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57편
표제의 ‘알다스헷’이란 말은 ‘멸망시키지 마소서’라는 뜻입니다(58,59,75편). 이 시의 배경은 다윗이 사울의 박해를 피하여 쫓겨 다니던 시절, 어느 굴(아둘람 혹은 엔게디)속에서 지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삼상22:1,24:3).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에 억울함을 한 번도 당해보지 아니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6절). 다만 억울함의 깊이가 다를 뿐입니다. 억울함을 당하는 일에는 물질의 손해, 사기, 누명을 쓰는 것, 명예에 손상을 입는 것 등이 있습니다. 3절에 나를 섬기는 자의 비방이란 말은 중상 모해를 당한 인격적인 억울함을 말합니다. 시인은 이 고통이 얼마나 심했던지 사자 중에 처하며 불사르는 자 중에 누워있는 형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비방하는 자의 이는 창살같이 날카롭고 찌르는 고통을 주며 저희 혀는 날카로운 칼 같다고 했습니다(4절). 그리고 6절에 보면 내 걸음을 장해하려고 그물을 예비하였고 웅덩이를 팠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결코 원한을 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자신을 긍휼히 여겨 주시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안전한 피난처를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주의 날개 그늘로 피하는 하나님의 보호와 구원이었습니다.
시 57:1 하나님이여 나를 긍휼히 여기시고 나를 긍휼히 여기소서 내 영혼이 주께로 피하되 주의 날개 그늘 아래서 이 재앙이 지나기까지 피하리이다.
“하나님이여 나를 긍휼히 여기시고 나를 긍휼히 여기소서"란 것은, 힘 있게 말하기 위한 중언체(重言體)이니, 그 얼마나 간절한 기도임을 알 수 있다. 여기 "피한다"는 말이 두 번 있는데, 앞의 것은 완료형으로서 벌써 취한 행동이고, 뒤의 것은 미완료형(未完了形)으로서 앞으로 계속 될 행동을 가리킨다.
"날개 그늘'은 비유니, 성도에게 대한 하나님의 보호가, 암탉이 그 병아리를 품어 보호하는 날개와 같다는 것이다. 독수리가 울 때에 암탉은 그 병아리들을 날개 아래 품어 보호한다(신32:11).
시 57:2 내가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께 부르짖음이여 곧 나를 위하여 모든 것을 이루시는 하나님께로다.
하나님은 지존자(至尊者)이시므로, 그 성도를 위하여 필요한 것은 다 이루어 주실 수 있다. 이 시인이 하나님을 그렇게 안 것은, 하나의 이상(理想)이 아니고 엄연한 사실과 체험에 근거한 신념이다.
시 57:3 저가 하늘에서 보내사 나를 삼키려는 자의 비방에서 나를 구원하실지라(셀라) 하나님이 그 인자와 진리를 보내시리로다.
"저가 하늘에서 보내사". 곧, 하반절의 말씀이 밝힌 것 같이 "인자와 진리"를 보내신다는 뜻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인자하시고 진실하신 구원 행위를 인격화(人格化)하여 말하는 시적 표현이다.
"나를 삼키려는 자의 비방에서 나를 구원하실지라". 이것은, 히브리 원어로 요쉬에니 케렙 쇼아피라고 하는 데, 칼빈(Calvin)은 이 점에 대하여 다른 한 가지 역문(譯文)을 소개 하였으니, 곧 "나를 삼키려는 자에게 부끄러움이 되도록 나를 구원하실지라"라고 한 것이다. 하나님께서 성도를 구원하실 때에는, 그를 해하려던 대적이 자기의 실패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하나님이 그 인자와 진리를 보내시리로다".
하나님께서 성도를 구원하심은, 그 사람의 무슨 공의(功義)를 보시어 그러하심이 아니고, 그를 창세전(創世前)부터 무조건적으로 사랑하시는 자비로써 그리하신다. 그는, 인자에게 그 성도를 사랑하시어 구원하기로 약속(혹은 예정)하시고 또한 그 약속대로 신실히(진리로) 이행하신다.
시 57:4 내 혼이 사자 중에 처하며 내가 불사르는 자 중에 누웠으니 곧 인생 중에라 저희 이는 창과 살이요 저희 혀는 날카로운 칼 같도다.
이 귀절은, 다윗의 대적이 보통 사람이 아니고 "사자"와 같이 잔인무도한 자인 것을 가리킨다. 성도는, 기도 중에 이런 악도들을 걸어서 하나님께 고소할 수 있다. 그러나 선지자가 아닌 우리는, 누가 그런 악도라고 경솔히 판단하지는 말 것이다. "불사르는 자 중에 누웠으니 곧 인생 중에라“는 말씀을 브릭스(Briggs)는 "인생을 삼키는 자 중에 누웠으니"라고 개역(改譯)하였다. 어떤 역문을 취하든지, 그것은 극악자(極惡者)들이 잔인무도하게 성도를 해하는 것을 가리킨다.
시 57:5 하나님이여 주는 하늘 위에 높이 들리시며 주의 영광은 온 세계 위에 높아지기를 원하나이다.
곧, 위에 말한 무서운 원수들의 손에서 구원하실 수 있는 하나님께서 찬송 받으시기를 원한다는 뜻이다.
시 57:6 저희가 내 걸음을 장애하려고 그물을 예비하였으니 내 영혼이 억울하도다 저희가 내 앞에 웅덩이를 팠으나 스스로 그 중에 빠졌도다(셀라).
