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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8월 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간의 일정으로 한국의 강을 둘러보았던 독일의 세계적인 하천전문가 베른하르트 교수.
그는 70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불볕더위를 헤치고, 4대강 삽질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는 한강과 낙동강을 '4대강 현장조사단'과 함께 둘러보았습니다. 그는 파괴된 현장을 둘러볼 때면 '언빌리버블'을 연발했고, 내성천의 아름다운 모래를 볼 때면 '판타스틱'을 외쳤습니다. 그렇게 현제 한국의 강이 처한 현실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그가, 18일 4대강사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발표했습니다. ▲ 합천보 현장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베른하르트 교수 18일 국회에서 열린 '4대강사업 홍수 및 재해 안전성 진단 국제심포지엄'에서 그는 한국의 아름다운 강이 지난 시절 독일과 유럽이 저질렀던 잘못을 그대로 반복하며 파괴되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날 그가 발표한 그 발표문에 그의 안타까움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절절한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한국의 강과 생명들에 대한 그의 기원을 함께 공유해봅니다. 그가 낙동강 현장을 돌아봤던 현장 사진을 함께 보면서 외국인이 그가 우리 강이 망가져 가는 것에 얼마나 큰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 둔치에 과수나무를 심어, 말라 죽은 것을 보고 어이없어 하는 베른하르트 교수. 합천보 건설현장 앞에서 그가 내뱉었던 말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4대강사업은 바벨탑 이후 가장 어리석은 짓이다"는 그의 일침이 말입니다. - 필자 ‘한국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견해 4대강 사업, 긍정에서 부정으로 존경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 여러분 앞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저의 견해를 말씀드릴 기회를 갖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한국을 방문한 손님의 한 사람으로서 이와 같은 중요한 자리에서 조언을 드린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힘든 일임에 분명합니다.
강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저는 오랫동안 세계의 많은 국가들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주로 순수한 기술적인 계획을 자문했지만, 점차 토목사업이 초래하는 생태적인 결과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 펄펄 살아있는 내성천(위). 그러나 위와 같은 모습도 아래 사진에서 펼쳐지고 있는 영주댐 건설로 사라지고 말 모습입니다 여러분들의 나라에서 녹색 뉴딜(Green New Deal)과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놀라움과 함께 호의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유엔환경계획(UNEP)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얘길 들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업계획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유엔환경계획(UNEP)의 관련 보고서를 읽고 4대강 사업계획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알고자 했던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4대강 사진과 인공위성 사진을 살펴볼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점차 이 사업계획을 하천복원으로 이해해야 할지 의구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 4대강사업의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는 베른하르트 교수(위), 영강의 하상유지공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습니다(아래) 2010년 12월 독일 니더알트아이히(Niederalteich)에서 열린 다뉴브강 국제심포지엄에서는 이미 한국을 방문했던 전문가로부터 이 사업에 대해 좀더 상세한 정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는 모든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4대강사업은 하천복원도 하천정비도 이닌, 운하건설 계획의 일환 4대강 사업은 하천복원이 아닐 뿐만 아니라 하천정비로도 분류할 수 없는 사업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이 사업은 연쇄적인 대형 보 건설 계획으로 볼 때 매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전통적인 운하건설계획과 유사합니다. 자연에 가깝던 살아있는 강들이 정체 수역으로 바뀌면서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생명력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 역행침식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베른하르트 교수 특히 저를 놀라게 했던 것은, 4대강 사업의 모델이 독일의 마인-다뉴브 운하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인-다뉴브 운하 건설은 독일 역사에서 가장 비경제적이고 어리석은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독일 라인강에서 홍수를 예방하고 수변 숲을 보호하기 위해 보 건설을 중단한 것은 1980년대 초부터입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프랑스와 협약까지 맺었던 칼스루헤(Karlsruhe) 남부의 나우/노이부르크(Au/Neuburg) 보 건설이 포기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독일과 유럽은 운하를 폐기 오스트리아 빈(Wien)의 동쪽 하인부르크(Hainburg) 인근에 건설할 예정이던 보 건설계획도 10년간의 격렬한 논쟁 끝에 폐기되었습니다. 1996년에는 이 아름다운 강 주변에 다뉴브강 수변 국립공원(Nationalpark-Donauauen)이 조성되어 시민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는 곳으로 탈바꿈했습니다.
