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6천원에 푸짐한 상추쌈 샤부샤부
날씨가 선선해지며 따끈한 국물이 생각 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어딜 갈까 고민했다.
회, 고기를 두고 저울질하다 국물이 좋은 샤부샤부집으로 가기로 했다.
이젠 속이 편한 게 좋다. 그 곳에 가면 왠지 친구 간의 정이 더욱 돈독해질 것 같았다.
부산 서면에서 가까운 전포동의 '정가네 샤브샤브'를 찾아 갔다.
서울에 사는 친구는 메뉴를 보더니 부산으로 내려오고 싶다고 하소연이다.
서울에서는 못해도 부산보다 몇천원씩 더 비싸단다. 아닌 게 아니라 가격이 참 저렴하다.
가장 즐겨 찾는 상추쌈 샤부샤부가 1인분에 6천원이니 점심 메뉴로도 훌륭해 보인다.
전북 고창에서 가져와 직접 담갔다는 복분자 술을 한 잔씩 했다.
술도 괜찮지만 안주 삼아 집어먹은 갓김치의 맛이 특별나 자꾸만 손이 간다.
제철에 담은 갓김치를 1년간 잘 숙성시킨 뒤 다시 된장으로 양념했단다. 새콤달콤한 맛에 게 눈 감추듯 없어지고 말았다.
상추쌈 샤부샤부는 일단 색깔에서 점수를 따고 들어간다.
녹색의 상추쌈 안에 빨간색 날치알이 촘촘하게 박혀 있다.
쇠고기를 살짝 데친 뒤 예쁜 상추쌈 위에 걸쳐 한 입에 집어 넣었다.
맛있다! 내 몸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끈한 육수는 힘들었던 속을 훌훌 풀리게 만든다.
그런데 지난번과 육수 맛이 좀 다르다. 육수만 따지면 해물 샤부샤부가 더 시원하다는 설명이다.
쇠고기, 야채에 해물까지 들어가면 국물이 오묘하게 시원해진다.
술꾼에게 이 이상 좋은 국물은 없다. 돈을 좀 더 내면 계절별 별미도 즐길 수 있다.
봄에는 새조개, 여름에는 하모(갯장어), 가을에는 전복과 송이(냉동) 샤부샤부가 1인분에 2만5천원이다.
바다와 육지의 보약이 합작으로 뿜어내는 향기가 어떨지 궁금하다.
'정가네'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메뉴는 갈비찜이다.
고기는 풍성하고 국물은 맵사하다.
이 맵사한 국물이 사람의 혀를 잡아 끈다. 맵다 맵다 하면서 자꾸 먹게 된다.
여기다 밥을 비벼먹으면 얼마나 맛이 있을까. 땀이 줄줄 흐른다. 잘 먹었다는 신호이다.
각각 6천원하는 해초비빔밥과 성게 미역국이 메뉴에 보인다.
각종 별미만 모아 놓은 걸 보니 주인장 입맛 한번 까다로운 모양이다.
정순일 대표는 돈을 벌어서 행복한 이유로 먹고 싶은 움삭을 실컷 먹어볼 수 있다는 것을 첫손에 꼽았다.
죽을 때까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어, 맛이 없는 음식을 먹을 때는 화가 난단다.
좋은 음식이란 첫 번째가 제철 음식, 두 번째는 좋은 재료라는 지론을 가졌다.
성격이 급한 부산 사람들이 샤부샤부에 야채를 통째로 쏟아넣을 때는 가슴이 아프단다.
천천히 음미하며 드시면 좋겠다.
소갈비찜 중(2∼3인용)이 2만5천원.
전포동 적십자회관 맞은편. 영업시간은 오전 11시∼오후 11시. 051-808-1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