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제주도에서 주관하는 1일명예부서장으로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장에 임명받은 적이 있다. 하루 동안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수행하는 주요기능과 업무에 대해 경험할 수 있는 값진 기회를 가졌다.
비록 짧은 일정이었지만, 하루를 마치고 나니 제주의 강점은 수려한 자연환경과 더불어 맑은 물, 깨끗한 공기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깊이 되새기게 되었다. 제주도의 미래는 이러한 청정환경을 어떻게 시스템화하고 관리해 나가는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이로부터 ‘환경이 살아야 제주가 산다’라는 대원칙을 끌어낼 수 있다. 누가 뭐래도 제주의 경쟁력은 청정환경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경쟁의 핵심은 과학적인 자료를 근간으로 제주환경의 체계적인 보호 및 운영시스템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과학적인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여 정책입안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바로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의 몫이다. 그러나 현재 협소하고 노후화된 보건환경연구원 청사와 시설, 연구인력으로는 역부족이다.
우선 입지조건과 시설규모가 문제이다. 연동의 밀집된 주택가내에 위치해 있어 건물을 증축할 수 있는 여유공간이 없다. 각종 민원으로 청사를 방문하는 민원인들은 주차할 공간이 거의 없어 불편하기 그지없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첨단장비를 도입해도 설치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환경연구원의 조직기구와 연구인력도 문제이다. 현재 미생물과, 약품분석과, 식품분석과, 환경조사과, 대기보전과, 수질보전과 등 6개 과에서 24명의 연구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조직과 편제는 제주도 지역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중앙에서 편성한 전국통일형 구시대적 기구이다. 예컨대 제주도는 500만명의 관광객이 들어오는 국제관광도시이다. 관광객 이동에 따른 각종 전염병의 전파 여부를 모니터하는 것은 제주관광산업을 위한 필수요건임에도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만일에 외부지역에서 사스 감염환자 1명이 입도한다든가 광우병이나 악성 바이러스에 감염된 식품이 유통되어도 우리 지역 관광산업에 치명적임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데 이를 모니터하는 미생물과 직원은 경우 4명이 편성되어 있는데, 이 인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지금과 같이 단순형 전염병 예방과 불량식품검사, 대기, 수질, 토양에 대한 국부적인 모니터와 검사만으로는 안 된다.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은 제주지역 환경변화에 대한 발빠른 예측과 조사분석 등의 결과를 집행기관에 사전 통보함으로써 변화하는 보건환경 여건에 적극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제주도 지역현실을 감안한 심도있는 연구를 추진하여 각종 현안의 해결을 위한 자료와 정책대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따라서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국제자유도시 건설에 걸맞게 연구원 청사를 신축 이전하고 미래지향적 인프라를 구축하여 제주도의 보건환경 관련 중심연구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