▲ 자연의 강이 인공의 강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 베른하르트 교수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미 첫삽을 떴던 헝가리 부다페스트 북쪽 다뉴브강 구간의 나기마로스(Nagymaros) 보도 완공되지 못했으며, 2002년에는 독일 바이에른 주 이사르 강 합류부 아래에 건설할 예정이던 보 역시 독일 연방의회의 결정에 따라 건설이 중단되었습니다. 저는 이 모든 프로젝트에 깊숙이 참여한 적이 있기 때문에 오늘 열리게 될 국제심포지엄에서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우리가 새로운 사고를 하기 시작했으며, 사고의 전환은 또한 법률에도 반영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럽연합의 물 관리 지침(Water Framework Directive)은 매우 중요한 법안입니다. 이 지침은 강의 현재 조건과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어떠한 계획도 실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담고 있습니다.
▲ 자연의 강이 삽질로 인공의 수로로 급격히 변해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의 물 관리 지침은 또한 수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 현재의 상태를 개선하는 조치들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 회유성 어종인 연어의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프랑스의 루아르(Loire) 강 유역에서는 보 2개가 폭파되어 완전히 제거되었습니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이러한 절차들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강의 복원은 자연에 가까운 상태로 되돌리는 것 결국 핵심은 “강의 복원은 현재의 상태를 개선하고 강 생태계를 자연에 가까운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의 강들은 많은 구간에서 아름다운 경관과 자연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처럼 자연적인 강들을 어떻게 복원하려 하는 것입니까? 유감스럽게도 독일이 이미 경험했듯이 보 건설과 준설은 강을 파괴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뿐입니다.
▲ 그러나 여전히 아름다운 내성천과 병산서원 앞의 낙동강. 삽질이 뻗치지 않은 곳은 이렇게 아름답습니다. 한국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여러분들은 왜 20세기 중반의 지식수준을 한국의 강에 적용하려는 것입니까? 여러분들은 우리가 저질렀던 잘못을 반복하지 않아야 하며, 강에 최신의 지식을 적용해야 합니다.
▲ 철새 천국 해평습지가 망가진 모습을 보고 망연자실 하고 있는 베른하르트 교수 유렵의 잘못 반복하지 말고, 4대강사업 지금이라도 당장 중단해야 그러므로 가능한 한 빨리 4대강 사업을 중단하십시오. 그리고 아직 파괴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들을 구하기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토론을 시작하십시오. 이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된 강들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 진지한 논쟁이 필요합니다. 보 건설이 가져올 결과가 어떤 것인지 저는 언제든지 여러분들에게 밝힐 용의가 있습니다.
Prof. Dr.-Ing. habil. Hans Helmut Bernhart, University of Karlsruhe 독일 칼스루헤 대학 한스 헬무트 베른하르트 교수 H. H. Bernhart, 18. 08. 2011
▲ 국회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는 베른하르트 교수 8/18 (목) 베른하르트 전 칼스루에 공대 교수 - 4대강 점검 소감 (출처: 손석희의 시선집중 http://www.imbc.com/broad/radio/fm/look/interview/) ☎ 손석희 / 진행 : 뉴스포커스를 진행하겠습니다. 홍수예방 및 하천관리 분야에서 국제적 명성이 높은 독일의 베른하르트(Hans Helmut Bernhart) 전 칼스루에 공대 교수가 한국을 찾았습니다. 정부가 진행중인 4대강 사업구간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서인데, 지난 12일부터 나흘간 남한강과 낙동강 사업구간을 돌아봤습니다. 베른하르트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4대강 국민소송단의 한강소송 증인으로 신청이 되었으나 법원에서 증인신청이 기각된 바 있었습니다. 혹시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들으셨는지요? 또한 납득할 만한 이유였는지 궁금합니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재판부가 전문가들의 진실된 발언을 듣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혹시 국민소송단이 4대강에 적극 반대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한쪽 의견만 편을 들어서 제시할 것이란 판단을 재판부에서 한 것은 아닐까요? ☎ 베른하르트 / 전 교수 : 저는 하천 정비 사업의 전문갑니다. 다른 편향된 입장을 변호하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은 아닙니다. ☎ 손석희 / 진행 : 지난 11일에 입국해서 12일에 남한강 조사를 시작해서 15일까지 낙동강 조사를 마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공사현장을 돌아본 느낌이 어떤지 궁금하네요. ☎ 베른하르트 / 전 교수 : 충분하게 조사를 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관찰한 바로는 이 사업은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손석희 / 진행 : 그 설명을 듣기전에, 날짜를 보면 4일을 둘러본 셈인데, 4일은 너무 짧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 베른하르트 / 전 교수 : 4일이 짧은 건 사실이지만 공사 현장을 둘러본 결과, 준설을 하고 습지를 파괴하며 재방을 형성하는 모습을 보면 유럽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사업이란 걸 충분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꼈나요?
