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은 지난밤 나와의 약속이었던 첫번째 기상 시간, 05시 30분을 어김없이
음악으로 알려주었건만...난 두번째 예약시간이 있음을 핑계로 다시 잠속으로
빠져 결국엔 05시 50분...휴대폰의 두번째 깨움에 일어나 간단한 빵과 물을
챙겨 집을 나섰다.
사실...백화산은 내가 살고 있는 태안읍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산이어서
서둘러 다녀오면 한시간 조금 넘는 산행 시간이 걸리는 산이어서
태안읍에 살고 있는 군민들의 아침 운동 산행지이기도해서 간식거리도 없이
다녀 올 수 있는 시간이지만, 산에서 쉬다...놀다...오는 나의 산행으로는
늦어지는 아침식사를 위해 빵까지 챙기고는 출발!!!
아직은 이른 시간이어서 읍내의 상점들은 문을 열지 않아 조용하기만 읍내를 걸어
산행의 출발지인 대림아파트 뒷편으로 향했다.
휴일의 아침을 열고 있는 부지런한 사람들의 모습과
이미 백화산에서의 아침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사람들의 모습과 마주하며
나도 비록 오랜만이었지만 휴일의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의 무리에
들어감에 흡족해하며 신선한 아침 공기를 욕심껏 마셔본다.
등산로 진입로에 들어서니 시간은 06시 30분...
지난밤 내내 나무들이 만들어 놓았을 맑은 공기와 나무향기와 꽃향기가 어우러진
아침 산의 진한 향기가 맞아준다.
제철을 만난 하얀 찔레꽃 향기에 취할 듯 하다.
지난 봄날에 찾았을때 분홍빛 이쁜 꽃들을 피웠던 복사꽃나무가
이젠 엄지 손톱 크기만큼이나 키운 복숭아들을 자랑스럽게 내보이고 있다.
그 곁에 소나무들은 연두빛 새순을 하늘 향해 맘껏 뽐내듯 틔워 놓고,
아직은 여린 햇솔방울들이 덩치에 맞지 않게 귀엽고 이쁘다.
해송, 소나무, 리기다 소나무, 물오리나무, 노간주나무, 진달래, 졸참나무,
떡갈나무....
한달만에 찾은 백화산의 나무들의 변화라면, 태안군에서 등산로 정비를 한 것인지
나무들마다 파란 이름표를 달고 있는 것이었다.
나무와 이름표를 확인하며 나무이름을 알아가는 재미에 빠져 있는데
어떤 나무는 분명 모습은 소나무인데 "금곡가든"이란 이름표를 떠--어--억 하니
걸고 있다.
그 나무의 별명은 "금곡가든 나무"라고 불러줄까??ㅋㅋㅋㅋ...
풀숲 사이엔 아직 채마르지 않은 이슬을 핑계삼아 나비가 늦잠에 빠져 있었다.
깨워 볼까...하다가 맘을 바꿔 그냥 지나친다.
등산로도 험하지 않고 바위가 있다고 해도 둥글둥글 순한 모습을 하고 있어
매번 백화산을 찾을때마다 느끼는 맘이지만 순한 사람을 만나듯 편안한 맘이 된다.
암자 이름보다는 "태안 마애삼존불"이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암자 "태을암"에
도착했다.
개축중인 태을암은 아직 대웅전만을 완성해 놓고 개축중이다.
절마당에 들어서자 활짝 열려진 대웅전 문으로 부처님이 환하게 맞아 주신다.
문 밖에서나마 두손 합장해서 부처님께 아침 인사를 드리고 시원한 약수물이
가득한 우물과 아쉽게도 문이 닫혀진 마애삼존불이 모셔져 있는 법당을 지나는
길엔 지난 봄날에 붉은 꽃을 피워냈던 동백나무가 푸른 이파리를 마치 정성드려
닦아 놓은듯 반짝거리는 건강한 모습이다.
나무가 싫어할 것을 알면서도 반짝거리는 이파리를 한번 만져본다.
산성의 모습이 조금밖에 남지 않은 백화산성이 보이고,
그 위에 백화산 정상임을 알리는 글이 세겨진 돌이 보인다.
정상에 올랐다.
이미 먼저 올라와 있는 몇몇 사람들이 정상에 오른 기쁨을 아침 운동으로 대신하고 있다.
