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무엇이든 새것을 찾는 사람은 아니다. 아마 사진기를 좋아하다보니 그렇게 된것 같다. 우리 나라에서 사진기를 사려면 대부분 중고였고, 그것들을 구하기가 힘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사람의 성격도 가지가지여서 예전에 알고 지내던 어떤 아가씨는 새것이 아니면 절대 사지 않는 성격이었다. 니콘 F3의 오리지널 케이스가 새것(새것 같은 것)은 5만원, 중고처럼 보이는 것은 2만원인데 싼 것을 권해도 굳이 비싼 것을 사는 것이 아닌가? 그것 뿐이 아니고 그 아가씨는 무엇이든 새것을 구하려 애쓰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대충 쓸만한 중고면 더 이상 따지지 않는다. 오히려 가격이 문제가 아닌가? 더 많은 것을 가지려면, 갖고 싶은 것을 다 가지려면 끝이 없는데 어떻게 새것을 비싸게 산단 말인가.... 얼마 전에 펜탁스클럽 장터에 2만원하는 28mm 잡표렌즈가 나와서 잽싸게 내가 샀다. 52mm 고급 필터 한장 가격인데 아무려면 필터보다야 낫지 않겠나 싶어서였다. 그 렌즈를 파는 사람이 홍대 학생이어서 시간이 나는 제자를 홍대로 보내 받아오게 하였는데, 가격 만큼이나 헐한 것이었다. 렌즈 속을 보니까 아주 깨끗하지 않았고, 경통도 좀 헐거운 편이었다. 그래도 싼 맛에 산것 아닌가? 이번에 평창에 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어떤 렌즈로 찍은 것인지 분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면 됬지 않은가. 이베이경매에 보니 비비타시리즈원 24-48mm f/3.8 렌즈가 하나 올라왔는데 벌써 160$이 넘어섰고 최종 희망가격을 220$로 적어놓고 있었다. 경매에 들어갈까 하다가 계산해보니 220$이면 30만원 가까이 되고 운송료를 부담하면 또 몇 만원이 추가되니 너무 비싼 것이 아닌가? 내가 올 봄에 펜탁스 오리지널 24-50mm f/4.0 렌즈를 25만원에 내어 놓았는데... 수동렌즈로 28-70mm f/4.0 이나, 24-50mm f/4.0 정도를 하나 가지고 싶은데 마땅한 것이 없어서 늘 고민하다가 오늘 우연히 펜탁스장터에서 일본 썬(sun) 렌즈 24-40mm f/3.5가 경매에 나온 것을 보았다. 보자마자 전화해서 내가 사는 것으로 낙착을 보았다. 가격은 21만원, 조금 비싼 듯 하기도 하고 적절한 가격 같기도 하지만 내가 원하는 물건이니 그것이 무슨 상관인가? 내일이면 그 렌즈가 나에게 올 것이다. 사실 썬 렌즈라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생소한 잡표 중의 잡표이다. 그러나 잡표라면 또 어떤가? 내가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면 그만 아닌가.... 이제 이 렌즈가 오면 28mm 잡표는 다시 팔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늘 권하는 얘기가 오리지널 좋아하지 말라는 것이다.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면 됬지 상표가 무어 중요한가. 새것을 구하는 가격이면 중고 둘이나 셋을 살 수가 있으니 사진하면 돈이 많이 든다는 얘기는 일부 사람에 국한된 얘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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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 렌즈에는 오리지널 렌즈와 전문회사에서 나온 것이 있다. 어디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오리지널이 값도 비싸고 성능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비싼 만큼 성능이 좋으냐하는 것은 늘 의문이 간다. 그리고 오리지널이 아닌 특정품만 생산하는 전문회사들은 자기네 제품이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것저것 다 만드는 것이 아니라 특화된 한 품목만 생산하기 때문에 오히려 모든 것을 일괄 생산하는 종합업체보다 더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자랑한다. 그렇지만 종합업체 즉 유명 상표의 사진기제조업체들은 자기네가 만든 정품을 써야 사진기와 렌즈가 제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으니, 렌즈도 같은 상표의 것을 쓰라고 권장한다. 둘 다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굳이 오리지널 렌즈를 쓸 필요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가격 차가 많이 나는 것들은 더 그렇다. 똑 같은 사양의 렌즈를 비교해보면 보통 2-3배 가격 차가 난다. 성능이야 같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50만원과 120만원의 차이를 사진으로 느낄 수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ED 렌즈나 비구면 렌즈 등이 그러한데 대부분 줌 렌즈이다. 줌 렌즈로 찍은 사진은 아무리 좋아도 단 렌즈보다 못하다는 것이 정설아닌가? 렌즈 전문회사도 꽤 여럿이다. 요즘은 토키나, 시그마, 탐론 등 셋을 서드파트니 하면서 얘기하고 있지만 사실 렌즈 전문회사로 이름이 높은 것은 프랑스의 앙제뉴이다. 앙제뉴 렌즈는 주로 라이카의 줌 렌즈를 만드는 곳으로 유명한데 여기서는 영화촬영용 렌즈를 전문으로 만들고, 2-3 종의 줌 렌즈와 180mm 단 렌즈도 나온다. 우리 나라에서는 주로 라이카에 쓰거나 니콘 등에 쓰는 렌즈만 구경할 수 있는데 원래는 일본 사진기들에 맞는 마운트가 다 나온다. 다만 일제보다 비싸기 때문에 못 들어올 뿐이다. 그리고 미국에 본사를 둔 비비타도 유명하다. 미국에서 설계하고 일본에 주문자 상표 부착으로 만드는데 일제 성능을 능가할 정도로 이름이 높다. 특히 비비타의 고급 상표인 "비비타 시리즈 원"은 이름 만큼이나 괜찮은 렌즈로 사랑받고 있다. 서드파트 렌즈를 제외하고도 예전에 나온 솔리거, 킹, 선, 마퀴논, 오사와, 매릭스, 스타 등 많은 잡표(?) 렌즈가 있었다. 그리고 국내보다 해외에서 이름이 더 알려진 폴라(삼양 렌즈)와 수퍼 렌즈(동원광학 생산)도 있었다. 그런데 이 잡표 렌즈들은 그 가격이 얼마나 싼지 유명 필터보다도 싸다. 물론 그 렌즈들이 나올 당시에는 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던 것들이다. 그러나 현재 시세는 정말 공짜나 다름 없이 싸다. 난 최근에 탐론 70-150mm f/3.5를 3만원, 지커 28mm f/2.8을 2만원에 구입했다. 정말 필터 값에도 못 미친다. 탐론 렌즈는 지금도 유명하지만 예전에 나온 것들은 아주 싼 가격에 거래된다. 그렇다고 그 가격 만큼 성능이 떨어지느냐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요즘 나오는 신형 렌즈보다 더 튼튼하고 성능도 낫다고 생각한다. 꼭 유명한, 비싼 렌즈만 좋은 것은 아니다. 조금만 신경을 쓰고 발품을 팔면 값이 저렴하면서도 쓸만한 렌즈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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