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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가꾸기’는 이렇게
굳이 에리히 프롬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사랑은 기술’이다. 예전의 자선과 구제를 넘어 새로운 형태의 섬김과 나눔의 노하우는 없을까? 지역을 섬기는 여러 교회의 사례를 통하여 지역사랑의 최근의 동향과 앞으로의 과제를 모색해 본다. <교회와 함께하는 지역가꾸기 특별취재반>
샘터교회 - 꿈의 도서관
부산 샘터교회(안중덕 목사)는 8년 전 교회의 창립과 더불어 교육과 문화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삶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해 주기 위해 ‘샘터교육문화원’을 설립했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필요와 요구를 파악하여 선교적 성격을 띤 프로그램이 아닌 순수하게 그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교육과 문화에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좋은 반응을 얻게 되었다. 안목사는 이를 기반으로 어린이전용도서관인 ‘샘터꿈의도서관’을 2001년 7월 개관했다. 당시에 부산에는 어린이전문도서관이 전혀 없었고 사회적으로도 독서인식과 환경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어서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 도서관이 교회와 지역을 연결하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안 목사는 유아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독서교육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하여 바람직한 독서문화와 환경을 창출하고 확장시켜 오고 있다. 샘터교회의 독서프로그램은 그동안 지방일간지와 교계 언론매체 등을 통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여름과 겨울에 방학 중 열리는 독서교육축제에는 부산 경남 지역은 물론 서울과 광주 등지에서 찾아오는 참가자들도 있다. 독서캠프, 독서학교, 청소년 리딩스쿨, 학부모를 위한 독서교육세미나, 작가와의 만남, 책과 만나는 산책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다니엘독서대학을 통해 전국에 배출된 독서지도사만도 2천여명에 이르고 독서치료사도 키워내고 있다. 그는 ‘독서 프로그램을 직접적 선교의 수단으로 삼지 않습니다. 종교 서적만을 고집하지도 않고요. 세상의 좋은 책들을 읽고 토론합니다. 나이가 어려도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어 주입식 교육, 논술요령 교육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교회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단지 교인들만을 위해 쓰는 것은 성경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교회는 공간과 입지와 재원이라는 훌륭한 자원을 갖추고 있는 만큼 지역사회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독일 유학파인 그는 고신대 등에 출강 독서지도론을 강의하며 영향력 있는 교회지도자를 양육하고 있다. 샘터꿈의도서관은 현재 약 만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는 민간인이 설립한 어린이전문도서관으로는 국내최대 규모이다. 이렇게 샘터교회는 적은 규모의 교회라도 전문적이고 특성화된 사역을 통해 지역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새롬교회 - 마을만들기
부천의 대표적인 슬럼가에 위치한 새롬교회(이원돈목사)는1986년 설립과 동시에 무주택 맞벌이 가정의 아동을 우선적으로 돌아보는 유아원, 어린이집 사업을 먼저 하였다. 당시 이 지역에서 새롬어린이집은 종일탁아를 했던 최초의 보육기관이었다. 1989년에는 주민도서관의 역할을 하는 약대글방을 열고, 1990년에는 부천 최초로 방과 후 어린이공부방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1996년에는 새롬어린이집과 공부방이 재단법인으로 등록 정부지원시설로 현재의 건물을 신축하였다. 이년 뒤에 IMF구제금융으로 인한 결식아동들의 증가에 맞춰 급식시설인 새롬신나는집을 개소하였다. 2000년에는 새롬가정지원센터로 이들을 통합 운영하였다. 이렇게 지역 아이들의 보육과 탁아를 중심으로 한 선교를 하다가 ‘약대동 마을만들기’를 교회의 주요사업으로 구상하게 되었는데 이는 당시 사회이슈가 되었던 교실붕괴, 학교붕괴 그리고 가정해체의 가속화에 따른 고민의 산물이었다. 돈만 벌면 어제든지 떠나려는 주민들을 보면서 이 마을을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지 않고는 교회도 없다는 절박한 마음에서다. 그런 지역활동을 통하여 약대동 같은 서민지역이 오히려 교육과 복지뿐이 아니라 환경, 교육, 복지 친화적인 마을만들기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새로운 가능성에 눈뜨게 되었다. 이는 부천의 자매도시인 가와사키시모델에서 배운 것으로 교회 선교의 방향이 자연스럽게 교회에서 마을 전체로 넓어지게 되었다. 지역자치센터를 중심으로 한 교육 즉 평생교육의 시대가 열리리라 보고 그간 가정지원센터에서 해왔던 아동을 중심으로 한 교육에서 주민들을 위한 평생교육으로 선교의 영역을 넓혀 나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지역의 여러 단체들과 함께해서 만든 것이 어린이마을학교다. 이곳을 통해 ‘약대마을지도’가 만들어졌고, 꽃밭과 꽃길 만들기, 벽화그리기와 ‘다 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행사 등으로 이어졌다. 15년 전 척박한 땅에 희망의 둥지를 튼 그때 그 열심을 가지고 벌이는 ‘약대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하여 서서히 변화될 마을의 모습과 그 속에서 행복하게 삶을 꾸려가는 교회와 교인들의 모습을 그려본다는 이목사는 ‘늘 우리가 어린아이들이랑 희망이 필요한 사람들이랑 함께 한다는 것, 교회로서는 꼭 필요한 자리에 주민과 함께 있다는 것이 늘 기쁘고 보람되다’고 말하는 그의 ‘최종 목표는 가정해체와 교육붕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저소득층 지역의 가정을 지원하고 지지하는 가정지원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이다.’