아쉬움이 있었다면 운동삼아 나무들을 괴롭히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상한 기합과 함께 온몸을 나무에 의지해 운동하는 모습이 나무의 흔들림과 함께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지난밤에 내린 안개가 살짝 개이지 않은 태안읍내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짙은 회색 운무가 맑은 날엔 한눈에 펼져지는 서해바다를 머금어버리고는
서해바다를 대신하여 하늘아래 수평선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구름에 빠져버려 섬이 되어버린 서산에 위치한 산들의 모습이 지리산의 노고단에서 내려다보는 웅장한 모습에 뒤지지 않을만큼이나 아름답고 신비스러웠다.
집에 돌아가 내가 좋아하는 T.V.프로그램 "동물농장"을 보기 위해서는 하산길로
접어 들어야할 시간이기에 하산길로 향했다.
하산길은 "태안군민 체육관"으로....
크고 작은 바위들로 이루어진 하산길엔 백화산이 가진 바위산의 멋진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아무리 바위로 이루어진 길이지만 백화산의 바위들은 또 다시 말을하게
되었지만 둥글둥글하고 모나지 않아 바위에 대한 무서움의 산행길이 아니고
오히려 바위가 다정스럽게만 느껴지는 산행길이다.
내려가다 넓고 편편한 바위가 있어(매번 백화산에 오를때마다 나의 지정 쉼터이다) 아침으로 가져온 빵도 먹고 쉴겸 앉았다.
빵을 먹으며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에 귀를 귀울이는데 뻐꾸기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여러마리가 소리 지르는 듯한 어린 새들 소리가 나를 이끈다.
새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까이 가보니 죽은 소나무 줄기에 구멍을 세개나 뚫어 놓고 그중 한 둥지에 새가 새끼를 낳아 기르는 중이었던 모양이다.
어미는 먹이를 구하러 갔는지 외출중이었고
새끼들은 배가 고프다고 투정중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자연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비장한 맘이 되어 숨어서 둥지의 주인공을
기다리기로 했다.
물론 둥지의 주인은 딱따구리이리라는 짐작은 했지만 직접 보고 싶은 욕심에
한참을 기다렸다.
기다림에 지쳐갈 무렵...
어미인듯한 오색딱따구리가 나타났고, 이미 위에서 사람의 존재를 알았는지 화가
나 있음을 알리는 목소리로 열심히 지저귀며 괜한 나무위에 올라앉아 주둥이로
나무를 거칠게 쪼아대며 새끼를 보호하려는 표현을 했다.
딱따구리가 나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까봐 일어나
다시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맘으로는 딱따구리를 볼 수 있었던 행운에 행복해하며,
좀 더 깊은 숲속도 있는데 하필 등산로 주변에 둥지를 만들어 저토록 가슴 조리며
새끼를 기르는 딱따구리가 걱정이 되며 하산길에 만나는 사람들에겐 들키지 말았으면 하는 욕심장이 같은 바램을 가져보았다.
아침 햇살에 잠이 깬 나비가 어느새 나를 뒤따라 왔는지(??..ㅋㅋㅋ...)
가벼운 날개짓을 하며 나의 곁에서 멀리 가지 않고 날아다닌다.
풀숲에 열심히 줄을 만든 거미는 이미 아침 식사중이다.
백화산을 오를때마다 지나치게 되는 무덤을 또 지나친다.
왜 백화산 중턱에 무덤을 만들었을까..항상 궁금한 무덤에 언제 가져다 놓았던
꽃인지 이미 시들어 말라버려 포장지만이 흰 빛깔을 내고 있다.
그 곁에 청설모가 도망가지 않고 빤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한참을 내려가는데 바위곁으로 무엇인가가 기어간다. 뱀이다!!
내가 놀란만큼 뱀도 놀랐겠지만 뱀은 항상 징그럽고 무섭다.
떨리는 맘을 추스리고나니 요즈음의 산에는 뱀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오른 나를 깨닫는다.
그 다음 하산길은 마치 운전길에 앞을 멀리 넓게 살피듯 등산로를 살피며
내려가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뱀도 사람들을 피하며 살아야하는 번거로움과 위험이 있으리라.
개망초안에 포근하게 들어가 앉아 달콤한 꿀로 아침 식사중인 벌을 바라보며
뱀의 무서움을 잊어버리고 하산길을 재촉했다.
첫댓글 역시 솔바람님이셩 ㅋㅋ...저번주 토일 아침출근길에 인사할려니 가쁘데요 ...아침 안전운전하시고 죤하루
산행코스좀 자세히 알려주세요. 저도 맑은 공기좀 마시러 가고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