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답사(3) : 경북 성주 - 김천
요즘 한반도는 온통 뿌연 미세먼지에 잠겨 있다. 중국에서 온 먼지에 더하여 날씨가 추워지면서 생겨나는 미세먼지가 합하여 하늘은 며칠사이 가을의 청명함을 잃어버렸고 숨을 쉴 때 목이 막히며 기분 나쁜 냄새가 코를 찌른다. 10여 년 전에 중국 북경에서 경험했던 답답함을 이제 우리나라에서 반복하고 있다. 한반도에 내려앉은 미세 먼지는 고기압에 막혀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거기에 바람까지 불지 않으니 뾰족한 방법이 없는가 보다.
이런 날씨를 보면서 현재 대한민국을 짖누르는 갈등을 기막히게 재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메케한 냄새는 가슴과 머리를 무겁게 한다. 과거 선인들은 ‘천인합일’이라 하여 인간세의 길흉과 하늘의 현상을 더불어 생각하려 했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만 하늘을 보면 한국 사회의 갈등과 대립에 대한 기상도가 재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미세먼지 때문에 운동도 못하던 참에 시간이 생겨 답답한 세상에서 탈출하기를 시도했다. 일기예보를 보니, 한반도 중에서 그나마 경상도 지역의 공기가 ‘보통’이라고 알린다. 지난번에 고령을 갔었는데 이참에 경북 답사를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경북 성주와 김천으로 출발했다. 고속도로를 내려가면서 창문을 열 수 없을 정도로 공기가 나쁘고 하늘은 흐렸다. 대한민국의 가을은 이제 과거의 명성을 빼앗긴 것일까? 경북 지역에 오자 공기의 느낌이 조금 나아진 것이 감지된다. 사람은 별것을 가지고 의미와 해석을 부여하는데 세상일과 자연현상을 비교하다 보니 경북 지역의 공기가 좋은 점이 이해된다. 이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는 현재 문제에 대해 갈등이 적을 것이니 하늘도 날씨도 다른 곳보다 나은 것이 아닌가?
성주는 참외로 유명한 고장이다. 그래서 답사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관광안내도’를 보고 찾으니 곳곳에 매력적인 장소가 여럿 담겨있었다. 가야 시대에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성주고분군’과 ‘가을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는 ’한개마을‘을 찾았다. 지도를 보니 ’독용산성‘이라는 지명이 보였다. 산성 답사는 어떤 유적 답사보다도 흥미롭고 기억이 나는 방문이다. 과거 예산의 백제 부흥의 장소인 ’임존성‘을 찾기 위해 헤매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독용산성‘은 약 7km의 외길을 타고 산으로 오르는 길 끝에 있다. 중간에 반대쪽 차가 오는 것을 걱정할 정도로 길이 좁았다. 산성 입구에 도착하니 매우 규모가 큰 성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성의 최초 축성에 대한 정보는 없으며 오랫동안 방치되다 임진왜란 때 우연히 발견하여 그 후 다시 만들어졌다고 한다. 시간이 없어 오르지는 못했지만 조금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주는 곳이다. 역시 ’산성답사‘는 기억을 제공한다. 한참 내려오는 데 갑자기 차의 왼쪽 부분이 심하게 긁히는 소리가 났다. 새 차를 뽑은 지 최초의 ’액땜‘을 이 곳에서 하였다. 다른 차나 사람이 다치지 않는 사고라 다행이다. 순수한 것보다는 상처난 것이 항상 마음에 편하다.
다음으로 찾은 김천은 고령이 ‘대가야’와 한 몸인 지역이라 말할 수 있듯이 ‘직지사’로 설명되는 곳이다. 직지사 주변에 ‘직지문화공원’을 조성하였는데 규모도 크고 분위기도 좋은 편이다. 오늘 대한민국에서 가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직지사와 공원의 가을을 즐겼다. 단풍이 완전히 들지 않았지만 충분히 가을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약간은 맑은 하늘을 보고 조금은 신선한 공기를 호흡했다. 하지만 집으로 가는 길은 역시 구역질나는 냄새가 풍긴다. 바람이 불어와 먼지를 멀리 날려 보냈으면 좋겠다. 날씨도 맑아지고 그러면 우리의 마음도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1. 경북 - 성주
2. 경북 - 김천
첫댓글 답답함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여행은 최고의 선택이다. 산성의 단풍 낙엽 쌓이는 길이 예쁘다. 걷고 싶은 길이다. 제 빛깔을 내며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이 부럽다. 저마다의 색깔이 어울려서 아름다운 것을... 세상을 온통 한 가지 색으로 칠해놓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행태가 괘씸하다. 단순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