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Bolt)
볼트에는 크게 익스팬션볼트(Expansion bolt)와 콘트랙션 볼트(contraction bolt)의 두가지가 있다. 익스팬션볼트는 구멍 속에 설치될 때 그 크기가 늘어나며 설치되고 콘트랙션볼트는 크기가 작고 오무라들며 설치된다. 따라서 익스팬션볼트는 그 크기가 볼트 구멍보다 작은 대신 쐐기가 붙어 있고, 콘트랙션볼트는 그 크기가 구멍보다 크고 쐐기가 없다. 일반적으로 익스팬션볼트가 강도가 더 높아서 안전하나 구멍을 깊이 파야되므로 설치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콘트랙션볼트는 강도는 떨어지지만 구멍이 깊지 않아도 되므로 설치 시간이 절약되며 따라서 대암벽등반에 이상적이고 강도가 높은 익스팬션볼트는 당일치기 자유등반에 이상적이다.
페츨사와 에스엠씨(SMC)사 등에서도 볼트를 판매하고 있으나 사실은 볼트걸이(행어 Hanger)만 제작하는 것이고 볼트 자체는 건축용으로 제작된 것을 사서 사용한다. 따라서 볼트는 볼트와 볼트걸이의 2개의 부속으로 조립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암벽을 초등할 때 1백여개의 볼트를 휴대하게 되는데 그 무게가 대단하여 불편하다. 따라서 무게를 절약하기 위해 1백개의 볼트를 휴대하고 볼트걸이는 20개 정도만 휴대하고 등반하면 무게를 줄일 수 있다.
선등자가 볼트를 설치하고 볼트걸이를 설치하면, 세컨드는 볼트걸이를 회수하면서 올라가는 것이다.(따라서 볼트벽에는 볼트만 볼록 나와 있고, 카라비나를 걸 수 있는 볼트걸이는 없게 되는 셈이다.) 엘 캐피탄의 조디악 코스를 등반할 때 필자는 볼트걸이를 10개 정도 휴대하여 볼트에 볼트걸이를 낀 볼트의 나사에 너트를 연장으로 돌려서 끼워야만 하였다. 간혹 머리부분이 버섯같이 뭉뚝한 볼트가 박혀 있는 피치가 나온다. 이러한 볼트에는 볼트걸이를 설치할 수가 없다. 따라서 알피(RP)사에서는 제작하는 키홀(key hole) 볼트 고리를 사용하여야 한다. 키홀 볼트고리는 볼트가 들어가는 구멍과 카라비나를 끼우는 구멍이 서로 뚫려 있어서 머리가 큰 볼트에 손쉽게 설치되고 일단 카라비나를 끼우면 빠지지 않는다.
키홀 볼트걸이가 없을 경우 일반적인 볼트걸이의 카라비나 구멍을 갈아 없애면 똑같은 원리의 키홀 볼트걸이가 된다. 볼트의 대용품으로 나사가 달린 공업용 볼트도 종종 사용된다. 바위에 구멍을 뚫고 이 구멍보다 조금 큰 공업용 볼트를 때려 넣으면 나사가 으스러지면 단단히 설치된다. 이러한 볼트를 리베트(rivet)라고 부른다. 요세미테에서는 주로 2.5mm 길이의 리베트가 사용된다. 리베트는 볼트걸이가 없으므로 카라비나를 걸 수가 없다. 따라서 스토퍼의 케이블을 걸고 오르게 된다. 스토퍼는 길이가 길어서 불편하므로 짧은 케이블로 제작된 리베트 걸이(rivet hanger)를 많이 애용한다. 리베트를 설치할 때 너무 깊이 박으면 볼트의 머리 부분과 암벽과의 공간이 적어진다. 이 경우 리베트 걸이를 설치하기가 불가능해지니 너무 깊이 박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볼트를 설치할 때는 표면이 평평하고 단단한 지점을 골라서 설치한다. 그리고 바위의 크랙이나 모서리에서 최소한 10cm 이상 떨어진 부분을 선택하고 체중을 받는 방향을 잘 생각하여 설치한다.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최대 팔길이보다 조금 낮은 부분에 볼트를 박는 것이 힘이 덜 든다. 볼트를 박을 때는 햄머로 바위의 표면을 두드려서 속에 빈 공간이 있나를 확인한다. 드릴을 끌같이 사용하여 구멍자국을 바위 표면에 일단 낸 뒤, 본격적으로 두들겨서 구멍을 뚫는다. 구멍이 바위에 수직이 되도록 뚫고 구멍의 각도가 일정해지도록 주의해야 된다. 드릴의 각도가 흔들리면 구멍이 너무 커지게 되어 위험하다. 햄머로 드릴을 때릴 때마다 드릴을 최소한 30~40도 정도 좌우로 회전시키며 구멍을 뚫는다.
