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여성시대 개막식을 보고 느낀 점
“따르릉”
며칠 전 여성시대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여보세요!”
“예, 여기는 여성시대입니다. 서른살 행사에 오실 수 있나 해서요?”
“예, 양심 콘서트에서 초대장 왔습니다. 그 때 가볼까 합니다만…….”
“혹, 시간이 되시면 개막식에 오셨으면 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친히 전화까지 주셨는데 그럼 열일 제쳐두고 개막식에 참석하겠습니다.”
“그럼 개막식 날 뵐게요. 안녕히 계세요.”
여성시대에 네 번이나 방송이 된 답례인사로 전화를 주신 거겠거니 하고 저는 마냥 들떠있었습니다. 제 생각으론 아마도 청취자들 대표로 개막식 테이프 커팅에 뽑힌거겠거니 하고 생각을 한 것입니다.
아내와 저는 모처럼 오붓하게 타지 않던 지하철도 타고 삼성역 컨벤션홀에 도착했습니다.
개막식 행사가 40분이나 남았는데도 벌써 청취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더군요. 대충 보아도 약 2천여 명은 되는 듯싶었습니다.
이윽고 개막식 테이프가 끊기는 데 청취자들 몫은 하나도 없더군요. 그동안 방송을 진행해 오신 임국희님, 이종환님, 전유성님이 차례로 보였습니다. 가까이서 뵙게 되니 꿈만 같았습니다. 특히 양희은님 송승환님을 옆에서 뵐 수 있다는 사실 특히, 역사를 쓰는 이 공간에 같이 서 있다는 사실이 저를 흥분시켰습니다.
이윽고, 개막식 테이프 커팅이 끝나고 사람들은 저마다 빨리 입장을 하려고 난리를 피우는데 젊은 피디님의 아름다운 질서유지의 방송으로 소란스런 입장은 정돈되었습니다.
개막식장에 입장을 하고보니 아뿔싸. 이미 자리는 매진이 되었고 우리들은 밖에 서서 지켜봐야했습니다. 옆에 차려놓았던 음식들은 회의 중간에 다 빼내더군요. 예상인원보다 훨씬 많이 모여든 여성시대 청취자들 때문에 그러기도 했을 테지만 지켜보는 마음은 참 씁쓸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자리라도 장점 보다는 단점이 더 오래도록 기억이 되는 것이 바로 이런 공개 현장입니다.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차후 다시 이런 모임을 하게 되면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첫째, 서른 살 여성시대 행사 안내방송입니다.
제 생각으론 약 3달 전부터 선전을 하기 시작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거창한 행사이기에 저토록 선전을 하는가 하고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똑같은 멘트가 하루에 2분씩만 나갔다 하더라도 3달이면 엄청난 시간을 투자한 셈입니다. 그럼 그 광고에 못지않게 개막식이 철저하게 준비되었나 생각해보면 실망스럽단 이야기입니다.
둘, 전화 초대에 관한 내용입니다.
아무한테나 무작위로 전화초대를 하지는 않았으리라고 봅니다. 적어도 개막식 커팅이라면 vip고객이나 청취자들이나 다 일심동체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방법은 신춘편지쇼 입선자들이나, 혹은 무작위로 추첨을 미리해서 초대권을 드렸으면 했고, 일반인 입장전 적어도 30분전에는 개막식컷팅을 먼저 끝내고 오시는 순서대로 개막식장으로 안내를 했어야 옳았습니다. 수천 명이 몰릴 줄 뻔히 알면서도 엉성하게 진행 했다는 것은 방송국이 하는 행사치고는 너무 엉성했단 이야기입니다.
셋, 개막식장 내부 테이블입니다.
이백 여명이 고작 앉을 수 있는 파티용 테이블을 가져다 놓고 수천 명을 석 달 전부터 초대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차라리 무료 입장객을 50%정도 뽑고 나머지 50%는 유료초대권을 추첨을 통해 미리 배부한 다음 행사를 진행했더라면, 정말 우아하면서도 아름다운 생일 파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전화까지 해서 초대해 놓고 한쪽 구석에 서서 구경이나 하라는 식의 초대는 하지 말았어야 옳았습니다.
넷, 알뜰가게의 문제입니다.
수만 점의 상품들이 즐비하다는 광고를 보고 큰 가방까지 가지고 가서 정말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사야되겠다라고 생각을 했습니다만, 많이 부족하더군요.
전화상의 인터뷰 때는 모 양말업체에서 수천켤레의 양말을 지원해준걸로 아는데 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제가 자세히 보지 못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기대 이하였습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아낌없이 사주시는 훈훈한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다섯, 손숙, 김승현님을 모시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타 방송과의 알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을 합니다만, 이렇게 큰 경사에 여성시대에서 적어도 십년이상씩 혼신의 힘을 다해 이끌어 오신 두 분을 소외시켰다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대목입니다. 양희은 송승환님께서 할 수없는 윗분들의 의견이 개진된 사유에서였다면 어쩔 수 없었겠지만, 청취자들로서는 어딘지 이가 빠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글을 읽는 내내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방송에 나오는 내용은 겉으로 보여지는 일부분임을 알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동안에 많은 문제들을 끄집어내야 하는 직업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압니다.
제 생각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 사료됩니다. 이건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이제는 장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 제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많은 분들을 모두 보았다는 것이 정말 좋습니다. 제가 8살 때부터 라디오를 진행해 오신 임국희님은 오랜 제 팬이어었습니다. 그 낭랑한 목소리가 여전히 변함없다는 데에 전 감동했습니다. 임국희님께서 다시 방송진행자에 복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성시대 말고 다른 프로에 말입니다. 그리고 이종환님을 직접 뵈어서 너무 영광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를 들으며 자란 세대입니다. 공부를 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자취방에 오는 밤 10시면 어김없이 친구가 되어준 이종환님의 방송은 그야말로 숙성된 녹차맛 그 자체였습니다. 전유성님 또한 반가웠습니다.
둘, 대종상 영화제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비록 자리가 없어서 뒤에 서서 지켜봐야했지만, 환상적인 분위기와 양희은 송승환님의 탁월한 진행솜씨는 대종상 진행보다 더 멋있었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왔음 더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으니까요.
셋, 성의껏 마련해서 준비한 코너코너의 모습들입니다. 비록 시간이 없어 자세히는 볼 수 없었지만 편지 한 장 한 장 정성을 다해 진열해 놓은 것 하며, 역대 내가 처음 보는 라디오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온 소리의 현장을 조목조목 진열해 놓으신 것 또한 보기 드문 체험이었습니다.
여성시대를 사랑하는 관계자 여러분!
이 자리를 빌어 성의껏 서른 살 여성시대를 준비해주신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다시금 축하드립니다.
이미 여성시대의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팬이 아니고서는 이런 글도 쓸 수 없었겠지요.
양심콘서트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그날은 주옥같은 두 분의 목소리의 매력에 흠뻑 취해보고 싶습니다.
양희은님 목소리 아껴주세요. 그 목소리 천년을 더 가지고 가시길 바랍니다. 송승환님도요.
김덕길 올림.
첫댓글 정말 왕 팬이셔요^^ 가운데 고칠 (손숙**ㅆ 모시지 않았다는) 참 이런 행사도 있었고 또한 그 자리에 안 좋은 볼거리도 있었으나 자리하였다는 자체, 그에 추억이 될 것 같고. 이렇게 글을 보내는 것이 의미있고 그만큼 애정이 있으니 .. 생각됩니다. 앞으로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