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 매운탕을 끓여라! (라디오 FM 103.5 손숙, 김승현 편지쇼! 1월 16일 방송)
제 친구 정숙 이는 저와 단짝인 사회 친구입니다. 제 신랑은 산행을 좋아하고 정숙이 신랑은 낚시를 좋아합니다. 그러는 이유로 인해 정숙이 신랑이 낚시를 가고 제 신랑이 산행을 가는 날이면 우리 두 여자는 꾸어다 준 보릿자루처럼 방바닥만 닦아내곤 했어요.
신랑이 산행에 가버린 휴일 오후, 아이는 친구네 집에 놀러 가고 홀로 남은 저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정숙아 나 영숙이야! 뭐 하니? 우리 신랑 또 산행 갔어!
“어이구 우리 신랑도 낚시가고 없다. 심심하면 놀러와라! 우리 부침개나 부쳐 먹자!”
정숙이가 심심했는지 저를 부릅니다.
한참 정숙 이와 함께 부침개를 부치고 있는데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딩동 딩동”
“누구세요?”
정숙이가 초인종 벨을 누르자 인터폰을 타고 목소리가 울립니다.
“응 나야 여보!”
“당신이야? 어머나? 고기를 이렇게 많이 잡았어?”
정숙이 신랑은 양동이로 가득 붕어를 잡아 온 것입니다.
“어때? 대단하지? 오늘은 붕어들이 입질을 잘 하네. 하하”
정숙이 신랑은 저를 보자 선뜻 물고기 네 마리를 대야에 담아서 내 줍니다.
“영숙씨! 집에 가실 때 가지고 가셔서 신랑 붕어찜 해 주세요!”
“어머나 무슨 붕어가 어른 팔뚝만 해요? 이렇게 귀한 걸주시면 어떡해요?”
“하하 진즉부터 드리려고 했습니다.”
저는 집에 돌아오면서 신랑에게 전화했습니다.
“자기야! 산행 끝나려면 멀었어?”
“아니 왜? 이제 대관령 선자령 정상인데?”
“뭔데?”
신랑은 궁금한지 자꾸 물었습니다.
“응, 자기 좋아하는 붕어찜 해 놓을게! 아 글쎄 정숙이 신랑이 팔뚝만한 붕어를 네 마리나 주셨지 뭐야 호호”
“그래? 알았어! 맛있게 해 놓아야 해!”
저는 최대한 맛있는 붕어찜을 하기 위해 인터넷을 다 뒤져서 열심히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붕어가 아직 살아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큰 붕어를 죽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불렀습니다.
“우진아! 맛있는 붕어찜 해줄게 엄마 부탁 좀 들어줄 수 있겠니?”
“뭔데요 엄마?”
“응, 욕실에 있는 붕어 말인데 네가 좀 잡아줄래?”
“잡아만 주면 돼요?”
“응”
아들은 손으로 붕어를 잡아가지고 왔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고 붕어찜을 해야 하니 붕어를 죽여 달란 말이야!”
“엄마? 지금 저 보고 살생을 하라시는 거예요? 전 못해요!”
“우진아! 네 아빠는 네 나이 때 개도 잡았다던데 왜 그러니 응? 얼른 해줘 아빠 오시기 전에 요리를 해야 하거든.”
결국 저와 아들은 붕어를 죽이지 못해 찌개를 끓이지 못했습니다. 저녁이 되어서 신랑이 돌아왔습니다.
“붕어찜 해 놓았어?”
“저기 그게 말이야. 그러니깐 두루 아들이 살생을 못하겠다고 해서......”
“그래서 안 끓였단 말이야?”
“응, 미안해 여보! 당신이 붕어를 죽여줘요.”
신랑은 욕실 문을 열었습니다. 생각보다 매우 큰 붕어를 보더니 기가 죽었는지 다시 욕실 문을 닫습니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을 합니다.
“자기야! 정숙이 신랑한테 와서 붕어 좀 죽여 달라 해! 난 도저히 못하겠어!”
나와 아들은 신랑의 표정을 보며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습니다.
“아니 당신 왜 그래? 호호호, 아니 어릴 때 개도 잡았다면서? 그까짓 거 붕어 하나 못 잡는단 말이야? 호호호”
신랑은 드디어 열이 받았는지 냉장고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소주 한 병을 꺼냈습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아니 당신! 열 받아서 소주 마시려고 그러는 거야?”
“하하 아냐! 소주를 붕어에게 먹이려고 그래! 취하면 저것들이 기절하던지 할 거 아냐 그때 잡으려고”
신랑이 2홉짜리 소주 한 병을 대야에 넣었는데도 붕어는 여전히 팔딱팔딱 헤엄을 쳤습니다. 이번에는 소금을 붓습니다. 제가 또 물었습니다.
“아니 소금은 왜 붓는 거야?”
“민물고기니까 짜면 지들이 못살 거 아냐?”
소금을 물에 타자 붕어들은 쏜살같이 대야를 뛰쳐나와서는 거실바닥에서 난리를 쳤습니다.
우리 세 식구는 그 도망치는 붕어를 잡기 위해 한 시간 동안이나 생 쇼를 다 해야 했습니다. 결국, 붕어는 제 풀에 지쳤는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지금 부엌에서는 구수한 붕어찜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고 있습니다.
첫댓글 아내의 이름으로 아내의 입장에서 쓴 글이었습니다. 붕어가 팔둑만 하니 못 잡겠더이다. 어릴때 개는 제가 어찌 잡았는지 몰라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