가에서 맛본 솔차는 향이 은은했고 알코올기도 조금 있었지만 잠잘 때 한잔 마시고 나면 피로가 싹 가신다.
[솔잎차 즐기기]
솔순차 만들기
재료: 솔순, 설탕시럽
1. 4월 25일쯤이면 솔순이 손가락 마디만큼 자라는데, 이 때 딴다.
2. 흐르는 물에 살짝 헹군 다음 물기를 없앤다.
3. 물 1컵과 설탕 1컵을 끓이다가 시럽이 1컵 정도 되면 불을 끈다.
시럽을 식혀서 솔순이 넉넉하게 잠길 만큼 시럽을 부어 20일 정도 숙성시킨다.
4. 숙성시킨 솔순은 건져내지 말고 그대로 냉장고에 보관한다.
5. 물 150밀리리터 1컵에 솔순 2개와 즙 1찻술을 넣는다.
단맛을 더 내려면 꿀을 타 마신다.
부드러운 솔순을 그대로 씹으면 입안 가득 솔향이 퍼진다.
6. 여름에는 얼음을 넣어 차게 마시면 풋풋한 솔향을 즐길 수 있고,
뜨거운 물에 타 마시면 오랫동안 솔향이 가슴에 남는다.
솔잎차 만들기
재료: 솔가지 2킬로그램, 설탕 1킬로그램, 생수 3리터
1. 솔잎이 달린 햇솔을 가지째 준비한다.
길면 잘라서 용기에 쉽게 들어가도록 한다.
2. 깨끗이 씻은 솔가지를 채반에 건져 물기를 거둔다.
3. 옹기 항아리에 물기 없앤 솔잎을 5센티미터 정도 놓고
위에 설탕 한 켜를 뿌리며 켜켜이 담아 그늘에 3일 정도 두면 솔잎이 설탕에 절여진다.
4. 생수를 끓인 다음 뜨거울 때 항아리에 붓고 돌로 눌러둔다.
5. 뜨거운 물에 솔잎은 갈색으로 변한다.
6. 김이 빠져나갔다 싶으면 뚜껑을 덮어 한 달 정도 숙성을 시킨다.
5일에 한 번 정도 솔잎을 뒤섞어줘야 솔향과 맛이 충분히 빠져 나온다.
7. 숙성 후 솔은 건져내고 솔즙은 냉장고에 보관한다.
8. 마실 때는 알맞게 물을 섞고 꿀을 타서 맛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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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 신기하네요. 지난 번에 진달래차에 대한 글 올려 주신 날 저흰 진달래 꽃 따왔다고 정보에 감사해했는데, 오늘 햇솔을 한~포대 따왔구만 또 고맙게도 솔잎차 만드는 방법을 올려 주셨네요. 님과는 텔레파시가 통하는가 봐요. 저흰 효소를 만드려구요. 암튼 감사합니다.
차 중에 솔잎 차가 젤루 좋았고 좋습니다. 한데? 끓는 물을 붓는 이유를 아시나요?
끓는 물을 붓는 이유는...그렇게 하면 송진이 위로 뜬대요. 송진은 몸 속 혈관을 막히게 한다네요. 위로 뜬 송진은 당연히 걷어내야 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