온천교회 - 사랑의 집고치기
60년 전통의 부산 온천교회(안용운목사)는 한국의 많은 교회가 그렇듯이 교회유치원, 노인대학의 운영, 가난한 이웃에 대한 단순한 구제로 만족하며 지역사회에 소극적인 봉사를 해 왔다. 그러나 2006년부터 지역사회를 적극적으로 섬기기로 하고 사회복지위원회 조직을 강화하여 복지사 자격증을 가진 전담간사를 직원으로 채용하는 용단을 내렸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지역사회봉사를 더욱 전문화, 상설화하게 되었고, 온천1,2동의 가난하고 늙고 병들고 소외된 이웃들을 가가호호 방문하여 그들의 필요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게 되었다. 저소득가정 생계비지원은 물론 밑반찬제공, 거동불편자 병원 동행 및 목욕, 이·미용 봉사, 독거노인 말벗되어주기, 불량주거환경가정 청소와 방역 및 생필품 지원, 지역병원연계 무료진료 및 의료봉사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별도의 사회복지위원회 사무실을 마련하고, 봉사차량과 자원봉사팀을 따로 구성하여 상시 봉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게 하였다. 2007년 봄에는 새들백교회의 탁월한 프로그램인 “공동체를 세우는 40일 캠페인”을 진행하며, 지역사회공동체 세우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주거환경이 아주 열악한 역내 가정들을 선정 ‘사랑의 집고치기’ 사업을 전개하였다. 주민센터의 사회복지사와 통장들이 추천한 대상 가정을 교회 사회복지위원회 소속 달란트사역팀이 수차례의 현장답사를 거쳐 상반기에는 19가정, 하반기에는 9가정의 집을 수리해 주었다. 올해에도 4가정을 선정하되 거의 폐허가 된 한 나홀로어르신의 집을 1주간 동안 집중적으로 수리하는 등 좀 더 질적으로 개선된 봉사활동을 펼쳐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사업의 성공으로 지역에서 교회의 이미지는 더욱 좋아졌다. 주민센터 직원들과 통장들도 깊은 감동을 받게 되었고 이분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지역사회봉사활동이 더욱 순항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고친 집에서 동장, 통장 등 동네 사람들과 봉사자들이 함께한 집들이행사는 이웃으로 사랑 가운데 하나 되는 진한감동의 현장이었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의 집고치기’를 통해 직접 혜택을 입은 가정 중 6가정이 전도에 대한 강조가 없었음에도, 자발적으로 교회에 오게되었다는 사실이다. 비가 새고 금방이라도 내려않을 것 같은 집을 1주간의 봉사활동으로 새 집 같은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된 한 나홀로어르신은 ‘교회 근처에서 50여년을 교회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살며, 교회를 위해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었는데, 이렇게 집을 고쳐주니 뭐라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 은혜를 살아가며 갚아야 하겠는데, 내가 교회에 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길’ 같다며 교회에 출석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다.
지역가꾸기의 과제
교회미래학자 이성희목사는 ‘사회변동과 교회환경의 변화로 목회 패러다임의 변혁(paradigm shift)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기존의 목회패러다임들은 급격한 사회의 변화에 적응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신입교인이 줄어들고 교회는 장기적 침체기 또는 쇠퇴기로 접어들었다’며 교회를 바꾸어야할 이유 중에 하나로 ‘교회의 관심이 교회자체의 성장보다는 사회에 대한 교회의 사명을 높여가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지적한바 있다. 문제는 어떻게 섬기느냐의 방법론적인 문제일 것이다. 우리교회는 어떤 사역을 해야 할까? 물론 정답은 없다. 지역의 필요에 교회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자선과 구제활동으로부터 복지법인을 통한 전문사역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역이 공존 중이다. 우리는 난세의 미국, 희망아이콘으로 떠오른 오바마의 오늘이 있게 한 계기가 시카고 흑인빈민지역에서의 조직가로 교회연합운동에서 거둔 일련의 ‘지역가꾸기운동’의 성과였음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거버넌스- 협치행정이란 말이 유행이다. 관(官)과 민(民)이 함께 만들어가는 행정을 말한다. 교회야말로 이제 우리 동네로부터 지역주민과 함께 ‘지역가꾸기’를 통하여 교회 밖으로 선교적 지평을 넓혀야 한다. ‘지역가꾸기’는 이웃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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