☎ 베른하르트 / 전 교수 : 여러 가지 말씀드릴 수 있겠지만 낙동강에 있는 귀중한 백사장이나 여러 습지가 파괴된 사실만으로도 강을 살리는 사업이 아니라 좋은 상태의 강을 파괴하는 사업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덧붙여 얘기하자면 모든 구간에서 준설이 이뤄지고 있고 강 주변에 재방이 획일적으로 콘크리트 같은 인공적인 물질로 조성돼 있는 것은 이곳 학계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정부는 ‘치수’ 즉 ‘홍수예방’을 위해 4대강을 정비한다고 밝히고 있고, 덧붙어 침수공간 확보, 친환경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것인데 말씀한 바대로라면 그 목적은 이루기 힘들다는 것인가요? ☎ 베른하르트 / 전 교수 : 강 을 4미터 이상 깊게 준설하면 수위가 일시적으로 내려가는 건 사실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지류로부터 많은 토사가 유입되기 때문에 다시 쌓입니다, 준설을 통해 홍수를 예방한다는 것은 현재에 와서는 불가능한 방법으로 생각이 되고 있습니다. 준설을 통해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재퇴적이 되기 때문인데요. 결국은 준설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준설을 통해 물의 흐름이 빨라져서 강이 직선화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준설은 계속해서 돼야 하는 상황인 것 같은데요. ‘네버 엔딩 스토리’란 말처럼. 어떤 강이든 유지를 위해 준설은 필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치수를 위한 예산이란 측면에서 어느 강이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 베른하르트 / 전 교수 : 강바닥에는 수많은 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준설은 결국 생물을 파괴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선 준설을 통해 홍수예방을 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재방을 뒤로 물려서 강에 더 많은 공간을 주는 방식을 쓰지 준설을 하는 방법을 쓰진 않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보를 건설함으로 인해 오히려 홍수위가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베른하르트 / 전 교수 : 보를 건설하게 되면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이미 물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수위가 더 올라가고 유속이 빨라집니다. 유속이 빨라지면 보를 만든 상류보다 하류에서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보를 통해 물을 가둬두는데 유속이 빨라질 이유가 있나요? ☎ 베른하르트 / 전 교수 : 네. 보가 있는 지역이나 아래 지역은 보를 만들 때 자연적으로 있는 다양한 형태를 없애 버리고 단조로운 형태로 만들기 때문에 실제로 물이 똑같은 속도로 흐를 때 과거보다 더 빨라지게 됩니다. 오늘 국회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에서 라인강의 사례를 가지고 더 자세히 설명할 예정입니다 ☎ 손석희 / 진행 : 한국정부는 라인강 마인강 도나우강의 사례를 4대강의 모델로 제시했습니다. 베른하르트 교수께서 라인강을 성공사례로 평가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베른하르트 / 전 교수 : 역 사적인 과정을 살펴보면 독일과 유럽의 사례에 대해서 한국정부가 굉장한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라인강은 23년부터 70년까지 하천정비가 이뤄졌는데 과거에는 성공적인 것으로 잠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홍수를 야기하고 생태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더 이상 그런 방식이 홍수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고한 생각으로 갖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면 라인강, 마인강, 도나우강을 모델로 삼은 것은 50년 전 혹은 그 이전의 기술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최근 기술 발전 추세로 보면 전혀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라인강의 경우 재자연화 공사 중이라고 들었는데 어떤 공사입니까 ☎ 베른하르트 / 전 교수 : 법 령으로 지정된 유럽의 물 관리 지침에 의한 것입니다. 이 법령은 유럽의 회원국들은 훼손되어 있는 하천을 양호한 상태로 개선해야 하고, 반대로 좋은 상태의 강을 안 좋게 만들면 안 된다는 방침입니다. 라인강도 훼손된 부분에 대해 개선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4대강 본류사업 전체의 공정률이 7월말 현재 86%라고 합니다. 되돌리기엔 너무 늦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렇다면 지금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제 가 너무 늦게 한국을 방문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86%가 아니라 거의 완공에 가까운 상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파괴되고 지금 무엇을 구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는데요. 일단 보가 완성된다고 하더라도 물을 채우지 않고 물이 그냥 흐르게 두는 것이 먼저일 겁니다. 그리고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측과 함께 편견 없이 토론을 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4대강을 위해 좋은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