이 귀절은, 하나님께서 성도를 구원하시는 방법에 대하여 밝혔으니, 결국 성도의 원수들로 하여금 제 꾀에 제가 넘어지도록 하시는 방법이다.
시 57:7 하나님이여 내 마음이 확정되었고 내 마음이 확정되었사오니 내가 노래하고 내가 찬송하리이다.
다윗은, 구원에 대한 확신 때문에 기쁨에 넘쳐 중언체(重言體)로 역설(力說)한다. 그는 찬송을 성심껏 하려 하여, (1) 그의 악기(樂器)로써 이른 아침에 찬송하며, (2) 만민과 열방(列邦)중에서 찬송하려 한다. 하나님과 그의 은혜를 참으로 아는 마음은, 언제나 이렇게 담대히 또는 높이 찬송으로 간증하고자 한다. 하나님과 그의 은혜는 말할 수 없는 보배인데, 이 보배를 발견한 자로서 어찌 기뻐 뛰지 않으며 천하 만민에게 자랑하지 않으랴!
시 57:8 내 영광아 깰지어다.
여기서 ‘영광’(카보드)은 전후 문맥상 ‘영광’ 또는 ‘명예’보다는 ‘영혼’으로 번역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 따라서 본 절은 ‘내 영혼아, 잠을 깨어라’(공동번역)는 말로 이해되어 질 수 있다. 시인은 지금까지 대적들에게 쫓기느라고 가슴 조리며 평안함과 기쁨이 없던 자신에게 이르기를 ‘나의 영혼아, 이제 하나님께서 나를 구원하셨으니 깨어 하나님을 찬송하자’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죽은 소녀를 살리실 때 ‘달리다굼’(소녀야 일어나라) 하셨듯이(막5:41) 오늘날 우리들도 영적으로 곤비하거나 잠자고 있는 자신의 영혼을 분기시키기 위해서 큰 소리로 ‘깰지어다’라고 외쳐야 할 것이다.
비파야, 수금아, 깰지어다.
이는 의인법적 표현으로 비파와 수금을 동원하여 역동적으로 주를 찬양하고픈 시인의 심정을 표현한 것이다.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지녔던 자인 다윗의 이같은 의침은 실로 미래의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그의 확신과 기쁨의 크기와 강렬함을 잘 나타내 준다. 한편 ‘비파’는 양손으로 현을 튕겨서 연주하는 현악기이다. 그리고 ‘수금’은 기타와 유사한 현악기로 대개 6줄 내지 8줄로 이루어져 있다. 시편에는 이스라엘인들이 이러한 악기를 연주하며 함께 어울려 한 목소리로 하나님께 찬양하는 장면이 자주 묘사되어 있다(33:2, 81:2, 92:1-3).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
‘새벽을 깨우다’는 말은 하나님의 구원의 섭리를 기대하노라는 ‘기쁨의 외침’이다 새벽은 어둠이 물러가고 새 날이 밝아오는 하루가 바뀌는 전환기이다. 이처럼 새 날이 시작되는 첫 시간에 하나님을 찬양하겠다는 시인의 다짐은 새 날 곧 하나님의 날을 여호와께 드리겠다는 시인의 헌신의 표현이다. 실로 이는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된 성도들(고후5:17)이 중생 이후 자신에게 새롭게 주어진 새날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마땅한가를 생각게 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심령이 새로워지고 활기를 띄게 하려면 경건한 훈련을 위해 우리는 시간을 내도록 해야 한다. 첫째가 되기를 원하고 가장 좋은 자가 되기를 원하는 자는 첫 시간, 제일 좋은 시간을 하나님과 함께 보내라. 휼륭한 공적 사업과 선한 사업을 하시는 그런 분들도 이따금씩 하나님과 은밀히 보내기 위해서 조용한 곳으로 물러나 하나님과 대화를 나누고 하나님과 교통을 가져야 한다“(메튜 헨리).
시 57:9 만민 중에서 주께 감사하오며 열방 중에서 주를 찬송하리이다.
하나님의 구원을 확신하는 다윗의 기쁨은 너무도 큰 것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속에만 그 감격을 숨겨서 간직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처럼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구원과 그의 위대하심을 선포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녕 하나님이 이스라엘만의 하나님이 아니시고 온 세상 모든 사람들로부터 경배와 찬양을 받으시기에 합당한 분이심을 믿은 다윗의 신앙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하나님의 구원의 은총을 받은 우리 성도들도 그 은혜에 감격해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며(행1:8), 온 열방에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 죄인을 구원하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은총이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데 어찌 입을 다물고 잠잠히 있을 수 있으랴!
시 57:10 주의 인자는 ···궁창에 이르나이다.
‘인자’와 ‘진리’에 대해서는 3절 주석을 참조
여기서 ‘하늘’은 초월자이신 창조주 하나님으로서 하나님이 그의 피조물에 대해 갖는 인자하심의 높이를, ‘궁창’은 우주와 역사의 주권자로서 하나님이 특별히 당신의 백성들을 위해 나타내시는 성실하심의 넓이를 나타내는 시적 표현이다.
시 57:11 하나님이여 주는 하늘 위에 높이 들리시며 주의 영광은 온 세계에 떨치소서
본시의 후렴으로서 5절과 동일한 내용이다.
그런즉 자세한 사항은 5절 주석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