일단 구멍이 어느 정도 뚫리면 드릴의 날 위로 피피후크나 리베트걸이를 걸고 슬링으로 몸에 묶어 놓으면 볼트 설치중 추락을 하여도 구멍 속에 꽂혀 있는 드릴이 추락을 잡아 줄 수도 있다.(이때 드릴날이 부러지면서 추락하는 수도 있다.) 구멍이 어느 정도 뚫리면 드릴을 잡고 있는 손의 힘을 빼고 때려도 상관이 없다. 이 경우 드릴이 약간씩 튀어 올라오는데 신경 쓸 것은 없고 오히려 이러한 동작이 구멍 속의 돌가루를 바깥으로 밀어내므로 구멍이 빨리 뚫린다. 간혹 드릴날이 구멍에 꽂혀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드릴의 옆을 치면 날이 부러진다. 드릴을 너무 세게 때리면 날이 부러지고 정상적으로 때려도 간혹 드릴이 부러진다. 이 구멍을 뚫는 일이 결코 용이하지 않다.
구멍이 다 뚫리면 작은 호스나 스트로로 구멍 속의 돌가루를 불어 낸 뒤 볼트를 설치한다. 볼트 설치시에 실리콘을 볼트에 발라 놓으면 방수효과가 있어서 볼트의 수명이 길어진다. 자유등반 도중 볼트를 설치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스카이후크를 바위 모서리에 걸고 사다리에 올라서서 재빨리 박는 수밖에 없겠다. 바위 모서리도 없을 경우 드릴로 살짝 바위에 흠집을 낸 뒤 여기에 스카이후크를 걸고 볼트를 박기도 한다.
햄머
유럽에서는 연성피톤을 주로 사용하므로 무게가 가벼운 햄머로도 피톤의 설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경성피톤을 사용하는 요세미테의 화강암을 이러한 가벼운 햄머로 오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엘 캐피탄의 일반적인 코스를 오를 경우 햄머가 거의 필요 없으나 동벽의 오버행 코스를 오를 때는 단단한 경성피톤을 자주 설치하므로 크고 무거운 해머가 필수적이다. 해머의 밑바닥이 사각형인 것이 바위 구석에도 사용이 가능하여 원형보다 이상적이다. 피톤과 카퍼헤드의 회수시 사용할 수 있도록 햄머의 머리 부분에 카라비나 구멍이 반드시 뚫려 있어야 한다. 피톤이 흔들거리기만 하고 회수가 안 될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피톤에 카라비나를 5~6개 걸어서 햄머에 연결한 뒤 허공에 반대 방향으로 햄머를 내리치면 대부분의 경우 피톤이 쉽게 빠져 나온다. 내가 즐겨 쓰는 햄머는 포리스트(Forest)사의 제품이었으나 현재는 생산이 중단되었다.
인공등반시 햄머를 밑으로 떨구어서 끌고 다니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햄머를 허리에 차고 다니면 햄머의 슬링과 장비들이 엉켜서 불편하니 끌고 다니는 것이 오히려 편리하다. 사다리에 올라서는 순간 햄머가 발바닥에 걸리는 수가 종종 있다. 나는 햄머가 내 발밑에서 15cm 정도 밑에 매달리게 조정하여 휴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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